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ㆍ이상권ㆍ최호철 화가 공동 참여
개성적 표현 속 정서적 공감 담아
"소통 지향하는 대안전시공간 모색"
 

파주 출판단지 내 '로우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소풍전' 중 이상권 화가의 '북정마을2'


[고양신문] 초라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던 천상병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삶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표현했다. 올해 4월 파주 출판단지에 문을 연 ‘로우 갤러리(RAW gallery, 대표 이세현)’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모티프로 기획한 ‘소풍’전이 열리고 있다. 각기 자신만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이세현, 이상권, 최호철 화가가 공동으로 참여 중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정면에 이상권 화가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북정마을’ 시리즈로 유명하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곳을 방문해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했다. 오래된 집과 길, 잘려나간 가로수를 통해 삶의 풍경을 그려냈다. 거리두기를 통해 멀리서 바라보는 방관자적인 시선으로 그렸지만 그림은 무척 섬세하다. 우리가 익히 봐온 풍경과 이미지들이 편안함을 준다.

최호철 화가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만화와 일러스트, 애니매이션을 통해 많은 팬 층을 구축한 작가다. 전태일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태일이』가 대표적이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을지로순환선 1995VR’이라는 작품은 비틀어지고 왜곡된 화면을 보여준다. 사물을 VR(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보듯이 다각도로 관찰한 후 화려한 풍경이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을 세세하고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지하철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부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집안 사람들의 얼굴까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최호철 작 '을지로순환선VR'

이제는 없어진 북아현동 거리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 그대로 담아냈다. 표현이 익살스러워서 ‘현대판 풍속화’라고도 불린다. 모든 게 빠르게 소비되고 개발되는 세태 속에서 소소한 일상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화가의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정형화된 작품 전시를 많이 하는 일반 갤러리에서는 보기 힘든 드로잉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드로잉과 함께 전시된 자화상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세현 작가의 작품은 한국적인 산수화가 현대적인 배경과 결합돼 독특한 느낌을 준다. 붉은 색을 사용한 색채도 아주 강렬하다. 무분별한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자연과 일상, 분단 상황을 표현했다. 아울러 우리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유토피아적 풍경이 파괴로 인해 디스토피아로 변한 모습을 산수로 재구성했다. 다소 낯설고 충격적인 느낌을 준다.

로우 갤러리는 전시 작가 중 한 명인 이세현 화가가 만든 비영리 대안공간이다. 이 대표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전시공간에서 벗어나 작가와 관객이 서로 편안하게 소통하고 전시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갤러리를 열였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전시와 함께 지역작가 소개 등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연계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도 ‘소풍’을 가듯 다양한 풍경을 감상하고, 우리의 현재,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관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세현 화가의 작품 'Between Red-017APR02'


전시를 안내하고 있는 황혜림 큐레이터는 “실제 고양시에서 가까운 거리인데 심리적 거리감이 먼 것 같아 아쉽다. 로우 갤러리 바로 앞에 갤러리박영이 있고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어린이미술관 등 출판단지 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며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주기를 소망했다.    

 

로우갤러리 기획전 ‘소풍’

전시기간 : ~12월 16일(토)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1시~오후 6시 (일·월요일 휴관)
참여작가 : 이상권, 이세현, 최호철
장소 : 파주시 회동길 41-3 1층
문의 : 010-9696-9731

 

'소풍'전을 진행 중인 로우갤러리 내부 모습

 

 

로우갤러리에 전시중인 이상권 화가의 작품들

 

'소풍'전을 진행 중인 로우갤러리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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