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내 친구 정일우’ 어울림영화관 상영

故 정일우 신부의 경이로운 사랑의 여정
한국 다큐멘터리 대부 김동원 감독 신작
고양영상미디어센터 G시네마 11월 상영작

 


[고양신문]  ‘판자촌의 예수’로 불리는 정일우 신부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삶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내 친구 정일우’가 11월 G시네마 상영작으로 선정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영화관에서 상영된다.

정일우 신부(미국명 존 빈센트 데일리)는 청년 사제 시절 아시아 동쪽 끝의 가난한 나라 한국으로 날아와 서강대학교 교수 등을 지냈지만 ‘복음을 입으로만 살아서는 안된다’는 평소 생각을 실천하며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빈민들의 친구가 됐다. 이후 1970년대의 청계천 판자촌과 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의 상계동 철거 현장 등 철거민과 부랑아, 고아, 걸인들의 눈물이 있는 곳이 그의 삶의 현장이었다. 86년 고 제정구 의원과 함께 ‘막사이사이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던 정 신부는 94년 충북 괴산으로 들어가 ‘예수회 누룩 공동체’라는 농사 공동체를 꾸리기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정 신부는 이 땅의 평범한 무지랭이처럼 늘 헝클어진 머리로 헐렁한 추리닝과 고무신을 걸치고, 커피와 담배 한 개비로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늘 활기차고 유쾌하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네 명은 이런 저런 인연으로 정일우 신부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 본 이들이다. 예수회 한국관구의 전주희 수사, 정일우 신부와 함께 빈민운동을 펼친 동지였던 故 제정구 의원의 부인 신명자 복음자리 이사장, ‘상계동 올림픽’을 만들며 정일우 신부와 만난 김동원 감독, 정 신부와 함께 괴산에서 농사를 지었던 김의열씨가 그들이다.

네 명의 내레이터가 차례차례 풀어놓는 각자의 기억 속 정일우는 항상 뜨거운 가슴과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낮은 자들의 친구’ 모습으로 회고된다. 가톨릭 사제였지만 종교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인종과 국적, 신분과 나이를 초월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만남의 경계를 넓혀갔던 정 신부의 삶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는지를 영화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이는 88년 ‘상계동 올림픽’으로 다큐멘터리 장르의 새로운 기원을 연 김동원 감독이다. 이후 선댄스영화제 수상작 ‘송환’(2004년 작)을 비롯해 수많은 화제작을 완성하며 한국 다큐멘터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우뚝 선 김 감독은 신작 ‘내 친구 정일우’를 들고 9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김동원 감독은 정일우 신부에 대해 “청계천부터 시작된 가난이 완전히 체화된 삶을 살았다”면서 “가난을 즐길 줄 알았기에 진정 자유로웠던 분”이라고 말한다.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처럼 가난한 이웃들과 어울렸고, 김수환 추기경이 고해성사를 청할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던 정 신부는 영화속에서 “높은 사람, 배운 사람, 돈 있는 사람이 나라를 올바르게 잡아가지 않기 때문에 이 나라의 희망은 가난뱅이뿐”이라고 말한다. 각박한 세상에 대한 절망과 피로가 더해가기 때문일까.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깊은 울림이 마음을 두드린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 G시네마
‘내 친구 정일우’

상영기간 : 11월 3일(금)~24일(금)
상영시간 : 매주 금·토 10:00 14:00 16:00
상영관 :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영화관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노인·장애인·단체 3000원
문의 : 031-814-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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