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시종 소설가 초청, 제61회 고양포럼

소설가 백시종


남북한 문학인 교류 활성화 필요
“한글의 위대함 외국에서 확인”
“우리말로 글 쓰는 자긍심 커”


[고양신문] 매달 세 번째 주 월요일 오후 7시 일산동구청에서 열리는 고양포럼이 61회를 맞았다. 고양신문이 주관하고 고양작가회의, 고양YWCA, 고양YMCA, 고양시걷기연맹, 두레협동조합, 고양파주흥사단, 행복한미래교육포럼, 통일을이루는사람들, 고양평화누리가 공동주최하는 고양포럼의 10월 행사는 특별히 고양작가회의가 원로 작가인 백시종(73세) 소설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16일 통일문학강연으로 열린 고양포럼에서 백시종 소설가는 자신의 삶과 작가가 된 계기, 해외에서의 작가적 경험, 한글의 위대함,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는 민족으로서 통일의 당위성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스스로를 ‘늙은 문학청년’이라고 소개한 백 소설가는 시종일관 본인을 낮추며 겸손한 자세로 강연에 임했다. 글을 쓰기 위해 17년 전 술까지 끊었다는 그는 ‘오로지 글 쓰는 일에 집중하자, 청년처럼 써보자’는 일념으로 70대인 지금도 매년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매년 1편 이상의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다작 작가다.

백 소설가는 10대 후반 아버지가 추천한 은행 취업에 실패해 취업재수를 하며 ‘심심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 본 10여 권의 소설이 작가가 된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적성에 맞지 않은 은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라벌예술대에서 미술을 공부했지만, 물감 값이 비싸서 국전(미술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대신 글을 써 신춘문예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도전한 신춘문예에 덜컥 입선하고 심지어 심사위원이던 소설가 김동리에 의해 현대문학에 추천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백시종 소설가는 김동리 선생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지금까지 작품을 쓰는 동기이자 열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 소설가는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게 된 일화도 소개했다. 현대그룹에서 근무하던 당시 이슬람국가인 알제리에 출장을 갔을 때다. 그때 한국인 선교사가 알제리에서 소수민족 언어 살리기 운동을 한창 지원하는 모습을 옆에서 목격했다. 당시 이슬람은 이슬람 종교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해 소수민족의 언어를 말살하고 아랍어를 보급하는 정책을 펴오고 있었다. 선교사가 지원하는 소수민족은 말만 있고 글이 없어서 그들 언어로 읽히는 책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 언어의 발음을 한글표기법으로 하니 영어표기법보다 몇 배는 빨리 문자가 습득됐다는 이야기다. 결국 그들의 언어로 읽히는 성경은 한글로 처음 출판됐다고 한다.

 

16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포럼

 

백 소설가는 “수천수만 년 사용한 우리의 언어가 과학적인 한글과 만났고, 그 한글을 이용해 글을 쓰는 작업은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 언어와 한글로 문장과 낱말을 만들어내는 것 차체로 자긍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인으로서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정치와 경제에는 이념이 있을지 모르지만, 문자에는 이념이 없어요. 남북이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통일은 당위성을 가집니다. 경제교류가 힘들고 종교 간 교류도 힘든 상황에서 문학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북도 언어에는 관대합니다. 언어학자와 문학작가들의 남북교류가 절실합니다.”
 

◼소설가 백시종은 1944년 경남 남해군에서 태어났다. 광주상고를 거쳐 서라벌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해 66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나룻배’가 입선했고,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꽃마음’이 당선됐다. 같은 해 ‘현대문학’에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데뷔했다. 67년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비둘기’, ‘둑 주변’이 각각 당선됐다. 

주요작품으로 ‘신화가 보이는 숲’, ‘들끓는 바다’, ‘바람난 황제’ 등이 있다. 낭만주의적 문체로 현실 세태에 대한 풍자가 날카로운 작가로 평가받는다. 제1회 한국소설문학상, 제38회 한국문학상, 제2회 채만식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통일문학포럼 회장, 김동리기념사업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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