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김종일 동화작가.소설가

[고양신문]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이다. 적폐란 그동안 쌓여온 폐단을 뜻하는 말이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정리해서 깨끗이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적폐 청산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지난 정권의 적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댓글 공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농단과 국가 권력의 사유화 등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처럼 국민이 부여한 국가 권력을 정당하게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유화 하고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천 번 만 번 지탄을 받아야 할 일이다. 또한 이런 범죄 행위에 대해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력은 당연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행사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력은 불행하게도 그런 당연한 일을 등한시 하고 권력의 사유화를 통한 국정 농단 사태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 참으로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국가 권력은 그렇다치더라도 지방 권력은 어떠한가. 오늘날의 지방 권력도 중앙 권력 못지않게 적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앙 권력뿐만이 아니라 지방 권력의 적폐 청산도 필요한 일일 터이다. 특히 우리 고양시의 적폐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제를 통해 단체장을 주민들이 선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지방자치제의 연륜이 짧은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이 제도를 도입한 결과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도의 필요성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지만, 주민의 민도가 낮고 정치의식이 결여되어 적응기간이 앞으로도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다. 따라서 지방자치제의 성공 여부는 주민들의 민도를 높이고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각성하고 적극적으로 시의 정책과 행정에 대해 감시하고 공무원들의 업무와 관련한 부정과 비리가 있는 지 살펴보아야 한다.

필자는 최근 요진개발 사태에 대한 시의 행정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큰 적폐라고 생각한다. 시가 허가를 내주었으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여 그들이 약속한 기부채납을 당연히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요진개발 측은 수천억원의 개발 이익을 챙기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시민이 급기야는 단식 행동을 통하여 부당함을 호소하고 요진개발 측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시는 기업이나 개발업자 편을 들어 행정을 할 것이 아니라 시와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런 일이야말로 지방자치제의 참뜻이고 단체장을 선출해준 지역주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시는 그에 더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보여지지 않는 행정은 그야말로 적폐가 아닐 수가 없다. 또한 자족기능과 환경을 무시한 개발 위주의 행정 또한 적폐이다. 시는 최우선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행정의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토착비리의 폐단과 상명하복식의 획일적 일처리 또한 적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의 덕목을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이를 현재의 단체장들은 반면교사로 삼아 단체장들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해야 할 것이다. 목민관은 백성을 보살피는 목자(牧者)라고 했다. 목민관으로서의 자세로서 율기육조(律己六條)를 말하는 바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항상 청렴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셋째는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넷째는 공무로 오는 이외의 객(客)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는 관재(官財)를 절약해 쓰는 것이다.
여섯째는 즐거운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다.

이상 여섯 가지를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목민관의 자세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오늘날 우리 사회 전 부분에서 적폐가 쌓이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적폐가 없는 깨끗한 사회에서 살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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