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우니 연금보험료 좀 안 내게 해 주세요!”

박세채 국민연금공단 고양덕양지사장

국민연금공단에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으면서도 가장 처리하기 곤란한 말이다. 왜냐하면 그 ‘형편’이라는 것의 개인차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아끼고 아껴 꾸준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당한 소득과 재산이 있음에도 형편이 어려우니 사정 좀 봐달라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국민연금제도는 18~60세 소득이 있는 국민은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형편’을 호소하며 보험료를 부과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경우, 담당자로서 판단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담당자들은 ‘법률적’, ‘상식적’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하겠지만, 나는 가장 앞서 ‘청렴적’ 판단을 최우선시 하도록 강조한다.

학연, 지연, 혈연 등에 얽혀 판단이 흐려지지 않았는가? 고객의 요청이 하도 완강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는가? 꾸준히 반문하며 모든 이에게 공평하고 공정하게 처리됐는가를 되새겨 볼 것을 주문 해왔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돼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의 존재를 알고, 따르고 있다. 열거된 많은 법률의 이해와 실천도 중요하겠지만, 주어진 책무의 공평·공정한 처리야말로 청렴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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