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동주민자치위, 창릉천 생태안내자 교육

전문가 초청, 수준 높은 강의 진행
바람직한 생태하천 복원 함께 고민
“자발적인 마을활동가 양성 기대”


 

"창릉천의 생태와 역사, 우리 스스로 배우고 전하렵니다."


[고양신문] 주민센터 회의실로 들어서자 20여 명의 수강생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전면의 스크린을 응시하며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사로 초청된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직접 촬영한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다양한 곤충들의 재미있는 습성과 구분요령 등을 설명한다. 강사의 열강과 수강생들의 호응이 맞장구를 쳐 강의는 약속된 시간을 30분이나 초과하고 나서야 끝났다.

지난 8일 오전 신도동 주민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창릉천 생태안내자 양성과정 2차 교육’ 세 번째 시간이 진행됐다. 함께 공부하는 이들은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했다. 이들을 한데 묶어준 것은 다름아닌 마을 앞을 흐르는 창릉천.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서 있는 창릉천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으로 가꾸자는 데 공감해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신도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훈래)가 주최하는 창릉천 생태 안내자 양성과정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덕양구 일대를 휘감아 흐르고 한강으로 합류하는 창릉천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창릉천에 터 잡고 사는 동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8일 개강해 12월 20일까지 총 10회 진행되는 교육에는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을 비롯해 수준 높은 환경전문가들이 강사로 초청돼 전문분야의 강의를 들려준다. 강의와 더불어 중랑천 탐방 등 현장교육도 병행해 수강생들의 생태 감성을 일깨울 예정이다. 과정을 마친 수료자에게는 창릉천을 테마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생태 도우미’로 활약할 기회가 주어진다.

참가자들은 생태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수준 높은 강의 내용에 만족감을 표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삼송마을로 이사를 온 최규열(60세)씨는 “인공적 공간으로 채워진 불광천에 비해 자연하천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창릉천이 마음에 쏙 들어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창릉천의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알리고 지키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에 참여하며 비로소 마을의 일원이 됐다는 느낌도 덤으로 얻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산에 거주하다 삼송마을 주민이 된 김정순(60세)씨도 창릉천을 아끼는 순수한 마음에 교육에 동참하게 됐다면서 “열심히 배워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창릉천의 생태를 가르쳐주는 ‘마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창릉천 생태안내자 양성교육 참가자들이 강사의 이야기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8일 열린 3회차 교육 강사로 초청된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풍부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돋보이는 강의를 펼쳤다.


교육 프로그램을 짠 이는 고양시의 마당발 환경운동가 박평수씨다.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창릉천 생태안내자 양성과정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역의 생태 공간을 가장 많이 아는 이는 바로 지역주민입니다. 그런데 대개의 환경교육이 주민들과 동떨어진 채 관료적으로 진행되곤 했어요. 지역주민들이 주인공이 돼 마을 주변의 생태적 자산에 대해 들여다보고 공부하면 누구보다도 깊은 애정을 품게 마련입니다.”

박 대표는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생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심화교육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도동주민자치위원회는 생태안내자 양성과정 외에도 창릉천과 연계한 다양한 생태와 체험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열리는 ‘창놀토(토요일엔 창릉천에서 놀자)’는 하천정화활동과 재미있는 체험 교육을 연계한 진행으로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창릉천 생태운동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창놀토가 창릉천에서만 진행됐는데, 지난 4일에는 처음으로 타 지역 나들이도 했다. 창릉천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바람직한 자연생태하천 복원과 이용의 롤 모델인 안양천 상류 학의천을 찾아가 많은 공부를 하고 왔다.

김훈래 위원장은 “신도동에서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주민 참여 생태교육 프로그램의 궁극적 지향점은 건강하고 자발적인 마을활동가의 양성”이라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마을 주민 스스로 지역의 생태, 나아가 마을의 다양한 발전적 담론에 참여하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는 게 김 위원장의 바람이다. “마을 자치는 건강한 참여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릉천은 공공의 가치를 함께 배우고 지킬 기회를 제공해주는 참 고마운 매개체지요.”
 

4일 진행된 창놀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안양천 상류 학의천을 탐방하며 창릉천의 바람직한 생태하천복원 모델을 논의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