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

[고양신문]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면 가끔 이런 교육을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신나게 학교에 가고 배우기를 즐거워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학교 일과를 마친 뒤에는 마을에서 삶을 배우고 마을이 아이들을 키워 준다면 또 얼마나 마음이 놓일까.’

이처럼 지역사회와 학교가 만나 함께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꿈이 아니고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 바로 교육청과 시군 자치단체, 학교와 마을이 만나서 교육협력 사업을 통해 실현하는 사업 방식이다. 이를 경기도에서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이라 한다.

혁신교육지구는 2010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기에 혁신학교를 지역단위로 확산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초기에 광명, 구리, 오산, 의정부, 시흥 등 5개 지역으로 출발해 2차 시기에 접어든 2017년도에는 도내 11개 시군 지역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과거에 시군 자치단체가 학교 시설 개선 중심으로 교육예산을 지원하던 방식을 탈바꿈했다. 시설보다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직접 예산을 투여함으로써 학생 교육의 질적 변화와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의 교육 전문성에 시군 자치단체의 예산과 행정력 지원, 지역사회의 교육 기반과 전문 인력이 결합하여 교육협력사업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고양시는 뒤늦게 내년부터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양시학운협과 행복한미래교육포럼이 주관해 세 차례에 걸쳐 교육관계자들이 모여 혁신교육지구에 관한 토론회를 벌였다. 고양교육청이 나서 교원들을 중심으로 준비팀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아직은 교육 주체들 간에 공감대가 미흡한 편이다. 행정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이루어야 할 고양시와 고양교육지원청, 그리고 사업 실행의 주체가 돼야 할 교사와 학부모들의 준비 정도를 볼 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

돌아보면 그동안 고양시는 교육경비보조금을 통해 학교 시설 개선과 무상급식 지원, 고교 교육력 강화, 초·중학교 행복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교육 지원 예산 규모도 초기에 도내 시군자치단체 가운데 앞서가는 편이었지만 최근에 혁신교육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다른 시군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더구나 그 사업 내용과 방식 면에서도 시민, 관청, 학교의 교육거버넌스가 원활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고양시가 교육 지원사업의 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고양시가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기에 오히려 그 사업 방향을 어떻게 틀어잡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진행한 다른 시군 혁신교육지구의 우수한 사례와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한계는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양시의 지역 특성과 학생들 상황을 반영한 고양시만의 독특한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전형을 그려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나가기 위해 혁신교육지구를 추진해가는 현장 교육 주체들의 지속적인 토론과 협의를 거듭해야 한다. 참신한 생각들을 모아가고 자발적인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혁신교육지구가 정착되는 데 있어 그 기초는 행정 기구인 ‘혁신교육지원센터’이다. 교육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공적 기구를 교육청과 시가 인력을 투여해 함께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 출신의 전문가를 배치해 현장에 적합한 교육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시와 교육청의 행정직들이 행정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앞서 진행한 지역에서 검증된 시흥시 행복교육지원센터의 파견교사 방식이나 서울 도봉구의 교육정책관 모델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사업 내용과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장성이다. 교육청이나 시가 사업을 정해 내리먹이는 관행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들에게서 교육적 요구를 듣고 모아가는 방식을 확고하게 지켜가길 바란다. 학교현장 주체들의 자발적인 의견이 수렴되고 반영되는 것이야말로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중요하다.

고양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이런 점에서 기대감 못지않게 그 사업의 내용과 방식에서 과감한 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선거용 전시 사업이 아닌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과 찬란한 미래를 안겨주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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