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싸움에 골목상권 피해

이케아가 지난 19일 광명에 이어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원흥지구에 국내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대기업 싸움에 골목상권 피해
상인들 “장사 못하겠다” 하소연
250여 가구업체 피해 가장 커


[고양신문] 글로벌 가구 공룡기업 이케아가 드디어 고양에 상륙했다. 지난 17일 프리오픈을 한 이케아가 19일 그랜드오픈에 맞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8월 오픈한 국내 최대 규모 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 그리고 이케이와 한 건물에 입주한 롯데아울렛까지 영업을 시작하면서 지역 내 교통난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상공인 중에서는 가구유통업체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부터 가구 제조·유통의 메카였던 고양시는 중소가구업체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많은 제조업체들이 떠났지만 지금도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230여 개 매장이 덕이동, 식사동에 있는 가구단지를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1위 가구기업인 한샘이 스타필드에 입점했고, 이제는 세계적 기업인 이케아까지 들어오면서 지역 가구업계가 한순간에 초토화될 위기에 처했다.

고양시와 그 인근에서 매장을 열고 있는 가구인들은 이제 장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몇 개 업체는 벌써 문을 닫겠다는 곳도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매출은 매년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샘과 이케아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공룡 기업들이 지역상권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는데 소상공인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이케아가 이달 둘째 주부터 회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영업을 시작하면서 운정가구단지는 10월 매출이 30% 감소했다. 그랜드오픈 전부터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케아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면 가구업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케아 오픈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가구업체 소상공인들(운정가구타운)이 지난 18일과 19일, 고양시청과 이케아 앞에서 “생존권 보장”, “이케아 철수”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현재 스타필드 고양에는 한샘, 에이스침대, 일룸, 신세계PB가구제품 등 10여 개 가구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또한 이케아는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소품, 유아용품, 주방용품, 문구류 등 수많은 물품을 취급하고 있어 가구업체뿐 아니라 여러 소상공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 더욱이 이케아와 손잡은 롯데는 안파는 것이 없는 대형유통사다.

덕양구 원당시장에서 이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이케아는 가구점인줄 알았는데 내가 판매하는 용품들을 이케아가 모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스타필드, 이케아, 롯데아울렛이 한꺼번에 장사를 시작한다고 하니 우리 같은 작은 가게들이 장사가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통문제 또한 심각하다. 스타필드가 오픈하면서 주말만 되면 차량이 진입로로 몰리면서 인근 아파트단지 출입구 1곳은 아침부터 밤까지 무용지물이다. 또 주차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인근 골목길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방문객이 늘어 주차문제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케아 주변은 스타필드보단 덜하지만 이곳도 주차장 문제로 인근 상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케아가 외부에 임시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근 상인들은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으로 교통량이 증가하고, 상가 앞에 무단으로 주차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거대 쇼핑몰이 연이어 오픈하면서 영세상인 피해와, 교통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소상공인 특례보증 제도를 강화하고 지역 상인회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위한 이벤트 행사를 중점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1회성이나 단기적인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교통문제에 대해서 시는 “이케아는 스타필드에 비해 유발교통량이 절반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스타필드 만큼의 교통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앞으로 교통·주차문제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고양시 지역 상인회 관계자는 “대형 쇼핑몰이 늘어나면 골목상권이 무너진다. 골목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고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모습을 시민들도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택지개발이 진행되면 고양시에 대형마트가 더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규제나 장기적인 대책이 없다면 고양시 골목상권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기형적이 상권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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