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강연 ‘음식쾌락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17일 '고지식곤서트'에서 '음식쾌락은 어떻게 탄생해였나' 에 대해 강연중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사진=휴로인터랙티브)

[고양신문] TV를 켜면 먹방·쿡방 등 음식관련 방송이 넘쳐난다. 유명 연예인들까지 가세해 너무나 현란하고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먹어댄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이고 입맛을 다시게 된다. 왜 그럴까? 바로 우리 머릿속에 있는 거울신경(mirror neuron)의 모방과 복사 행위를 통해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까칠한 미식가’로 불리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지난 16일 어울림극장에서 ‘음식쾌락은 어떻게 탄생하였나’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고양시가 ‘고양, 함께하는 지식 콘서트’라는 의미로 이름을 ‘고지식콘서트’로 짓고 준비한 두 번째 열린 강좌 시간이었다. 지난 10일, ‘진정한 시민참여 언론은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주진우 시사IN기자의 첫 강의를 시작으로 24일(화)에는 별모래극장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육학부 교수가 ‘디지털이미지의 미학’에 대해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올 1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본 강연 전 9명으로 구성된 ‘일산대금’팀이 사전 공연을 통해 행사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인연’, ‘홀로아리랑’, ‘Let it be’ 등 가요와 팝송을 여러 국악기와 기타로 합주한 퓨전 국악을 들려줌으로써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고양시는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위해 올해는 강연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팟캐스트에서 볼 수 있게 했다. 모든 강연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사전접수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1992년부터 음식과 관련된 글을 쓰며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황교익씨는 현재 TV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도 출연중이다. 그의 열정적인 강연을 경청한 한 청중은 “잘 모르고 생각 못했던 내용을 진지하고 밀도있게 얘기해 줘서 너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강의 내약을 요약 소개한다.

고지식콘서트에서 소금의 짠맛에 대해 설명중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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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행동을 따라하는 거울신경(mirror neuron)

맛이라는 게 특정 대상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맛은 어디에 있는가? 요즘 유행하는 먹방·쿡방은 음식 방송인 듯이 보이지만 음식 방송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사람의 방송이다. 그 방송들을 보고 있으면 먹고 싶다는 욕구가 자동으로 든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먹고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쾌감을 내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거울신경의 모방과 복사 행위에 의해서 가능하다. 의식하지 않고 자동으로 상대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가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같이 웃고, 화내면 같이 화낸다. 음악이나 문학작품들을 감상할 때도 작곡가나 작가의 감정을 복사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문화는 고도로 발달한 감정을 복사하는 행위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금처럼 거대한 집단 문명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서로 감정을 복사하는 일이 필요했을까를 궁금해 하다 먹을거리와 관련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육식도 하고 초식도 한다. 육식동물로서의 뛰어나지 못한 인간이 이처럼 넓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동물이 됐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능력이나 전략이 필요했다. 그것은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지 먹자’는 것이었다.

맛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즉 인간만이 음식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혀로 5가지 맛을 느낀다. 바로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이다. 이처럼 다섯 가지의 맛을 느끼는 이유는 생존과 직결된다.

맛의 기본인 짠맛

짠맛을 내는 소금(NaCl)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무기질 중 하나로, 하루에 5그램씩 섭취해야 한다. 무염식을 하게 되면 기운이 없고 뇌도 안돌아가고 생명이 위험하기도 하다. 우리 입에 짠맛이 들어오면 ‘맛있다, 먹어야 돼’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음식은 짜고 일본음식은 달고 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음식이 제일 짜다. 보통 하루에 12그램 정도의 소금을 먹고, 새우젓처럼 매우 짠 것에 단맛과 마늘, 파, 고춧가루 등 매운맛이 나는 갖은 양념을 넣어 먹는다. 이렇게 하면 짠 것을 모르고 먹을 수 있다. 우리 음식이 맵고 짜고 단 이유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마셔 얼굴이 붓는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매운맛을 줄이면 단맛도 줄고, 단맛을 줄이면 짠맛을 줄일 수 있다.

정말 좋은 음식은 소금하나로 승부하는 음식이다. 갖은 양념과 만능간장을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음식 맛이 다 똑같아진다. 그것만 있으면 요리를 할 필요도 없고, 심하게 말하면 사료를 먹는 것과 같다.

기운이 나는 단맛

단것을 먹으면 힘이 난다. 밥,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의 탄수화물 속 전분질이 쪼개지면 단맛이 난다. 설탕에도 탄수화물이 들어있어 몸에 들어와 에너지로 작동하는 것은 같지만 작동하는 시간이 다르다. 설탕은 몸속에 들어오면 즉시 에너지로 작동하는 속효성 에너지이지만, 밥은 시간이 걸리는 완효성 에너지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특정 에너지 음료는 설탕물과 같은 것이다.

