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보건복지부는 ‘의-한(醫·韓) 진료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한의료 기술 발전 및 서비스 향상 등을 도모하고, 지속가능한 의·한협진 모형을 구축’을 목적으로 의·한협진 활성화를 위한 2단계 시범사업을 실시 중에 있다.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했던 1단계 13개 시범 기관에서, 2단계에서는 민간병원으로 확대해 총 45개 시범 기관이 2017년 1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고양시 지역에서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및 일산한방병원이 시범 기관으로 포함돼 있다. 

의·한 협진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국민과 환자가 의·한 간 협진치료에서 소외되지 않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고자 함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양방과 한방의 의료 이원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의료계 및 한의계의 이해 갈등이 매우 첨예하고 깊은 실정이다. 전체 병원의 약 4.7%(대한한방병원협회, 2010)만이 양·한방 협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대략 95%가 한의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의료는 어떨까? 일본은 1870년대 메이지 유신 때 한의사제도를 폐지한 후 의료 일원화를 유지했고, 현재 일본 의사의 70% 이상이 한약을 병용 처방하고 있다. 일본 의사들은 한약의 효용에 대해 인정하고 실제 사용 중이고, 학회도 설립돼 한방과립제 개발 및 동양의학의 효과 입증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일본 국민들은 적어도 양·한방 통합 치료에서 소외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활발한 중서의(中西醫) 협진 체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전략적으로 중의학을 발전하고 육성시키고 있고, 중서의 협진을 매우 권장하고 있다. 중국중의과학원 산하에 국공립에 해당하는 6개 병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국가중의약관리국의 연간 총 예산은 1조 677억에 달한다(2013년 기준)고 한다. 또한 2002년 사스(SARS) 창궐 등의 전염성 질환 재난 대처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중서의 협진을 통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세계전통의학시장에서 43조 원가량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고(2011년 기준), 2015년 개똥쑥인 청호(菁蒿)에서 항말라리아제를 개발해 노벨 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한방 암치료를 통해 암환자를 주로 진료 중인 한방내과 전문의로서 우리나라 암환우들이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 독보적인 치료율의 치료가 없는 암질환에서 환자들은 스스로가 물어물어 치료를 찾아다니고 있고, 그 결과 일본과 중국, 미국 등지로 대체의학적 치료를 받기위해 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 경제적·체력적·정서적 부담을 보고 있자니 현재 우리나라의 미비한 의·한 협진체계에서 고통 받고 피해보는 것은 결국 환자와 국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대한통합암학회 및 대한암한의학회 주관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다양한 약침의 시술과 효과에 대해 발표한 광안문병원의 중의학 연사에게 어느 청중이 ‘중국에서는 그렇게 환자에게 약침을 쓰면 서의사가 싫어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그 연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중국에서는 환자에게 필요하면 서의사도 약침을 쓰고 중의사도 씁니다. 협진 체계가 잘되어 있어 그런 염려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말이 ‘우리 중국의 환자들은 서의도 중의도 모두 제한 없이 최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들렸다. 한의사가 진단의료기기 사용을 할 수 없는 등의 진통을 앓고 있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우리 또한 환자 중심의 의료, 국민 중심의 보건이 되어 환자가 양·한방 어디에서도 소외 없이 치료받기를, 이번 의·한 협진 2단계 시범사업 시행이 그 노력의 하나가 되길 바란다. 

[도움말] 이상아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한방암클리닉 한방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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