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린이도서관이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한 TV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지어주는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도서관 일을 하고 있고, 수 년 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어린이 전문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필자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급작스런 열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 사회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적 인프라인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의 인식을 생각하면 한 때의 열기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전문도서관 수가 단 한 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어린이 전문도서관인 사직어린이도서관은 오래된 병원 건물을 개조하여 1979년 5월에 개관하였다. 그리고 2003년 2월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 노원구에서 노원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하면서 복수의 어린이 전문도서관 시대를 열게 되었다. 두번째 어린이 전문도서관이 개관하기까지 무려 24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어린이도서관을 지어준다는 방송사의 지원 금액은 10억원 정도이다. 이 정도의 건축비를 지원받기 위해 벌이는 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은 실로 안쓰럽기까지 한다. 기적의 도서관으로 선정된 도시의 분위기는 도시 전체가 실로 축제 분위기였다. 필자는 그 화면을 보고 정말로 의아스러웠다. 정말로 그 정도의 예산이 없어서 지금까지 어린이도서관을 못 지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양시도 유치 신청을 하였지만 선정에 연연하지 말고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특별 편성해 추진할 것을 시장님과 관계 공무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우리 어린이들이 현재 어떤 책을 읽느냐 하는 것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생각할 때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소요되는 재정은 가장 의미있는 재정 지출이라고 확신한다. 어린이 전문도서관을 건립할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정발산에 지어지는 일산문화센터내 도서관을 용도변경하여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들이 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많은 예산이 필요한 규모있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은 고양시 어린이 독서운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센터 역할을 담당할 1곳 정도만 추진되었으면 좋겠고, 나머지는 소규모 예산을 들여 동네마다 기존에 있는 공간(복지관, 주민자치센터 등)을 리모델링하여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에게는 먼 곳에 있는 멋지고 큰 도서관보다 언제든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우리 동네에 있는 도서관이 훨씬 친숙하고 도움이 된다.

실제로 부천시에서는 시 예산을 들여 훌륭한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운영은 민간에서 맡는 공립문고 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많은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고양시에서도 참고하여 시행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또 하나의 제안은 시립도서관내 어린이열람실에 관한 것이다. 현재 시립도서관내 어린이열람실은 지하에 위치해 있는 마두도서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열람실을 전담하는 사서가 따로 없다. 어린이열람실은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책에 대한 소양을 가진 어린이책 전문 사서가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반납하는 역할만 하게 되어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하고 수준높은 서비스를 시행할 수가 없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도서관에서 어린이책의 대출 비율이 50%를 넘게 되면서 어린이열람실을 도서관 전체 면적에서 50% 이상 할애하고 있고,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마두도서관 뿐만 아니라 새로 개관하는 백석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도 도서관 전체규모에 비추어 볼 때 아주 적은 규모이다. 이러한 예를 볼 때 고양시 시립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에 대한 인식은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열람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시민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개선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민간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지원이다. 미취학 어린이 및 초등학생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고양시의 현실에서 시립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은 그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민간에서 만든 어린이도서관들이다. 만약에 민간 어린이도서관이 없어서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모두 시립도서관으로 몰린다면 그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민간 어린이도서관이 시립도서관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어른들이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우리 어린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어린이도서관이 동네마다 들어서는 아름다운 고양시를 꿈꾸어 본다.
<고양시어린이 도서관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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