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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에게는 ‘이타적 DNA’가 흐릅니다”이수석 일산소방서 구급팀장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10.30 11:36
  • 호수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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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천직”이라는 긍정의 아이콘
시간 쪼개가며 일·운동·공부 병행
“대원들 트라우마, 심리치유로 극복해야”


 


[고양신문] 늘 긴장 속에서 일하면서도 운동을 즐기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며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고 다니는 소방관이 있다는 귀띔을 듣고 일산소방서를 찾아가보았다. 소문의 주인공 이수석 구급팀장의 첫인상은 예상처럼 기운차고 밝았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고양시에서 일하는 모든 소방대원들의 활약에 응원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이수석 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생명 살리는 일 가장 보람돼”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수석 팀장은 경호학과를 졸업한 후 경찰관과 소방관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주황색 소방복을 선택했다. 대개의 소방관들이 그렇듯 그 역시 소방업무 본연의 순수한 사명감에 매료된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도 매력적이지만, 소방관이 하는 일이 더 끌렸어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잖아요.”

부천소방서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김포소방서를 거쳐 2008년부터 일산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소방의 기본 업무인 화재진압은 물론, 구조·구급 업무를 골고루 경험했다.

천직이라고 해도 생과 사의 위기를 자주 넘나들어야 하는 소방대원으로서의 삶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을 터. 그 역시도 몇 차례의 위험한 순간을 겪으며 초년기의 패기가 위축되기도 했다.
“신입대원일 때는 말 그대로 물불 안 가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죠. 냉정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선배대원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몇 차례의 아찔한 순간을 겪고 나니 나도 모르게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더라구요.”

힘든 업무 견디게 해 주는 끈끈한 동료애

이 팀장은 2012년의 연말을 회고하면 지금도 마음이 비통해진다. 그해 겨울 일산소방서에서 보름 사이에 두 건의 소방관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한 건은 화재진압을 하던 중 추락을 해서, 다른 한 건은 갑자기 번진 불길을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동료 두 명이 연이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어제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동료를 하늘나라로 보낸 심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공공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을 사회에서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지만, 소방관 동료들의 마음에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부채감으로 남는다. 지금도 사고지점을 지날 때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동료가 좋아했던 간식을 일부러 던져주고 가기도 한단다.

위험한 순간이 안겨 준 공포와 상처를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일산소방서에서 대원들의 진솔한 체험수기를 모아 펴낸 『내 생애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소방대원들 모두에게 소중한 자료가 됐다.
“우리 대원들은 물론 다른 소방서의 대원들에게도 책을 좀 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어요.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이수석 팀장은 힘들고 위험한 일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든든한 동력은 대원들 간의 끈끈한 동료애라고 말한다. 구성원 하나가 사고를 당하면 전국의 모든 동료들이 정성을 보태는 조직은 아마 소방관밖에 없을 거라는 게 이 팀장의 자부심이다.
 

이수석 팀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산소방서 야구동아리는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진제공=이수석>


스포츠 동아리 이끌며 스트레스 날려

소방대원들을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고민은 시민들의 아쉬운 시민의식이다. 평소에는 소방관의 헌신성을 존중하고 칭송하던 시민들도 막상 다급하고 아쉬운 상황이 닥치면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급할수록 위기 상황의 전문가인 소방대원의 말을 신뢰하고 믿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야 가장 빨리, 가장 안전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이 팀장은 가만 두면 누적될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날려버리고,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갖고 있다. 동료 대원들과 함께 헬스동아리, 야구동아리 등을 만들어 활동하는 이유도 스스로의 정신건강과 동료애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팀장이 중심이 된 스포츠 동아리는 각종 시합과 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며 가장 알차게 운영되는 동아리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이 팀장은 헬스 동아리도 이끌고 있는 소문난 몸짱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이수석>

 

동료들과의 유쾌한 소통은 일상과 업무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청량제다. <사진제공=이수석>


경험·이론 겸비한 심리치료 전문가 꿈꿔

2년 전부터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치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대학에서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
“최근들어 소방대원들의 심리 치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적 위험보다도 더 무서운 게 심리적 내상이니까요. 상담심리 공부를 직접 해 보니 나도 모르게 나 자신도 내상을 쌓아놓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어느새 가족치유심리사, 중독재활치료사 등 관련 자격증을 하나하나 취득하고 있는 이수석 팀장은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장점을 살려 동료 대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나둘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소방대원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주시면 더 힘을 낼 거예요. 모든 소방대원들의 피 속에는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열정적인 DNA가 흐르고 있으니까요.”
 

이 팀장은 화재 진압 현장에서 피치 못하게 누적될 수밖에 없는 대원들의 트라우마를 적절한 심리상담 과정을 통해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이수석>
"소방대원들의 내면에는 남을 돕고자 하는 사명감이 잠재돼 있습니다!" <사진제공=이수석>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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