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학술 심포지엄 ‘북한산성의 가치 재조명’ (상)

학계 전문가 참여, 분야별 연구성과 발표
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 연결하는 독창적 방어시스템 주목

북한산성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과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한 ‘2017 북한산성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달 29일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심포지엄 주요 내용을 2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첫 회에는 북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조명한 기조강연을, 다음 회에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고양시의 로드맵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대성문 주변 성곽. <사진=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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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대표하는 3개 성곽 중 화성과 남한산성은 각각 1997년과 2014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 고양시가 자랑하는 북한산성의 유산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세계유산 등재 이야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곤 하는데, 실제 준비상황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된 걸까?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달 29일 엠블호텔에서 열린 ‘2017 북한산성 학술 심포지엄’은 경기도와 고양시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이 주관했다. 북한산성과 관련된 전문가들과 일반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심승구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7명 연구자들의 주제발표가 이어졌고, 차용걸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다뤄진 주제는 북한산성의 역사와 관리체계, 유형자산, 축성법, 종교적 유산 등 다채로운 분야를 망라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북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가늠해본 대목이었다. 북한산성을 군사유산과 군사경관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제시됐고,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이 탕춘대성을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독창적 도성방어체계를 구축한 점이 부각됐다.

또한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핵심 조건인 북한산성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다양한 측면에서 발굴하고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을 진행중인 북한산성 학술 심포지엄 참석자들.


“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 연계, 세계 유일의 독창적 방어체제”

■ 기조강연 : 군사유산의 등재 경향과 북한산성의 세계유산 가치
- 심승구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최근 세계유산 등재는 기념물, 건축물 등에 한정되던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유산, 문화경관, 산업유산 등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군사유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현재 1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화성과 남한산성이 군사유산에 속한다.

최근 군사유산에 대한 동향을 살펴보면 건축물과 함께 방어전략, 입지와 주변경관, 무기체계 등 당시의 정치·사회적 요건을 반영한 통합적 영토방어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자연과 인공요소를 종합해 보존과 관리가 이뤄지는가도 중요하다. 따라서 북한산성의 고유한 보편적 가치(OUV)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연구를 망라한 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시설, 무기체계, 경관 등의 유형 가치와 함께 종교, 관습 등의 무형 자산을 아우르는 총체론적 해석을 도출해야 한다. 그럴 때 배로소 북한산성을 ‘군사경관’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산성 축성 논의는 조선시대 왜란과 호란, 이괄의 난 등을 겪는 과정에서 왕의 보장처였던 강화도와 남한산성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후 국방체계의 재편과 도성방어의 필요성이 급부상하면서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한양의 인구 증가로 도성 사수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오랜 준비 끝에 숙종 37년(1711)에 완공된 북한산성은 한양도성 사수를 위한 철옹성으로서의 위용을 드러냈다. 이후 취약지대를 보완하는 중성을 쌓고, 북한산성과 도성을 잇는 탕춘대성을 구축함으로써 명실공히 도성방위체제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후 영조와 정조, 그리고 고종 때 반복적인 수축을 거쳐 20세기 초까지 역사적 기능을 이어왔다. 한마디로 북한산성은 고대로부터 18세기까지 한국의 도성방어체제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유산이다. 특히 도성과 배후의 산성, 그리고 산성과 도성을 잇는 중성(탕춘대성)이 연결고리를 이루는 체제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예외적 사례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산성이 갖는 독자적인 세계유산적 가치를 살피기 위해서는 중흥산성과 탕춘대성 등 관련 유적지의 조사가 절실하다.

북한산성의 가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산성은 험준한 자연지세를 그대로 활용한 천험의 요새다. 둘째, 북한산성은 18세기 대내외적 정세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 성곽유산이다. 셋째, 왜란과 호란 이후 변화된 동아시아 축성법과 토목기술의 결정체다. 이전 남한산성, 한양도성, 문수산성 등을 쌓은 축성 경험과 기술이 북한산성 축성을 뒷받침했고, 이후 18세기 말 수원 화성으로 이어진다. 넷째, 북한산성은 산성과 도성의 ‘분리형’과 ‘일체형’을 거쳐 산성과 도성을 연결하는 ‘복합형 도성’의 완성을 보여준다. 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에 의한 3중의 복합적인 도성방어체제는 북한산성만이 지닌 세계 유일의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왕과 백성이 함께 나라를 지킨다는 ‘여민공수(與民共守) 이념이 깔린 사수성, 전란시 국왕과 종묘사직을 분리하는 새로운 대응전략 반영 등이 북한산성이 지닌 고유한 유산적 가치를 증명한다.

우리는 왜 북한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하는가? 과거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을 세계인의 유산으로 만들어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세계유산 등재만을 위한 연구보다는 해당 유산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찾는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선결되어야 한다.
 

(사진 왼쪽부터)학술심포지엄에 참가한 심광주 토지주택박물관장·심승구 한국체학대학교 교수·박현욱 경기문화재단 연구원.
북한산성 행궁 유적 발굴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상징적 군사경관 가치 집중해야”

 

■ 주제발표 1 : 북한산성의 군사경관
- 박현욱 경기문화재연구원 연구원

북한산 주변지역은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중요한 거점이자 삼국통일의 단초를 마련한 상징적 장소였다. 북한산 비봉에 세워진 신라 진흥왕 순수비는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자료다. 북한산성과 삼각산의 상징성은 세종실록지리지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서 풍부하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제작된 다양한 지도를 살펴보면, 한양도성 북쪽에 삼각산이나 북한산성을 크고 자세히 그려 넣었다. 북한산성과 삼각산이 한양과 한 몸처럼 여겨질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산성을 신앙의 대상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상징경관, 또는 수호경관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중요하다. 호주의 울루루, 이스라엘의 마사다요새 등이 대표적 상징경관에 해당한다. 특히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특별히 인정받을만한 독창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정 심사에서 탈락한 일본 후지산은 전략을 수정해 ‘후지산-산악신앙의 대상이자 예술의 원천’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2013년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성공한다. 이처럼 북한산성도 한양도성과 탕춘대성과 함께 전체가 하나로 구성된 ‘상징적 군사문화경관’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원효봉 능선의 층단여장. <사진=이재용>
북한산성 대서문. <사진=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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