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유용우 유용우한의원 원장

[고양신문] 가을은 여름까지 번성했던 자연이 외부와 교류하면서 갈무리되는 변화와 결실의 시기다. 식물은 잎과 꽃에 퍼진 에너지를 모아 열매로 맺고, 동물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찌우기도 하고 동면을 위한 준비도 한다. 

한방의 근간이 되는 음양오행의 우주 변화의 원리에서 가을은 금의 계절에 속한다. 금은 외부와 접하면서 소통, 변화, 통일, 수렴 등을 의미하며 결실을 맺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인체 중에서 금에  배속되는 장부는 폐와 대장이고, 인체의 조직은 피부와 점막, 세포이다. 따라서 금기(金氣)가 왕성하고 균형을 이루면 폐와 대장이 튼튼해지며 피부가 건강하고 윤택해진다. 역으로 피부를 단련해서 건강해지면 금기가 왕성해져 장부 조직이 튼튼해진다. 

금기(金氣)를 매개로 하는 여러 가지 단련법이 있다. 호흡을 통해 기를 기르는 조식법, 대장을 튼튼히 하는 식이요법, 피부를 단련하는 피부 강화법, 발단의 순환과 하체 단련을 통해 기와 금기를 단련하는 행공법 등이다. 
 
동물은 가을의 변화를 적응하기 위해 털갈이를 하고 가죽을 튼튼히 한다. 사람 또한 가을엔 대자연의 법칙에 따라 본능적으로 겨울을 대비하는 작업을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란 말에서 보듯 식욕이 왕성해지고, 섭취한 음식은 특히 몸속의 뼈로 모든 영양을 공급해 저장을 한다. 또한 여름에 소모된 기를 회복하며 여름철에 떨어졌던 면역기능도 강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담으로 느끼게 되면 우리 몸은 외부와 힘겨운 사투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외부와 접하는 피부, 호흡기 점막, 소화기 점막에서는 끊임없는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그 결과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기침·감기·천식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가을에는 날씨가 쌀쌀해진다고 해서 너무 움츠러들지 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통해 능동적으로 가을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에는 일찍 지는 해를 쫓아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다. 『동의보감』에 ‘가을 세 달은 용평(容平)’이라는 말이 있다. 용평이란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다시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자연의 갈무리를 말한다. 때문에 봄과 여름에 안에서 밖으로 발산한 기운을 가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기(神氣)를 안으로 모아야 된다’라고 한다. 즉, 기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를 보충하려면 가을의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잘 다스려야 한다. 가을은 천기가 쌀쌀해지고 지기는 깨끗해진다. 그러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음을 안정시키면 쌀쌀한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몸에 신기를 모을 수 있고, 잡념을 없애고 일찍 잠을 자면 폐기(肺氣)가 맑아져 건강해진다. 

부지런한 엄마의 손으로 건강을 다지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건강요법으로 건포마찰이 있다. 마른 수건으로 매일 아침 10분씩 피부를 마사지하듯 문질러 주면 피부와 폐가 단련되어 겨울이 되어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수영은 가을을 이겨내기 좋은 운동이다. 약간 쌀쌀한 날씨 속에 수영장의 서늘한 물에 접촉된 피부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몸이 따뜻해져 물속에서도 땀이 날 정도의 수준이 되면 외부의 공기 변화 정도는 우습게 이겨낼 수 있다. 비염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수영을 하면서 왕복 6회 이상 주영하면 비염이 호전된다. 하지만 중간에 쉬는 것을 반복하면 오히려 수영장의 차가운 물이 비염을 더 심하게 할 수도 있다. 

냉·온욕은 피부를 단련하고 기초체온 조절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냉탕에서 1분, 온탕에서 1분을 번갈아가며 30회 정도를 반복하여 1시간 정도가 지나면 냉탕에 들어가면 따뜻하고 온탕에 들어가면 시원해지는 순간이 온다. 피부의 조절력이 향상되는 모습이다. ‘가을에 냉수욕을 할 정도가 되면 비염은 안 걸리게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기초대사가 높아지면 비염을 이겨낼 수 있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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