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종교인평화회의, ‘DMZ 평화걷기대회’ 열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갑시다!"


[고양신문]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다양한 교파에 속한 고양시 종교인들이 함께 손을 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힘찬 발걸음을 뗐다. 고양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대오 스님)는 지난 11일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임진강 일원에서 ‘고양시 종교인 DMZ 평화걷기대회’를 열었다. 각 종교계 대표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분단 현장을 종교인들이 함께 걸으며 평화와 화합의 공감대를 만들고, 통일을 향한 열망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걷기에 앞서 오전 11시 임진각 망배단에 모여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한반도 평화 기원문’을 함께 낭독했다. 기원문은 “모든 종교의 밑바탕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공통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천명하며 “남북 관계가 극도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나서 종파와 교리를 넘어 평화를 향한 힘찬 행진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고양종교인평화회의(상임대표 대오 스님, 사진 왼쪽 네 번째) 공동대표들이 '한반도 평화기원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DMZ 평화걷기행사 참가자들이 임진각 망배단에서 개막행사를 열고 있다.


기원문 낭독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차량을 이용해 임진강변으로 이동해 평화걷기를 시작했다. 장산전망대에 도착한 일행들은 북녘땅 송악산과 개성공단, 기정동 마을, 임진강 하중도인 초평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을 되새겼다. 이어 임진강변에 조성된 DMZ 평화누리길을 따라 화석정을 거쳐 종착지점인 율곡습지공원까지 5km 구간을 도보로 이동한 후 점심식사를 함께 나눈 후 행사를 마쳤다.

강경민 일산은혜교회 목사는 “우리나라의 종교인들은 3·1 독립운동을 비롯해 민족의 공동선을 위해 함께 마음을 같이 했던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서 “종교인들이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해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앞장서자”고 말했다. 

전홍은 고양시 불교신도연합회장도 “여러 종교가 함께 뭉쳐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이 감격적”이라면서 “종교인들이 하나가 되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행사 준비와 진행을 총괄한 대오 스님(흥국사 주지)은 “외세의 힘으로 갈라진 분단의 길을 함께 손잡고 걸으며 그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전쟁은 결연히 반대한다는 의지를 다진 행사였다”고 평한 후 “오늘 행사가 인연이 돼 남북이 조속히 화해하고 교류의 길이 열리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장산전망대에서 손에 잡힐 듯 조망되는 북녘땅을 바라보며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장산전망대에서 율곡습지공원까지 5km 구간을 함께 걸었다.
임진강의 절경을 따라 걷는 DMZ 평화누리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임진강이 굽어보이는 DMZ 평화누리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왼쪽부터 고양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 유재덕 목사, 상임대표 대오스님, 상임위원 최준수 목사, 한 사람 건너 고양시 불교신도연합회 전홍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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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종교인평화회의가 작성한 '한반도 평화 기원문' 전문.
 

한반도 평화 기원문

오늘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인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70여 년 동안이나 허리가 잘라진 채로 살아온 우리 민족 고난의 현장을 바라보며 모였습니다.
분단의 비극도 모자라 같은 민족끼리 흉악한 살상무기로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 이 참담한 현실을 그저 방관만 할 수 없어 모였습니다.
우리 주변 힘센 나라들이 그들의 이해관계로 또다시 7천만 민족의 생명이 걸린 전쟁도 마다하지 않을듯한 기세입니다.

온 우주 안에, 저 하늘아래, 그 어떤 이념도, 어떤 사상도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인류의 그 어떤 종교의 가르침도 가장 우선이 생명입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것 보다 더 귀한 진리와 가치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자비와 광명을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생명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일원상의 높은 정신도 생명 존중의 정신으로 귀결됩니다.
생명은 평화입니다. 평화는 비폭력입니다.

한국의 종교인들은 민족의 암흑기인 그 참혹한 일제의 침략 속에서도 종파를 넘어 함께 손잡고 3.1 독립만세를 외치던 아름다운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한의 관계가 극도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고양시 종교인들이 나섰습니다.
종파와 교리를 넘어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지난 5월, 고양종교인평화회의를 결성했고 이제 평화를 향한 힘찬 행진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외세의 힘으로 갈라진 그 분단의 길을 평화를 기원하며 함께 손잡고 걸으려합니다.

그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전쟁은 안됩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전쟁은 안됩니다. 남이나 북이나 이웃나라들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화해와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비폭력과 평화, 화해를 위한 우리의 간절한 평화 행진에 양식 있는 모든 국내외 지도자들이 함께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 합니다.


2017년 11월 11일 고양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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