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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처럼 순수한 음악 들려드려요"감성 가득한 '시노래' 부르는 듀오 밴드 '헬로 유기농'
  • 정미경 시민기자
  • 승인 2017.11.02 11:48
  • 호수 1344
  • 댓글 0

29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듀오 '헬로 유기농'이 인문학자 김경윤씨와의 감성 버스킹에서 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고양신문] “바람이 무심코 지나칠수록 / 연못은 더 깊은 곳까지 흔들린다 // 바람이 가는 곳 / 어디든 가려는 듯 / 밀려오는 잔물결 잔물결 // 눈보라치는 / 벚꽃 이파리로도 잠재울 수 없었던 / 젊은 날의 젊은 날의 잔물결이여~~~”

권정우 시인의 ‘마흔 즈음’이라는 시에 곡을 붙여 들려주는 노래가 마음을 울린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고 한번 듣고 나면 긴 여운이 남는다며 언제, 어디서 또 들을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노래를 부른 ‘헬로 유기농’은 인공적인 것에 찌든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유기농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듀오 밴드다.

헬로 유기농은 지난 29일 한양문고 주최로 호수공원에서 인문학자 김경윤씨와 함께 ‘감성 버스킹’ 공연을 펼쳤다. 40대와 50대인 헬로 유기농 멤버들은 20~3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에 지쳐가고 있을 즈음, 시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 그들의 음악을 듣는 이들도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다.
 

호수공원에서 '헬로 유기농 & 인문학자 김경윤 감성 버스킹'을 끝낸 후, 왼쪽부터 김경윤, 이다겸, 나명호씨


“선생님은 막연한 꿈이었어요. 사실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구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과 달리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노래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감탄을 하고 인정을 해줬어요. 내 나름대로의 감정을 실어서 노래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헬로 유기농의 여성 멤버 이다겸씨는 고양시 소재 모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기도 하다. 오빠가 5명이 있다. 어렸을 때 이씨보다 9살 많은 오빠가 음악을 끼고 살았다. 70년대 팝송이 엄청나게 유행할 때 LP 판을 많이 갖고 있었고, 오빠가 즐겨 듣던 스모키, 사이먼 앤 가펑클, 아바, 비지스, 비틀즈 등의 노래를 너무나 많이 듣고 살았다. 또 다른 오빠도 피아노를 치고 노래도 잘 불렀고 이씨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헬로 유기농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는 나명호씨는 모 증권회사 강남지점의 부장이다. 1982년도에 직접 곡을 써서 강변가요제에 나가 본선에 진출한 실력파인데 당시 너무 현실 참여적인 가사 때문에 검열에 걸려 떨어졌다.

대학졸업 후 증권회사에 다니다 보니 그 세계는 마치 신천지와 같았다. 자신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살았다. 90년대 초반에 노래방 기계가 나오고부터는 기타를 칠 이유도 없었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그때의 상황을 알 수 있다.

“현재 하는 일도 매력이 있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보다 머리가 굳은 것 같고 힘이 달리는 느낌이에요. 다소 지치고 힘들어 할 때 친구 권유로 기타 동호회에 가입해서 이다겸 선생을 만나게 됐어요. 그곳에서 ‘산에서 나오며’라는 시노래를 듣고 정말 잘 어울린다 생각했죠. 제가 지쳤을 때 그 노래를 들으니까 힐링이 되는 것 같았어요. 요즘은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잖아요. 그런데 시노래는 이 선생보다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주변에 기타 치며 노래하는 7080 밴드가 많지만, 대개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1회성으로 끝인 경우가 많다. 반면 시노래는 한번 들으면 계속 생각나고 또 듣고 싶다. 노래도 어렵지 않아서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시를 그냥 외우려면 별 느낌이 없는데 곡을 붙여서 전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99년도에 고양시로 이사를 왔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지쳐있을 무렵 인문학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신을 찾는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자신에게 없는 것만 보고 안타까워했는데, 모임을 통해 자신에게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된 것. 그곳에서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다”라고 선언을 했고 송년회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회원들이 환호했다.

그동안 ‘선생님은 점잖고 희생하고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편견과 ‘선생이 그런 걸 하냐’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노래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이후 부끄러움이 없어졌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항상 노래하고 춤을 추는 시간을 가졌다. 

이씨의 필생의 목표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것인데 유머도 없고 물질적으로 가진 것도 없다. 고양에 살면서 호수공원이나 한양문고, 아람누리 등으로부터 받는 혜택이 많아서 자신도 이웃에게 뭔가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녀에게는 노래 밖에 없다. 그녀에게 노래는 ‘호흡’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고, 자신의 노래와 감성으로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는 요즘이 너무나 행복하다.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그걸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게 고맙다.
 

듀오 '헬로 유기농'의 이다겸 & 나명호씨


헬로 유기농은 잘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계속 하는 게, 부족해도 조금씩 나아지는 게 목표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능력은 떨어질 텐데 자신의 노래가 예전보다 더 나아졌고 남들에게 울림을 준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후에 “오늘 너무 좋았어요, 또 올 수 있어요? 목소리가 마음에 많이 남아요, 어디서 들을 수 있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매번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현재 헬로 유기농은 한달에 한 번,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진행하는 김경윤 인문학자의 강연 직전에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올 12월부터는 분기마다 한양문고에서 공연을 해서 그 수익금을 아이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여건이 되면 가까이에 있는 병원 환우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헬로 유기농은 100% 어쿠스틱을 지향한다. 통기타와 하모니카, 멜로디언과 목소리라는 가공되지 않은 악기를 가지고 공연을 한다. 최근에는 고가의 어쿠스틱 음향기기도 장만했다. 소리가 맑아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노래 할 수 있게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밴드 활동이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 9월 1일에 전주 한옥마을에서 공연을 했는데 ‘산에서 나오며’를 듣고 한 여자분이 울었어요.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자연에 대한 예의’라는 곡은 아프신 분들이나 뭔가를 내려놓지 못해 힘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팀에서 나씨는 매니저 역할을 한다.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조언하고, 공연에 대한 콘셉트를 잡고 그에 맞는 선곡도 한다. 그는 은퇴 후에 곡을 쓸 생각이고, 자신이 작곡한 ‘친구’라는 노래도 종종 부른다.

“커피를 좋아해서 이 선생을 만나기 전에는 지방 카페에서 커피콩을 볶으면서 ‘기타치는 콩 아저씨’를 하려고 했어요. 이제는 일산으로 이사를 오려고 해요. 은퇴 후에는 성석동처럼 조금 외지더라도 시각적으로 시원스러운 곳에 커피와 문화가 있는 공간을 꾸며서 운영하고 싶어요.”

이씨는 2010년에 대학원에서 아카펠라를 배워 공연도 했고 음반을 낸 경험이 있다. 뮤지컬을 공부해서 2013년에는 대학로소극장에서 ‘맘마미아’를 공연하기도 했다. 이 중 현재 하고 있는 헬로 유기농 활동이 제일 좋다. 다른 것들과 달리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순수함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유기농 같은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게 그들의 꿈이다.

 

호수공원에서 시노래를 부르고 있는 '헬로 유기농'
 

정미경 시민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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