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에서 아코디언 연주로 기쁨 전하는 정희준 씨

은퇴 후 2009년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장협착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소생해 외로운 이웃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기 위해 자원봉사에 매진하고 있는 정희준(74)씨. 최근 고양시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된 우수자원봉사자 취재현장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희준씨는 영국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젊은 시절 무역업에 종사하며 선진국의 환경, 건설 분야의 신기술과 기계를 국내에 보급했다.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은퇴하기까지 오직 개인과 가정의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왔다. 은퇴를 2년 앞두고 노후를 위해 아코디언을 배우기로 한다.

은퇴 후에도 정희준씨의 능력을 알아보는 신설회사의 요청으로 대표직을 수락했다. 하지만 취임하는 날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인해 응급실로 실려가 3개월 동안 7번의 수술로 소장을 거의 절제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어진 합병증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소생했다는 정희준씨.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인해 정씨에게 심한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정씨는 약에 의존하지 않고 극복하고자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자원봉사가 매월 첫째 화요일 화정병원(정신건강과) 아코디언 공연봉사, 매월 첫째 수요일 덕양행신종합사회복지관 독거어르신 생일잔치 공연봉사, 매월 넷째 토요일 새생명실버홈 요양원 아코디언 공연봉사, 매주 수요일 고양시니어아코디언연주단 아코디언 연주 무료강의, 고양시 백병원 호스피스 병동 아코디언연주 봉사, 고양시 자원봉사단체 행사 아코디언공연 봉사, 고양시 관내 경로당, 병원 위문공연 봉사 등 현재 7가지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웃을 섬기고 있다.

이렇게 봉사하는 열정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정희준씨는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숨을 쉬며 살아있다는 게 저에게 너무 소중한 거예요. 그래서 이 소중한 시간을 남을 위해 봉사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신병원 공연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 병원 관계자는 정씨에게 “환자들의 반응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환자와 봉사자 간의 갈등이 있어 왔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어 정신이 맑은 상태가 아니라 그럴 만도 했다. 

그럼에도 정씨는 봉사를 이어갔고, 그들의 가슴에 가득 차 있는 분노를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노래로 풀면서 위로하고 정씨의 삶을 나눴다. 그러자 환자들의 마음의 문이 차차 열렸다. 환자 중 한 명은 정씨에게 “선생님이 위로해주는 말 한마디가 너무 좋아서 한 달이 기다려져요”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한 젊은 청년은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아 보이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열정적으로 부르며 공연에 참여했다. 그는 정씨에게 편지로 “제가 노래를 못해도 칭찬해 주셔서 정말 정이 많고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마침내 이 청년은 병원을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정희준 씨는 자신의 자원봉사를 ‘영혼을 살리는 봉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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