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주기·무논 확대 등 서식환경 조성
재두루미·개리 등 개체 수 증가 기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고양땅과 한강이 함께 만든 생태의 보고 장항습지는 겨울이 찾아올 무렵이면 분주해진다. 반가운 겨울철새들이 매년 어김없이 장항습지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장항습지를 찾는 대표적 겨울철새는 재두루미다. 고양시 환경보호과는 지난달 장항습지에서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장항습지 생태 모니터링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사)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도 “10월 24일 실시한 장항습지 모니터링에서 30마리(장항선착장 부근 8마리, 이산포선착장 부근 22마리)의 재두루미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여름을 보내며 번식을 한 재두루미는 겨울을 나기 위해 주요 월동지인 우리나라의 순천만이나 일본 이즈미 등으로 이동한다. 한강 하구 평야가 펼쳐진 고양, 파주, 김포 지역은 먼 길을 가는 재두루미들이 먹이를 보충하며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로 주로 애용된다. 그 중 일부는 장항습지에 아예 눌러앉아 월동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올해 얼마나 많은 재두루미가 장항습지를 찾을지, 또는 몇 마리가 장항습지를 월동지로 선택할지는 12월 하순이 돼야 정확히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초겨울에 장항습지를 찾았다가 남쪽으로 이동한 재두루미들도 이듬해 러시아와 중국으로 돌아가며 다시 한 번 장항습지에 들른다.
 

장항습지를 찾아온 반가운 겨울손님 재두루미.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먹이주기, 서식지 확장 등 재두루미 유인 노력

장항습지를 찾는 재두루미의 숫자는 아쉽게도 10여 년 사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2006년만 해도 100여 마리가 장항습지에서 월동을 했지만, 2015년에는 20여 마리만이 장항습지에서 겨울을 난 것으로 관측됐다. 이동 중 휴식을 취하러 들른 개체수도 300여 마리에서 100여 마리로 줄었다는 게 이은정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숫자가 감소한 이유는 주변 지역의 지속적인 개발과 농경지 축소다. 장항습지 자체의 자연환경은 유지되고 있지만, 인근 대화동과 강 건너 김포 지역의 개발이 촉진되면서 겨울철새의 먹이터가 줄어들었고, 서식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장항습지를 찾는 재두루미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지역 생태활동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서식지와 먹이의 감소 실태를 분석한 후 ‘장항습지 먹이주기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장항습지 철새 먹이주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먹잇감으로 사용되는 벼이삭도 장항습지 안에 조성한 생태논에서 수확한 물량으로 공급해 생태계 교란 등의 우려를 없앴다. 시는 “먹이주기 프로그램 시행 첫 해인 지난 봄, 장항습지를 들른 재두루미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먹이공급과 병행해 재두루미의 잠자리와 먹이터를 넓히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동안 6000여 평 규모로 조성돼 있던 장항습지 무논을 올해 3000여 평 확장해 총 9000여 평으로 넓혔다.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장항습지 무논이 재두루미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의 휴식과 먹이활동지로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올해 더 많은 재두루미들이 장항습지에서 겨울을 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항습지 내 경작지에서 관측된 너구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재두루미 외에도 다양한 겨울철새 찾아와

장항습지를 찾아오는 겨울철새는 재두루미만이 아니다. 개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황오리도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장항습지의 진객이고, 맹금류인 말똥가리도 매년 겨울 장항습지를 찾고 있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올해 들어 개리의 개체 수 증가도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325호인 개리는 지난해까지도 기러기 사이에 몇 마리가 산발적으로 발견되는 데 그쳤는데, 올해는 50~60여 마리 규모의 무리가 확인된 것. 이은정 사무처장은 “새섬매자기 등 개리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서식밀도가 높아진 덕분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새섬매자기는 뿌리에 괴경(녹말성분의 덩어리)을 달고 있어 개리 등 일부 철새들이 즐겨 먹는 식물이다.

하지만 장항습지의 겨울철새 유인 정책은 아직까지는 재두루미가 중심이다. 말똥게와 선버들의 공생과 함께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종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가 추진 중인 장항습지 람사르사이트 등재를 위해서도 재두루미의 개체 수 증가는 상징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먹이주기나 무논 조성 등의 매뉴얼도 현재는 재두루미의 습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는 게 환경보호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환경보호과에서는 “재두루미 숫자가 안정화되면 겨울철새 보전 활동 영역을 다른 종들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항습지를 찾은 개리가 새섬매자기의 뿌리를 캐 먹기 위해 펄을 파헤치고 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재두루미의 우아한 비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펄에 구멍을 깊이 파며 동면을 준비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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