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일산 사과나무치과 원장의 <건강칼럼>

김혜성 일산사과나무치과 대표원장

충치가 발생하는 원인은 내 입 속에 사는 세균이다. 입 속에 어떤 세균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충치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입 속 세균의 종류나 숫자는 부모의 유전을 통해 전달되는 것일까. 

흔히 부모에게 충치가 많은 경우 유전적 이유로 인해 아이들에게도 충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치로 고생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아이들의 충치 예방을 위해 치과에 좀 더 자주 방문하고 올바른 칫솔질을 습관화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우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충치 유전자에 대한 오해는 풀어줄 필요가 있을 듯싶다.
 
내 입 속에 어떤 세균이 사느냐는 유전적 영향도 있고 환경적 영향도 있다. 유전적으로는 내 입 속에 어떤 생화학 물질이 있느냐가 세균의 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다음 세대의 구강 상태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후천적인 요인이다. 먹고 싸고 씻는 후천적 습관이 내 몸 속에 사는 미생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유전자를 분석하여 아이들의 충치 발생 여부를 미리 알거나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적 영향과 후천적 영향 중 구강 세균이나 충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이를 판별해보기 위한 연구가 유명한 학술지 Cell Hosts & Microbes 최근호에 발표됐다. 만 5세에서 11세 사이의 485쌍의 쌍둥이로부터 치아 플라그를 채취해서 미생물 검사 했다. 구강 내 미생물이 밀집해 있는 플라그를 조사해 충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세균들과 충치 여부도 확인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설탕 섭취 정도를 조사했다. 이 쌍둥이들은 유전자와 환경 모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와 유전자는 다르지만 환경은 같은 이란성 쌍둥이가 섞여 있었다. 구강미생물의 유사성은 일란성 쌍둥이, 이란성 쌍둥이, 쌍둥이가 아닌 사람들의 순서였다. 유전자가 같거나 닮을수록 구강 내 미생물이 더 닮은 것이다. 유전자의 영향이 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생물 조성은 유전자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균들은 충치 발생과 별 상관이 없었다. 충치를 만드는 세균으로 지목되는 뮤탄스균(Streptococcus mutans)은 유전적 발생보다 설탕 섭취와 연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강미생물의 조성이나 충치의 발생은 유전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후천적 환경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설탕 섭취를 줄이고 평소 구강위생 습관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입 속의 박테리아는 치아가 나오기 전에 이미 구축이 되고 심지어 치아가 모두 빠진 이후에도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설탕이 많은 식품은 충치 발생의 원인이 되는 나쁜 박테리아와 그 공동체를 키운다.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산(Acid)성분은 충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충치를 유전적 원인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식생활과 치아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김혜성 일산사과나무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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