식당음식이 단 이유는 음식을 많이 먹게 만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외식업체는 음식에 설탕을 넣는다. 최근 방송에서 ‘슈가보이’라 불리는 한 먹방스타는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음식에 설탕을 듬뿍 넣는 레시피를 보여준다. 식당에서는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는 것이 현실이므로 ‘집밥’대신 ‘식당밥’이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당 섭취를 줄이기 중인 이즈음, 음식에 다량의 설탕을 넣는 모습을 방송에서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은 문제다. 그동안 엄마나 선생님으로부터 단것을 많이 먹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는데, 괜찮다며 설탕을 듬뿍 넣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는 방송이 사회적 윤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음식에 감성표현 언어를 붙인 감칠맛

1930년대에 일본 광고에 등장한 ‘아지노모도’라는 화학조미료(MSG)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칠맛 미원’으로 소개됐다. 미원은 아미노산 덩어리 만들어진 단백질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고 인공으로 만든 것이다. MSG 자체를 맛보면 밍밍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맛이다.

그런데 미원의 경우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이라는 감각 언어와 달리, 감칠맛이라는 감성표현 언어를 음식에 붙였다. 우리가 그 맛을 즐기는 이유는 MSG의 맛이 아니라 감칠맛이라는 언어에 중독된 것일 수도 있다. 짠맛, 단맛, 감칠맛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이다. 몸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짠맛, 양질의 단맛과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한다.

고지식콘서트에서 강연중인 황교익 강사.

먹으면 안되는 맛을 표시하는 신맛과 쓴맛

혀의 다양한 기능 중 먹지 못하는 음식물을 분별하는 기능이 있다. 신맛이나 쓴맛이 느껴지는 음식은 먹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식초처럼 신맛이나 커피나 씀바귀 같이 쓴 것도 먹는다. 원래 신맛은 오래된 음식의 표시로 먹으면 안되는 맛이었다. ‘순수한 동물인간’, 아기가 신맛을 먹을때를 관찰해 보면 이해가 쉽다. 얼굴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르르 떤다.

그런데 우리는 문명 인간으로 진화했다. 원시시대 먹을 게 없어 신맛이 나는 음식도 먹었지만 죽지 않았고, 인간은 그런 음식을 분별하게 됐다. 사람은 세대를 반복해 끊임없이 교육을 하는데 신맛은 교육이 안 된다. 해서 아기 엄마는 귤처럼 신맛을 내는 음식을 먹고 끊임없이 아기에게 매우 맛있다는 표현과 함께 표정을 보여준다. 아기는 엄마의 쾌락을 보고 복사하면서 그 음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즉 신맛을 먹게 되는 것은 음식을 쾌락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가능해 진 것이다.

쓴맛도 몸에 좋은 타격을 주면 약이 되고 나쁜 타격을 주면 독이 되는 음식이다. 원래의 동물인간은 생존을 위해 쓴맛을 밀어내야 했다. 아기들은 쓴맛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하지만 신맛과 마찬가지로 아기는 맛있다고 연기하는 엄마의 쾌락을 보고 그 음식을 먹게 된다. 인간은 고통과 쾌락을 엮어서 즐긴다. 놀이동산에서 공포를 느끼며 짜릿함을 즐기는 예가 그렇다. 신맛과 쓴맛이라는 음식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그렇다.

냄새와 맛의 관계

맛은 5가지로 분별하지만 냄새, 즉 향 분자는 정확히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냄새는 문화마다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홍어나 굴비를 서양 사람들은 고약한 냄새로 기억한다. 우리에겐 냄새가 진한 치즈가 그렇다. 맛은 냄새의 기억들을 어떤 언어로 표현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뇌에 인식된 감각은 똑같다. 그런데 각 민족과 국가, 지역마다 기호 음식과 혐오 음식이 다르다. 각각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 이유는 어떤 음식에 쾌락을 붙였는가 아닌가의 문제일 뿐이다.

 

고지식콘서트에서 퓨전국악을 사전 공연중인 일산대금.

먹방과 쿡방, 가상연애와 육아프로그램이 유행인 이유

우리나라의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설탕소비량이 급증했다. 분유세대(설탕세대)의 등장 때문이다. 분유를 통해 아기들은 단맛을 먹기 시작했고, 엄마와의 접촉은 모유수유를 할 때 보다 줄었다. 그런데 현재 5포세대와 설탕세대가 동일하다. 수유기 때 엄마와 한 접촉을 연애할 때도 똑같이 하지만 분유를 먹고 자란 5포세대는 이런 애착 경험을 놓친 것이다. 이는 산업사회와 연관된 것으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

결핍도는 시청률과 같다. 지금 TV에서 유행하는 먹방과 쿡방들, 가상의 연애 프로램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것처럼 생각하라고 보여주는 것으로 실상은 매우 비참하다. 혼밥의 경우도, 현실적으로 혼자서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데 그것을 자발적인 것, 세련되고 우아한 풍토인 양 환상을 부추긴다. 자본주의에서는 가족들을 끊임없이 쪼개야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자 밥을 먹는다 해도 혼자 먹는 게 아니다. TV를 켜고 TV속의 누군가 가짜 인간과 함께 밥을 먹는다. 하지만 이때의 쾌락은 미약하다. 밥이나 음식의 쾌락은 누군가와 같이 먹어야 맛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핵심은 혼자서는 행복해 질 수 없고 음식도 같이 먹어야 맛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잘 챙겨둬야 한평생 행복할 수 있다. 나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이웃들, 친구들, 가족들을 잘 챙기기 바란다.

 

고지식 콘서트 

접수 : 고양시청 홈페이지(http://goyang.go.kr)
         고지식콘서트((https://www.facebook.com/gogoconcert)
문의 : 고양시 민원콜센터 031-909-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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