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장자(莊子)의 “천지가 만물의 부모이다(天地者 萬物之父母也)『莊子』<達生>”는 견해를 받아들인 송(宋)나라 장재(張載)는 “사람들은 나의 동포요, 만물은 나와 같은 무리이다(民吾同胞 物吾與也)『西銘』”고 주장하여 많은 동양철학자들의 동의를 얻었다. 사람과 만물은 모두 하늘과 땅을 부모로 하여 태어났으므로 한 탯줄에서 태어난 형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동양적 사고 관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자연은 받들어야 될 대상이고, 만물은 사랑해야 될 대상이다. 풀이나 나무뿐만이 아니라 모기나 거머리 또는 이름 모를 풀벌레 까지도 사랑해야 될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인간 이외의 만물을 홀대하고 짓밟아 왔다. 부모형제를 적으로 간주하여 살육하고 약탈하여 온 것이다. 이런 만행을 보다 못한 자연이 이제 드디어 못된 자식인 인간에게 회초리를 든 것 같다. 에이즈에 이어 사스가 바로 회초리 들이다. 이런 경고에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자연을 파괴한다면, 더 큰 재앙이 꼬리를 이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연이 인간을 버리는 파멸의 날이 올지도 모른다.
<회산서당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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