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소설가의 텃밭에서 세상읽기>

[고양신문] 바둑 두는 방법만 익힌 알파고2에게 알파고가 백전백패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상상 밖에 있는 것 같다. 이 추세대로라면 무인자동차가 곧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이십 년 전 어느 술자리에서 조만간 공장에서 사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했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는 다수의 반박에 본전도 못 찾고 깨깽 꼬리를 만 적이 있다. 그런데 농담 삼아 꺼냈던 당시의 이야기는 거의 실현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 속도를 보면 너무도 경악스러워서 무인자동차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먼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들 정도다. 어떨 때는 나  대신 농사를 짓고 있을 로봇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도 한다. 물론 나는 죽는 날까지 농사를 손에서 놓지 않겠지만 밭 만들기나 김매기 같은 고된 일은 로봇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자리의 개념은 근본부터 달라질 것이다. 무인자동차 한 가지만 상용화되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풍경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운전과 관련된 모든 직업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라. 그때가 되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비행기와 기차와 배까지 모두 기계가 조종하고, 군대에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들만 남아있게 될지도 모른다. 

일자리의 개념뿐만 아니라 교육방식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지면 사회는 학교에게 새로운 교육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스마트폰의 번역기만 돌리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미래의 아이들이 그때에도 영어시험을 보고 있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또한 소유와 분배의 개념도 혁명적으로 달라질 게 분명하다. 이미 전문가들은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용자전거처럼 자동차도 공공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집 역시 소유개념이 아니라 주거개념으로 넘어가고, 극좌파의 위험한 주장으로 내몰린 기본소득제도 보편적 복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바라보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편집자가 없는 출판사와 노동자가 없는 식품회사, 농부가 없는 들판과 어부가 없는 바다, 군인이 없는 군대와 서비스직이 필요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그런 사회에서 지금처럼 공동체 개념이 취약하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대다수의 국민이 실업자로 살아가고 지금보다 훨씬 소수의 사람이 부를 독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부터 미래에 대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만약 한참 먼 미래의 일을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소리를 우리가 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그냥저냥 살다가 아, 잘 살았다 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삶은 미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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