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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한 소파에서 즐기는 추억의 헌책 냄새<공감공간> 문발리 헌책방골목
  • 정미경 시민기자
  • 승인 2017.12.13 16:58
  • 호수 1350
  • 댓글 0

헌책 골라보던 향수와 추억 새록새록
소극장 달린 카페 ‘블루박스’도 운영
“구석에 파묻혀 조용히 책 읽기 좋아”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문발리 헌책방 골목 서가 모습.


[고양신문] 헌책방이라는 단어는 막연한 향수를 자극한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한, 젊은 시절의 감성을 흔들었던 책들을 다시 마주치면 그 시절 추억까지 함께 떠오르게 마련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빼곡히 쌓인 책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보면 그때 그 시절 맡았던 오래된 책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새책도 잘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지만, 여전히 몇몇 뜻있는 이들이 헌책방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 고맙기도 하다.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문발리 헌책방골목’은 부산의 유명한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모티프로 만든 책방이다. 이채아울렛 근처 4층 회색 건물에 파란색 페인트로 포인트를 준 ‘블루 박스’에 들어서면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한옥 폐자재를 활용해서 만든 나무 책장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서가를 꾸몄다. 책장 사이로 길게 이어진 나무 선반도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을 더한다.

입구에서부터 정치, 경제, 건강, 자기계발, 시, 소설, 어린이, 외국어 등 코너를 분류해 읽을 만한 헌책들을 배치했다. 1층에 3만 권, 2층까지 합치면 6만여 권이 소장됐다. 다만 전문서적을 진열한 2층은 관리상의 어려움으로 일반에게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고서나 희귀본도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헌책방골목 서가는 한옥 폐자재를 재활용해 만들어 운치를 더했다.


문발리 헌책방의 주인장은 ‘김형윤편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윤 대표다. '문학사상'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이후 1976년 한창기씨가 창간한 잡지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80년 '뿌리깊은 나무'가 신군부 정권에 의해 폐간된 후 직접 편집회사를 차린 후 지금까지 정기· 비정기 간행물을 활발히 편집하고 있다.

“이곳 출판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하려면 북카페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한길사 김언호 사장의 꼬드김에 넘어가 시작했어요(웃음). 편집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헌책방을 내보자고 생각했죠.”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원형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부산 출신이라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자주 갔었어요. 그곳 사람들과 상의해서 그들이 이곳에서 헌책방을 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책방 이름도 ‘문발리 헌책방골목’으로 지었는데 나중에 책만 보내겠다고 해서 결국 제가 직접 운영하게 됐죠.”

이곳에 진열・판매되고 있는 헌책들은 김 대표가 가지고 있던 책이 밑천이 됐다. 교수들, 또는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의 기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출판사를 하는 지인들은 절판된 책을 기증하기도 하고,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기증이 들어오고 있다.

“헌책방은 가만히 있으면 책이 쌓이고 늘어나는 곳이에요. 책을 파는 일 외에도 부지런히 분류하고 가치가 없는 책은 과감히 버려줘야 헌책방의 환경이 유지됩니다. 반대로 책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헌책방에 가서 직접 골라오기도 하구요.”

 

김형윤편집회사와  문발리 헌책방골목을 함께 운영 중인 김형윤 대표.


책방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구석구석 놓여 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아기자기한 자기와 보이차가 진열된 곳도 나온다. 비밀 공간 같은 이곳도 손님들에게 다 개방한다. 푹신한 소파가 있어 조용히 책을 읽기에 제격이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넓은 통 유리창 밖으로 커다란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과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휘휘 저으며 내려앉는 백로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자잘한 재미를 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애초 보이차를 즐겨 마시던 김 대표가 손님들에게 보이차를 접대하기 위해 준비한 곳. 하지만 카페에서 커피를 판매한 이후 커피 맛도 관리할 겸 김 대표도 보이차보다는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다양한 차, 베이커리류도 제공한다. 헌책들이 진열된 서가와 달리 카페 공간은 무척이나 산뜻하고 현대적이다. 카페 안쪽에 있는 소극장(70석 규모)에서는 공연도 볼 수 있다. 그곳에는 다양한 음악 CD들이 있어 그때 그때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고 있다. 원한다면 음악이나 영화 CD를 가져와 감상할 수도 있다.
 

블루 박스 내 카페

 

청소년 도서가 진열된 2층 서가


오늘날 출판시장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죠. 이대로 그냥 두면 고사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입니다. 약간의 지원금이나 우수도서 소량 구입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책적으로 좀 더 과감한 지원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김 대표는 도서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을 살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특히 입시제도는 책을 깊이 읽고 이해하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다보니 출판도시에 자리한 출판사들이 직접 운영하던 북카페들이 여러 군데 문을 닫은 상황이다. 김 대표 역시 문발리 헌책방골목과 카페 블루박스를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해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좋습니다. 책값도 저렴하고 커피도 마시고 공연도 볼 수 있으니 마음 편하게 들르길 바랍니다.”

문발리 헌책방골목과 카페 블루박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근처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영화관에서 표를 예약하고 시간이 남을 때 짬짬이 들러 책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주말에는 소극장에서 열리는 작은 콘서트가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파주낭만기타’라는 기타 학원의 이진성 매니저가 직접 연주를 하며 공연을 펼쳤다. 헌책을 구경하다 우연히 듣게 된 통기타 연주와 노래는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씨는 돌아오는 토요일(16일)에도 오후 4시부터 ‘Reason'이라는 팀 이름으로 또다시 소극장에서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책을 읽고 싶을 때,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 문발리 헌책방골목이 당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문발리 헌책방골목 & 카페 블루박스

주소 : 파주시 문발로 240-21
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
문의 : 031-955-7440

 

지난 10일 블루 박스 내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파주낭만기타'의 이진성씨.
헌책들과 타자기가 진열된 서가.
헌책방 한구석 아늑한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는 다정한 가족
문발리 헌책방골목과 카페 블루 박스 외관.

 

 

 

정미경 시민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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