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함께 만든 강이경 작가ㆍ강찬영 작곡가
10월 21일 평아트에서 토크콘서트 열어

 


[고양신문] 동화작가가 쓴 동시에 작곡가가 곡을 붙여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었다. 그 노래를 두 사람이 직접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흥미로운 무대가 마련된다. 오는 21일 오후 일산동구 설문동에 자리한 문화공간 평아트에서 열리는 아동문학가 강이경과 작곡가 강찬영의 ‘동시와 노래가 있는 토크 콘서트’에서 두 사람은 진솔한 이야기와 노래로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예정이다. 멋진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래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강이경 작가와 강찬영 작곡가를 미리 만나봤다.

“동시의 세계, 그 어떤 장르보다 행복해”

강이경 작가는 30대 초반에 장편소설을 썼다. 하지만 육아 등으로 글쓰기를 한참 쉬다가 아동문학의 세계를 접하며 다시 작가로서의 이력을 재개했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부문 당선 이후 『폭탄머리 아저씨와 이상한 약국』, 『착한 어린이 이도영』, 『조금 특별한 아이』 등 주목 받는 그림책과 동화를 여러 편 발표했고, 다른 나라의 어린이책을 우리말로 옮겨 소개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동시가 강 작가의 눈에 들어왔다. 두어 달 동안 맘에 드는 작품을 대학노트 10여 권에 옮겨 적어가며 동시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는 일상의 주변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대상들을 소재로 동시를 쓰고 있다. 소설에서 동화로, 또다시 동시로 점점 간결해지고 있는 이유를 강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동시를 읽고 창작하는 과정이 다른 어느 문학 장르보다도 재밌고 행복하더라구요. 군더더기를 훅 불어서 날려버리고 남은 최소한의 쉽고 담백한 언어 속에 세상을 담아내니까요.”

강 작가가 다루는 소재는 자연과 생활과 이웃 등 다양하지만, 힘 있고 화려한 것보다는 조금은 힘겹고 아픈 것들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어느새 강 작가의 창작노트에 70여 편의 동시들이 쌓였다. ‘달랑 두 개’는 작가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파주 광탄)에서 빈병을 줍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개나리꽃’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봄이면 피어나는 개나리꽃과 연결시킨 노래다.
 

토크콘서트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강이경 작가. 이번 공연에서 직접 노래도 들려준다.


촛불광장, 작가와 작곡가를 이어주다

강찬영 작곡가는 일반 직장생활과 음악 창작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신앙을 기반으로 수많은 생활성가를 작곡하는가 하면, ‘오페라 JSA'를 로마와 아람누리 무대에 올린 것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기획·연출했다.

강찬영 작곡가가 강이경 작가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광화문에 촛불이 한창 뜨겁게 타오르던 올해 초, 두 사람은 한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오프라인 만남이 이어졌고, 강이경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게 됐다.
“강 작가님이 쓴 동시들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온라인 공간에서 진보적인 글을 올리는 분이 깊고 따뜻한 시선의 동시들을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강 작곡가는 동시에서 얻은 감흥을 노래로 만들어 다섯 곡의 창작동요가 만들어졌다. 그 중 ‘개나리꽃’이라는 노래는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올려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강이경 작가 역시 자신의 동시에 곡을 붙여준 강 작곡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내가 쓴 시들을 알아봐 주시고 노래까지 만들어줬는데, 하나같이 너무 맘에 드는 거예요. 작가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강찬영 작곡가는 한 편의 동시를 읽고 듣는 이들이 각자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자고 청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과정도 재밌다. 강 작곡가는 자신이 만든 동요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부른 녹음파일을 만들어 작가에게 전달했다. 강 작가는 이 녹음파일을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갤러리카페 평아트의 안주인에게 자랑삼아 들려줬다. 그랬더니 “노래가 참 좋다. 이 참에 공연을 해 보면 어떠냐”고 권유를 받게 됐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연 기획 전문가인 강찬영 작곡가가 공연의 콘셉트를 다듬었고, 보다 풍성한 무대를 위해 젊고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도 섭외했다. 전문 가수에게 노래를 부탁할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진정성 있는 전달을 위해 두 사람이 직접 부르기로 했다. 특히 음악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강이경 작가는 설렘이 더하다.
“일이 점점 커졌어요. 내가 쓴 동시들로 만든 노래를 내가 직접 부른다니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네요. 지인들도 구경 올 텐데 말이에요(웃음).”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달되나

