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사업 성공적 정착

8년간 68ha 면적에 나무 7만여 그루 심어
높은 생존률, 현지인들의 인식 개선 이끌어

 

2009년 조림한 비술나무가 푸르른 숲을 이루고 있다.

 
[고양신문] 중국과 몽골 사막지대에서 발원하는 황사 피해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가 몽골 사막지대에 푸르른 숲을 가꾸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몽골 돈드고비아이막(道)의 도청소재지인 생차강솜 시 북쪽에는 대한민국 지자체 최초로 시도된 동아시아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작업 현장인 ‘고양의 숲’이 해마다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2009년 시범 조림을 시작으로 매 해 계획된 면적에 나무를 심어 현재 68ha(68만 제곱미터) 면적에 포플러, 비술나무, 차차르간 등 6종류의 나무 7만1000여 그루를 심었다. 이 중 62%의 나무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몽골 초원에서는 보기 드문 푸른 산림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양의 숲 조성 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지자체 최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업 8년째를 맞으며 나무들의 높은 생존률, 현지인들의 인식 개선 등 객관적 수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몽골에서는 타 지자체와 기업에서도 다양한 장소를 선정해 동아시아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사업을 전개했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척박한 토양과 식생에서 숲을 조성해야 하는 사업의 특성상 지속성과 전문적 노하우가 결여되면 기대했던 결과가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고양의 숲은 산림청에서 조성한 울란바토르 인근 숲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10년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꾸준한 결실을 얻었던 것. 그것도 비교적 산림지대가 인접한 울란바토르 인근이 아니라 황사와 사막화의 최후 방어선인 몽골 국토 중앙의 돈드고비아이막에서 진행된 사업이라 가치와 의의가 크다.

고양의 숲은 동아시아 사막화와 황사 방지조림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양의 숲 조성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녹지과 김운용 과장은 “2019년까지 목표했던 100ha의 조림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현재 돈드고비아이막 자연환경국 관계자들에게 고양의 숲 관리 노하우를 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운용 녹지과장(맨 오른쪽)이 돈드고비아이막 자연환경국 관계자들이 '고양의 숲을 점검하고 있다.

------------------------

<인터뷰> 조림지 현지 점검 다녀온 김운용 과장·김종천 팀장

“고양의 숲에서 열리는 나담 축제(몽골 전통 유목민 축제) 기대하세요”
 

몽골 '고양의 숲'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운용 고양시 녹지과장(왼쪽)과 김종천 녹지팀장이 현지 방문 자료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푸른아시아와 손잡고 사업 진행
현지인들에게 숲의 소중함 일깨워
고양의 숲 중심으로 녹지공원 조성 계획


‘고양의 숲’ 사업은 고양시의 지속적인 추진과 사업 시행기관의 전문적 노하우가 이뤄낸 합작품이다. 생소한 숲을 처음 본 현지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고양의 숲 조림사업 현지 점검을 위해 지난 8월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생차강솜시를 다녀온 김운용 녹지과장과 김종천 녹지팀장을 만나 사업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었다.

■ ‘고양의 숲’ 조성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중국과 몽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사막화는 해마다 극심해지는 황사 폐해에서 보듯 우리에게도 무척 심각한 환경 재앙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데, 고양시가 앞장 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해 보자는 취지로 2009년부터 몽골 돈드고비아이막에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 8월 몽골 현지를 방문해 어떤 부분을 점검했나.

그동안 심은 나무들의 생존률과 성장 수치 등 조림상태를 전반적으로 살폈다. 나무심기 사업은 식재만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조림지의 관수시설과 시설물들을 점검하고 나무 전지 등 수목 관리방법 기술을 전수했다. 또한 돈드고비아이막 부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조림장 확보와 효율적인 관리 방법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고 왔다.

■ 고양의 숲 조성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 단체인 (사)푸른아시아(이사장 손봉호)가 사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업을 대행하고 있다. 국제조림사업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단체라 사업의 파트너로 최적이다. 인력은 푸른아시아의 몽골 지부 파견 단원이 몽골 현지인을 30여 명 직접 고용해 충당한다. 조림 구역마다 지하수 관정을 뚫어 저수조에 물을 채운 뒤 양동이로 직접 퍼 나르는 방식으로 식재된 나무마다 일주일에 2회 이상 꾸준히 물을 주고 있다. 또한 초원에 방목하는 가축들이 숲에 들어와 나뭇잎을 먹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고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조림장에 공급할 지하수를 저장하는 물탱크. 고양시 마스코트인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다.

■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멀리 떨어진 돈드고비아이막으로 조림지를 정한 이유는 뭔가.

울란바토르는 북쪽에 산림지대가 가까이 있고, 물을 끌어들이기도 용이해 사막화 방지 숲을 조성하는게 비교적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막화를 방지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몽골 중앙 초원지대에서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드는 가운데라는 뜻이고 고비는 사막이다. 돈드고비는 이름처럼 울란바토르와 고비사막의 가운데 지점,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한 최후 방어선인 셈이다. 고양시와는 의료 봉사 등으로 이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곳이기도 하다.

■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현지인들이 나무와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몽골인들은 전통적으로 식물을 심고 기른다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 나무 역시 가축들의 먹이나 목재, 땔감으로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고양의 숲이 점점 푸프러지면서 지역주민들의 인식이 차츰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사막의 모래바람 피해가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인근 주택가에서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집집마다 판자로 울타리를 막는데, 숲 조성 이후 울타리 아래 쌓이는 모래 양이 매 년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에서도 고양의 숲 사업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최성 고양시장이 꼭 한번 돈드고비아이막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장도 받아왔다. 단순한 조림 뿐 아니라 현지인들 스스로 숲의 가치와 역할에 눈을 뜨도록 기술을 전수하고 인식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 고양의 숲이 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출 것으로 전망하나.

10년 사업으로 계획한 100ha의 숲 조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동시에, 이후에도 숲이 잘 관리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현지인들과 협의하고 있다. 돈드고비아이막 공무원들이 고양국제꽃박람회에도 찾아왔는데, 장기적으로 자신들도 고양의 숲을 호수공원처럼 아름다운 녹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 그러기 위해 강에서 물길을 끌어와 상시적 관수 시설을 만드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몽골 초원에서는 지역마다 유목민 전통 축제인 나담축제가 열리곤 하는데, 돈드고비아이막에서는 고양의 숲을 나담축제와 연결해 관광 자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김종천 녹지팀장이 식재한 나무의 키를 재며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수목 전지방법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