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앞두고 경비원 감축 분위기

▲ 고양시 아파트단지 모습. 고양시 공동주택 수는 520여 개. 일하고 있는 경비원의 수는 고양시 등록기준으로 약 2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저임금 인상 앞두고 경비원 감축 분위기
경비원 “인원 절반으로 줄어 업무 힘겨워”
입대위 감축시도, 일방적 밀어붙이기도


[고양신문]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인상된 7350원으로 결정되면서 그 불똥이 아파트경비원들에게 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경비원 인원감축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11월은 내년 아파트관리예산을 논의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집중되는 시기여서 자칫 연말을 앞두고 경비원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비 절감 이유로 주민회유

지난 10일 일산3동의 A아파트에 '경비원 감축에 대한 입주민 의견수렴'이라는 공고문이 게시됐다. 입주자대표회가 배관공사 대비를 위한 관리비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경비원 인원을 절반 정도 감축하는 방안을 오는 16일까지 주민찬반투표에 붙이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해당 공고문에 따르면 약 5만원인 경비비(27평 기준)가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할 경우 1만원가량 오르지만 해당 감축안이 시행될 경우 비용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해당 아파트의 한 주민은 “장기수선충당금에 따른 관리비 인상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경비원 감축안이 나오다 보니 주민들 입장에서도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행신동 햇빛마을 24단지 입주자대표회 또한 지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경비원 감축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8명인 기존 경비인원을 절반인 14명으로 줄여 관리비를 절감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타 단지에 비해 경비인원이 많다는 설명까지도 포함돼 있다. 이곳 아파트 주민인 성모씨는 “공고문 내용이 주민들에게 경비원 감축안 찬성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경비원을 절반이나 해고하자는 건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게 일면서 감축안은 아직 반영되지 못하고 재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화정동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12일 '경비용역비 절감 운영에 대한 입주민 동의 안내'라는 제목의 통지서를 가구별로 배포했다. 통지서에는 “현재 76명인 경비인원을 44명으로 축소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입주민의 동의를 받고자 한다.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돼있다. 이 단지는 오는 31일까지 입주민 동의절차를 진행할 예정인데, 작년 9월에도 감축안을 냈다가 주민투표에 의해 부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내년 아파트 관리운영 예산안이 논의되는 10월로 접어들면서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감축을 검토하는 움직임들이 고양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폭이 컸던 까닭에 이러한 모습들이 유독 눈에 띄는 실정이다.

백구현 주택관리사협회 고양지부장은 “정확한 실태파악은 아직 되고 있지 않지만 경비원 감축안을 논의하거나 예정하고 있는 단지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10월 하반기가 지나면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축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백마 아파트 단지에 근무한다는 김경규 경비원은 “옆 단지에서도 경비원 12명 중 6명이 감축돼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고된 분들도 문제지만 남아있는 경비원들도 인원이 절반으로 줄다 보니 관리업무에 힘겨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량해고 막자” 상생협약 움직임

경비원 해고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지자체가 문제해결에 직접 나선 사례들도 있다. 아산시와 기장군은 올해 7월 경비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고용보조금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공동주택 108단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아파트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고양시에서도 일부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양비정규직센터는 작년부터 아파트경비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인권사업을 진행했으며 올해 4월부터는 입주자대표회장, 관리소장, 경비원, 센터가 함께 참여하는 경비인권네트워크를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손용선 고양비정규직센터장은 “경비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오는 25일에는 고양비정규직센터가 주최하는 국토부, 고양시, 입대위, 경비원 등이 참여하는 경비원 고용안정 대책마련 토론회가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생도모를 위해 아파트주민들이 직접 나선 사례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행신동 마을미디어인 ‘행신톡’은 14일 경비원 해고 움직임에 대응하는 자체 주민 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파트별 대처 현황과 현장의 목소리, 전문가 대안들이 제시된다.

현재 고양시 공동주택 수는 520여 개. 일하고 있는 경비원의 수는 고양시 등록기준으로 약 2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파트 비율이 대다수인 고양시의 특성상 이러한 움직임이 경비원들의 대량해고바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작년부터 이 문제에 대응해왔던 신지혜 고양파주노동당 당협위원장은 “관리비 인상을 이유로 경비원 감축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공동주택에서 한 세대에게 부담되는 인상폭은 그리 많지 않다”며 “오히려 다 같이 잘 살자고 올린 최저임금이 누군가에게는 해고로 이어지는 게 과연 옳은 결정인지 되물어봐야 한다. 결국 주민과 경비원 모두에게 손해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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