공연을 통해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뭘까? 강이경 작가는 글쓰기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서정문학과 참여문학의 영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을 진심을 담아 표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한 생각도 담기게 마련이니까요.”
강 작가는 토크콘서트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바람을 밝혔다. 작가가 말하는 ‘더불어’는 모든 생명이 어우러지는 생태적 공존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공존을 모두 아우른다.

강찬영 작곡가는 글과 노래가 만들어지고 소통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이야기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가 어떤 대상을 보고 동시를 쓰며 언어적 창작이 이뤄지고, 그 동시를 제가 노래로 만들며 음악적 창작이 덧입혀졌어요. 그 노래가 청중들에게 전달되고 해석되는 과정 역시 세 번째 창작이구요. 이 단계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들여다보면 재밌지 않을까요?”
강 작곡가의 바람대로 작가와 작곡가, 그리고 청중이 동등한 눈높이에서 ‘일상’과 ‘창작’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려면, 콘서트장을 찾기 전에 그날 발표될 창작동요 가사를 각자가 한 번씩 음미하고 오면 좋을 듯하다.
 

왼쪽부터 강이경 작가, 기타리스트 김지훈씨, 강찬영 작곡가.


동화작가 강이경 & 작곡가 강찬영 토크콘서트
동시와 노래 이야기

일시 : 10월 21일(토) 오후 4시
장소 : 문화공간 평아트(일산동구 설문동 238-4)
입장료 : 5000원(음료 제공, 사전예약 필수)
예약문의 : 031-977-0442

※ 공연수익금 일부는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 기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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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경 동시 ― 달랑 두 개 외 4편

■ 달랑 두 개

진돌이네 할머니 / 빈 소주병 백 개 주워 / 슈퍼에 갖다 주고
참치 한 캔 / 라면 한 개
달랑 두 개 받아 온다.
밭에 / 논에 / 도랑에 / 길에 / 여러 날을 다니면서
흙 묻은 병 / 빗물 든 병 / 백 개를 주워 와서
몇 번을 씻어 내고 / 몇 번을 헹궈 내고
물기 없이 말려서 / 손수레에 실어
걸어서, 걸어서 / 슈퍼에 갖다 주고
달랑 / 고거 두 개 받아 온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 안 그러냐?”
진돌이네 할머니 / 웃으면서 말하지만
난 웃음이 / 안 나온다.
진돌이 곁에 / 쪼그려 앉아
진돌이만 자꾸 / 쓰다듬는다.


■ 답, 답

시험지를 받아들면 / 정신이 아득하다.
자꾸 답을 내라 하니 / 가슴이 답답하다.
답, 답, 답, 답 / 답이 없다.
 

■ 하느님이 심심해서

코뿔소를 보면 / 코끼리를 보면 / 기린을 보면 / 하느님 생각이 나.
그날은 되게 심심하셨구나 하지.
콧등 위에다가 / 작은 뿔 하나 큰 뿔 하나 / 차례대로
두 개나 / 척― / 붙여 놓으시고는 /“코뿔소!”
코를 길게 / 쭉― / 늘이시고는 /“코끼리!”
목을 길게 / 쭉― / 늘이시고는 /“기린!”/ 하셨으니.
그렇다면, / 얼룩말을 만드신 날은 / 얼마나 심심하셨던 걸까?


■ 봄바람

산에서 / 불어오는 바람은 / 산바람
강에서 / 불어오는 바람은 / 강바람
소나무에서 / 불어오는 바람은 / 솔바람
누나 마음에서 / 불어오는 바람은 / 봄바람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 콩닥콩닥 / 봄바람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두근두근 /봄바람


■ 개나리꽃

노오란 / 개나리꽃이 / 핀다
산에 / 들에 / 우리 맘에
노오란 / 리본이 / 핀다
하늘바다로 간 / 꽃 같은 / 누나 형들이
봄마다 / 아기로 /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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