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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보폭 맞춰서 도시재생 추진해야”원당5구역 뉴타운해제구역 도시재생 간담회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7.12.18 14:14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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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만의 대도시로 성장한 고양시. 하지만 도시 곳곳은 불평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곳곳을 휩쓴 개발열풍은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고, 개인과 동네의 ‘빈익빈 부익부’를 더 심화시켰다. 이제는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주택 정책으로 생긴 피해를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문재인 정부가 분권과 도시재생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면서 ‘자치와 동네’는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 또 다른 파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주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고양신문은 불균등 발전으로 고통받아온 동네들이 더 행복한 마을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안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8개 마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동네간담회’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행주동과 원당5구역 간담회 내용을 기사로 정리했다.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이야기되긴 하지만 아직 주민들은 뉴타운과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해요. 아직까지 ‘우리 동네를 어떻게 만들까’보다는 ‘그러면 내 집은 어떻게 되는 거냐’에 머물러 있는 거죠.”
“주민을 끌고 가는 방식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행정은 예측 가능한 문제에 해결방안 정도만 마련하고 동네에 필요한 것들은 주민들 스스로 논의하고 찾을 수 있게 기다려줘야죠.”

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원당5구역. 아직 선정결과가 발표되기 전이었던 지난 12일 이곳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도시재생 공모사업의 준비과정과 지역현황 그리고 이후 추진계획 등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고양시청 바로 옆에 위치한 원당5구역은 원당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주거밀집지역으로 대부분의 주택들이 노후화 된 곳이다. 뉴타운이 해제됐지만 낙후된 기반시설과 주택문제는 여전히 큰 골칫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거주소유자 비율이 낮고 젊은 층의 참여가 저조해 주민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신동수 원당5구역 주민협의체 대표는 “4차례 정도 모임을 진행했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은 ‘사업이 선정되면 집 고칠 돈을 주는 거냐’라는 식의 반응이어서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주민들의 준비 정도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시가 사업공모를 밀어붙였던 탓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권명애 고양풀뿌리공동체 집행위원장 또한 “도시재생의 핵심은 마을공동체 회복인데 자칫 내려온 사업만 진행하다가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13년째 작은도서관을 운영해온 박미숙 책놀이터 관장은 “사실 이 지역은 공공시설이나 여타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은 아니다. 작게나마 공원도 있고 공공도서관과 체육시설, 놀이터 등 웬만한 것들은 다 마련돼 있다”며 “문제는 자가소유자와 세입자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공동체 회복에 중심이 되어 줄 젊은 세대는 먹고살기에 바쁘고 동네에 남은 60~70대는 여전히 부동산불패신화를 믿고 있다. 자가소유자는 어떤 식으로든 개발을 원하지만 세입자들은 쫓겨나게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원당5구역 도시재생사업의 성패는 이러한 첨예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도시재생을 논하기에 앞서 시의 도시계획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찬권 고양시 도시재생갈등조정위원은 “뉴타운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판명됐으면 부천처럼 직권해제를 해서라도 대안을 모색해야하는데 고양시는 지금 뉴타운 추진구역과 해제구역이 병존하고 있어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도시계획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은 자칫 돈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주민공동체 회복을 위한 도시재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 박미숙 관장은 “지금 한국의 도시재생은 건축쪽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주민들 입에서도 집 문제만 나올 수 밖에 없다. 답을 억지로 받아낼 것이 아니라 거점공간부터 만들고 교육, 만남, 수다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나오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수 대표는 “먼저 도시재생이 무엇인지를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알리고 교육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권명애 집행위원장 또한 “주민들의 요구를 묻기 전에 먼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어느 정도만 이해하면 주민들은 스스로 제일 중요한 것을 찾아서 해나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가소유자와 세입자가 공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주권’개념도 언급됐다. 박찬권 위원은 “유럽의 경우 소유자나 세입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도시계획에 참여할 권리를 준다. 물론 집을 고치는 것과 같은 물리적 부분은 소유자의 입장이 중요하지만 동네의 문화·환경적 부문에 대해서는 동등하게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행정의 시간이 아닌 주민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민 유영훈씨는 “도시재생이 1~2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이곳에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주인이 되려면 길게 보고 진행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 어떤 방향이 좋은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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