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고양신문] 여름날 계곡이 무서운 건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이다. 계곡의 물은 순식간에 불어나 자기 멋대로 흘러넘친다. 그러나 사실 그 물길은 수천 년 전부터 흐르던 자기의 길이라고 한다. 물길을 맘대로 바꾸는 건 그래서 위험한 일이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넘칠 때는 태고부터 흐르던 그 길을 따라 흐르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길이었던 줄 모르고 그 길에 앉았다 크게 놀라기도 한다.

우린 수년간, 아니 그 이전 아주 오래 전부터 몇몇 사람들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물길을 따라 흐르던 강물이었던 셈이다. 얌전히 돌돌돌 흐르던 샘물이 오랜 시간 고난을 거치며 큰 힘을 만들어 이제 본래의 물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갑자기 불어난 큰물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흐르자 지은 죄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터이다. 그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물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늘 순종하듯 그렇게 살아오던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커져 세상을 바꾸는 걸 목도한 사람들 중엔 그 물줄기가 두려운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사람이 입술에 침을 바르며 입장표명 하는 걸 보았다. 그 사람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성공 신화를 쓴 몇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성공 신화가 날조된 것이고 단순히 남보다 더 사기를 잘 쳤을 뿐인데 운이 좋은 덕인지 출세가도를 달려 남 보기에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는 쫓기는 신세가 된 것 같다. 격세지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혹자들은 그의 사주가 좋아 일생 편히 산다고들 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절망했다. 그런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마치 그렇게 되도록 사람들에게 세뇌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소명의식이라고는 없는 사람이 자신의 물욕을 위해 권력을 쥐었다. 그리고 그 권력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세상을 멋대로 비틀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으로 수십 년간 자신이 원하는 정권을 세울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소명의식이 있는 양심적 지도자는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금을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양심세력을 불온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던 시절이 가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런 날을 맞게 되어서. 국가의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외교, 안보 그리고 경제까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물질에 취해 국가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 생활을 피폐하게 만든 자들이 죄과를 치를 날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지난 15일엔 포항에 큰 지진이 왔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모양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지구를 흔들어대는 핵실험도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방사능으로 한 번 망가진 지구환경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리사욕에 눈멀어 원전 건설을 주장하는 자들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입장 표명한 그분도 원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들은 바가 있으니 말이다.

방원곡직(方圓曲直), 모나고 둥글고 굽고 곧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자연이고 우리의 몸이다. 발원지의 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 과정도 방원곡직이고 인간의 오장 육부 운동도 같은 이치다. 어느 것 하나라도 억지로 막거나 틀어버리면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다.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고 역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고쳐도 진실은 드러나고 그 가치는 힘을 발한다. 그래서 좀 더디 가더라도 이치를 따라 바르게 가야 하는 게 인간의 도리일 터이다.

오만한 마음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들이 이제 큰 물줄기 앞에 서야 할 때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