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각한데 더 죽을 판”

▲사리현동 자연마을 주민들과 인근 아파트단지(동문굿모닝) 주민 150여 명은 29일과 30일 시청에 모여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폐기물업체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미세먼지 심각한데 더 죽을 판”
아파트단지, 초등학교까지 악영향
기피시설임에도 깜깜이 행정처리
현장에는 공사개요 게시판도 없어

 

[고양신문]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조용한 자연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마을 곳곳에는 ‘피 토하고 죽을 수는 없다. 미세먼지에 살 수가 없다. 무책임한 인허가에 주민들은 다 죽는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30여 개나 붙어있었다.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생산하는 등 농업에 종사하는 3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은 폐기물 업체가 들어오면 돌가루가 날려서 주민들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비닐하우스와 농작물에 먼지가 쌓여 농사도 망칠 것이라며, 주민동의 없이 진행된 폐기물업체 건설허가를 즉각 취소하라고 고양시에 요구했다.

이승순 폐기물반대 추진위 대표는 “폐기물업체와 가장 가까운 가구는 40m 거리이고 반경 400m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또한 1㎞ 남짓한 거리에는 2400여 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가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벽제초등학교 있어 어린 아이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기피시설이 들어올 경우 주민들과 사전에 대화와 협의를 해야 할 행정당국이 주민 모르게 허가를 내주고 공사가 시작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리현동 375-10 일원 4992㎡ 부지에는 골재‧벽돌‧시멘트업을 하는 창대산업(주)이 지난 8월 3일 건축허가를 받아 9월 초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 초입에 큰 공사가 진행되는데도 이것이 어떤 공사인지 처음에는 몰랐다고 한다. 지난 29일 찾아간 공사현장에는 공사내용을 설명해야할 ‘공사개요 게시판’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를 확인하고 단속해야할 구청 건축과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가 진행되고 한 달 뒤에야 폐기물업체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축현장에는 공사내용을 설명하는 게시판이 지금까지(11월 30일 기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민들로 구성된 폐기물반대 추진위는 “공사가 시작되고 꽤 지나서야 폐기물업체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부터 알았다면 공사를 못하게 막았을 텐데 벌써 옹벽을 세우고 건물골격이 잡혀가는 상황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구청에 문의하면 시청으로 가라고 하고, 시청에 문의하면 자기네들 책임이 아니라며 구청에 떠넘기는데, 이것이 고양시가 말하는 시민제일주의 행정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이 공사현장을 찾아가 항의하자 업체는 얼마 전 폐기물 샘플(흙‧돌가루)을 공사현장에 쌓아뒀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통상 이런 업체가 사용하는 폐기물은 일반 흙이 아닌 농사에도 쓸 수 없는 흙, 다시 말해 골재와 벽돌이 가공되면서 나오는 폐돌가루”라고 설명했다. 또한 “거의 미세먼지와 흡사해 반경 3㎞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폐기물 샘플을 땅에 뿌리자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날려 비산먼지가 크게 발생할 것이 우려됐다.

건축허가를 담당한 일산동구청 건축과는 “폐기물재활용업이라는 것만 알 뿐 이 업체가 어떤 폐기물을 사용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도시계획심의가 가결된 사항이라 건축신고를 처리해 준 것이고,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인 시 환경청소과 의견을 취합해 행정처리가 이뤄졌다”며 타 부서에 문의할 것을 요청했다.

▲업체가 쌓아둔 폐기물 샘플을 마을주민이 뿌리자 넓게 흩날리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폐기물이 미세먼지와 유사하다며 반경 3㎞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 환경청소과는 “우리 부서는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구 건축과도 대략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았기 때문에 사업내용에 대해 인지하는 정도는 우리 부서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의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서에는 무기성오니, 즉 돌가루 등이 침전돼 가라앉은 폐물질을 다시 재활용한다는 내용만 나와 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이 처리될지, 차량이 얼마나 많이 다닐지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받지 않아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관련부서가 민원을 서로 미루며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마을 주민들과 인근 아파트단지(동문굿모닝힐) 주민 150여 명은 29일과 30일 시청에 찾아가 항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기자회견과 집회현장에는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김경희 시의원이 함께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환경문제를 더 이상 님비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고양시가 외곽지역 마을자체를 폐기물로 취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시는 건축허가를 내주고 민원이 발생하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원인을 진단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시의원은 “사실상 도시계획심의에서 걸러줘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민원이 예상되는 기피시설의 경우 심의과정이나 건축신고 처리 전에 주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협의를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마을주민들은 “업체가 들어오면 공릉천 옆에서 수백 년을 지켜온 마을이 폐허가 될 것”이라며 “하루에 수십, 수백 대의 트럭들이 오갈지도 모르는 이런 업체가 영업하도록 마을입구에 허가를 내준 고양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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