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황영일 솔지갤러리 대표


[고양신문] “장모님만 생존해 계셔서 그런지 어르신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무척 난다”는 황영일(52세) 솔지갤러리 대표는 어르신 손님에게 유독 약하다. 가격 때문에 원하는 가구 구입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 손익계산을 아예 하지 못한다. 

한 할아버지는 돌침대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몇 개월에 걸쳐 쌈짓돈을 모아왔다. 하지만 그래도 돈이 모자라 애를 태웠다. 파주 금촌에서 왔다는 한 할머니는 곡선이 멋진 장롱을 사기 원했는데 가격이 만만찮아 함께 온 할아버지와 애먼 말다툼을 벌였다.

황 대표는 이런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연로하신 분들을 보면 부모님 같아서 이윤을 남기지 않고 원가로 드렸는데, 너무나 좋아하셔서 오히려 제 마음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5년째 공장직거래 형태의 가구전시장을 운영한다. 처음엔 일산가구공단에서 문을 열었고, 생산공장을 같이 운영했던 성석동 감내마을을 거쳐 8년 전에 덕이동 패션1번지 끝자락인 덕이고등학교 옆으로 옮겨왔다.

큰딸 이름을 상호로 사용할 정도로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 황 대표는 “자개장 장인이었던 동서의 권유로 가구와 인연을 맺었는데,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좋아 오랫동안 가구전시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을 오래 하다보니 힘겨울 때도 많았다. 이곳 덕이동에선 오픈한 지 얼마 안돼 비 피해를 봤다. 당시 주변은 개발이 한창이었는데 장맛비가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미처 하수도로 빠지지 못한 물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가구들이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트럭 10대 분량의 물에 젖은 가구들을 모두 폐기처분했지만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가슴앓이를 했다.

물난리를 겪고 6개월 후, 황 대표는 매장 바닥을 높이고 180평의 전시장에 북유럽풍 원목가구를 채워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곳 전시장은 합리적인 가격의 실속 있는 원목가구들을 만나볼 수 있어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 사는 자녀들이 강원도, 전라도 지역 거주하는 부모님 선물로 구입하고, 외국에서도 자녀들이 부모님 선물로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황 대표가 안전한 배송을 위해 직접 강원도 삼척까지도 가는데, 그곳 고객이 '멀리서 왔다'며 잔뜩 싸준 반찬을 가져온 적도 있다.

10년 넘은 단골들 덕에 마음이 든든하다는 황영일 대표는 “큰딸과 함께 좀 더 현대감각에 맞는 가구를 제작해 고객들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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