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통신>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한 초등학교에 들렀습니다. 1년 전 이맘때쯤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 자라는 나무 종을 조사했습니다. 40여 종 나무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나무 조사를 마치고 학교 중앙 현관을 지날 때입니다. 현관 벽에 교가, 교화, 교목, 교초(校草) 등을 게시하고 있었습니다. 교목은 회화나무, 교초는 인동초였습니다. 게시판을 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를 상징하는 풀’이 인동초였기 때문입니다. 학교 관계자들이 뭔가 큰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아이들에게 식물에 대한 지식을 오랫동안 잘못 알려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아이들은 게시판 내용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동초(忍冬草)는 풀이 아닌 나무입니다. 정식 이름은 인동덩굴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름 끝에 ‘초’가 들어 있어서 풀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흰꽃과 노란꽃이 함께 핀다고 해서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부릅니다. 처음에는 흰꽃으로 피었다가 점차 노란꽃으로 변합니다. 흰꽃과 노란꽃이 함께 피는 게 아니지요. 인동덩굴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덩굴 줄기가 왼쪽으로 감으며 자란다고 해서 ‘좌전등’이라고도 합니다.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수술을 빗대 ‘노옹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열매를 맺는 것도 있고, 아직까지 꽃 피고 있는 인동덩굴도 있습니다. 호수교 아래쪽 계단 옆에서 지금도 금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노란색, 흰색 꽃이 함께 핀다 하여 '금은화'라고도 불리는 인동초.



중간키 나무로 자라는 사철나무가 있습니다. 사철 푸른 나무라는 뜻에서 이름이 왔습니다. 사철나무는 관목처럼 보입니다. 울타리나 화단 조경수로 심기 때문에 워낙 다듬어서 그렇습니다. 호수공원 관리소 뒤쪽에서 자라는 한 그루 사철나무는 중간키 나무라는 걸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굵고 크게 자랐습니다.

줄사철나무가 있습니다. 사철나무와 달리 덩굴성 나무입니다. 달맞이섬 월파정에서 약초섬 방향에 줄사철 무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 줄사철나무 사이에 이름표 팻말이 박혀 있습니다. 아마도 나무 이름이 궁금한 사람들은 살펴보았을 것입니다. ‘줄사철나무, 호박덩굴과’로 적어 놓았습니다. 처음 이 팻말을 발견하고 많이 웃었습니다. 나무 이름표 제작자가 ‘노박덩굴과’를 익숙한 호박덩굴로 크게 착각한 모양입니다. 이제는 잘못 쓴 안내를 고쳤으면 싶습니다. 사철나무는 모두 ‘노박덩굴과 사철나무속’으로 분류합니다.

그렇다면 노박덩굴은 어떤 나무일까요? 노박덩굴은 가을에 열매가 익을 때 눈에 확 들어옵니다. 노란 열매 껍질이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가운데 빨간 씨앗이 보석처럼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 눈을 당기는 색상 대비입니다. 아랫말산 아래쪽에 물레방아와 정자가 있습니다. 이곳 정자쪽에서 자연학습원 방향으로 산책로를 따라가면 곧바로 호숫가 방향 풀밭 가장자리에 여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노박덩굴, 찔레, 보리수, 좀작살나무 등이 제 색깔을 자랑하듯 경쟁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호수공원에 덩굴식물 터널이 있습니다. 2015년인가 조성했습니다. 이곳 덩굴식물 가운데 으름덩굴은 수많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크기도 모두 다르고, 익는 속도도 다릅니다. 제 모습대로 환경대로 자라고 있습니다. 사계절 변하는 나무들 모습 속에서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우리도 조금씩 변해왔을 것입니다. 어느덧 10월 막바지입니다. 나무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서서히 잎을 버리고 혹독한 추위에 대비하겠지요.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는 노박덩굴.
빨간 씨앗을 터뜨리고 있는 노박덩굴 열매.
호수공원 덩굴식물 터널에서 만날 수 있는 으름덩굴 열매.
가을을 맞고 있는 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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