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시네마 ‘여배우는 오늘도’
28일까지 어울림영화관 상영
문소리, 이달 21일 관객과의 대화 마련

 

빼어난 연기로 국내외의 상을 휩쓴 18년차 연기파 배우 문소리. 누구나 우러러보는 화려한 여배우의 삶을 누릴 것 같지만 한꺼풀 들여다 본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때 화려하게 하늘을 날았던 천하의 문소리지만, 어느 새 배역 하나 따내기 위해 자존심 구겨가며 땀나게 뛰어야 하는 처지가 된 것.

기분전환을 하려고 격의 없는 친구들과 등산을 하지만, 난데없이 끼어 든 제작자의 동행인들과 내키지 않는 술자리를 하다 기분을 망친다. 문소리를 위로한답시고 건네는 친구의 눈치 없는 격려는 오히려 짜증의 강도를 가중시킨다.

이름값은 높고 현실은 찌질하고

높은 이름값과 갈수록 저렴해지는 자존감 사이의 괴리는 영화 내내 반복해서 돌출한다. 문소리 자신은 주변인들에게 “내가 예뻐 안 예뻐?”를 수시로 물으며 시원찮은 대답에 히스테리를 부릴 정도로 찌질해졌는데도, 가는 곳마다 유명 배우를 대하는 스테레오타입의 과잉 반응 때문에 지친다. 부모의 치료비 할인을 위해 치과를 찾아가 홍보용 사진 모델이 돼 주기도 하고, 미용실에서는 영혼 없는 호들갑 인사를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 심지어 남들의 눈을 의식하며 은행에 담보 대출을 받으러 가서도 원치 않는 사인 노동을 해야 한다.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어야 할 집과 가족의 상황도 답이 없다. 하나밖에 없는 어린 딸은 엄마의 잦은 부재를 온 몸으로 증명하듯 수시로 짜증을 부리고, 육아의 책임을 떠안은 친정엄마의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문소리에게 되돌아온다. 치매기를 보이며 요양원의 골칫거리 노인네가 된 시어머니의 상황은 더더욱 점입가경이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낙천적인 시선

3막으로 구성된 영화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앞선 두 장에 비해 감정의 밀도가 더 조밀해진다. 신인 시절 함께 작품을 했던 무명감독의 갑작스런 부고를 듣고 달려간 문소리는 썰렁한 장례식장에서 여전히 무명에 머물고 있는 옛 동료 연기자, 허영심에 들뜬 신인연기자 지망생과 우연히 자리를 함께 하다 뜬금없는 예술 논쟁을 벌인다. 이 대목에서 문소리는 영상 작가, 또는 예술 창작자로서의 자의식을 언뜻 노출시킨다.

하지만 논쟁을 매정하게 몰고 가진 않는다. ‘예술적 쓰레기’에 가까운 작품 하나를 달랑 남기고 죽은 무명감독이 가족을 위해 남긴 영상을 보는 문소리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관객들의 마음에도 슬쩍 습기가 서린다. 예술논쟁을 벌였던 세 사람이 함께 고인의 무덤을 찾은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는 삭막한 공동묘지를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처럼 화면에 담아낸다. 삭막한 삶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찾아내려는 감독의 의도인 양 말이다.

현실과 허구 사이의 재치 있는 줄타기

영화의 정서는 내내 훈훈하다. 상황과 대사의 깨알 재미가 장면마다 포진하고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함과 더불어 세심한 관찰력과 재치 있는 풍자성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누구나 얼마쯤 가지고 있는 속물성, 인간 관계의 비루함 등이 과하지 않게 드러나며, 각자 삶의 피곤함에 대해 좀 더 정직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 영화배우 문소리의 현실과 영화적 허구의 경계가 어디쯤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전체 이야기가 솜씨 좋게 짜여진 구조 안에서 전개된다는 느낌도 던져준다.

특히 문소리의 실제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슬쩍 등장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현실성과 가상성을 절묘하게 매칭해 웃기면서도 짠한 여운을 길게 남겨준다.

영화에 묘사된 장면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가 궁금한 이들은 21일 오후 4시 상영을 보러 가면 된다. 감독 겸 배우 문소리가 직접 고양의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반복되던 질문, 문소리는 예쁜지 안 예쁜지에 대한 답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반갑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 G시네마
여배우는 오늘도

상영기간 : 10월 28일까지
상영시간 : 매주 금·토 10:00 14:00 16:00
상영관 : 고양어우림누리 어울림영화관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노인·장애인·단체 3000원
문의 : 031-814-8165
 

※ 문소리 감독과의 대화 : 10월 21일(토) 14:00 상영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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