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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은 국가 책임’, 마침내 인정<높 빛 시 론>
  • 고상만 인권운동가
  • 승인 2017.12.18 18:11
  • 호수 1350
  • 댓글 2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제가 군의문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8년 5월의 일이었습니다. 1998년 2월에 판문점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의 아버지가 ‘천주교 인권위원회’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하셨고, 이 일을 계기로 군의문사는 제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숙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분들이 약 500여 명에 이르는 군의문사 유족 분들입니다. 그 분들과 함께 군의문사 진상규명을 외치며 싸우다 보니 어느덧 근 20여 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어느 만큼 변했을까요.

돌이켜보면 20년 전 그때, 자식을 잃고 억울해 하는 유족 분들을 대신해 인권운동가인 제가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은 국가 책임’이라며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병역 이행이 국민의 의무라면, 그런 국민이 입대 후 사망하게 되면 그 다음은 국가와 국방부가 무한 책임을 지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무’임을 인정하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이런 저의 주장에 그 당시 국방부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미친 놈’이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나약하여 자살했는데, 국방부가 왜 그런 사람들까지 책임지냐”며 “인권단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냐”는 조롱도 들었습니다. 이런 지경이니 지금은 군의문사라 부르는 미순직 처리 군인의 죽음을 98년 이전만 해도 ‘개죽음’이라는 끔찍한 단어로 칭한 것이 사실입니다.

‘의미 없는 헛된 죽음’. 국어사전에서 정의한 ‘개죽음’의 뜻인데 아마 이 시절에 군 복무한 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훗날 특전사령관을 지낸 모 지휘관은 자신이 대대장이던 시절, 자살한 병사의 관 위에 태극기를 덮어주라는 상부의 지시도 거부했다며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자살로 처리된’ 군인에게 마지막까지도 야멸찬 군의 모습입니다.

이런 지경이니 자살한 군인도 국가 책임이라는 제 주장을 두고  ‘미친 놈’이라고 비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군의 야만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누구를 데려가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데 사과는 고사하고 “당신네 자식이 문제”라며 유족을 핍박하는 것은 국방부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비판을 유족들과 줄기차게 해 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수모와 고통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고난 끝에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외쳐왔던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은 국가 책임’이라는 제 주장이 마침내 국방부 정책에 반영된 것입니다.

12월 14일, 제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방부 적폐청산위원회’가 군의문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러한 내용을 권고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가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은 기본적으로 전원 순직 처리하고 현충원에 안장하겠다’며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20년 전 ‘미친 놈’의 주장이라던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은 국가 책임’이 마침내 ‘마땅한 국가의 책임’으로 20년 만에 인정된 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세월, 참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2017년 5월에는 군의문사 유족 어머니들과 함께 ‘이등병의 엄마’라는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극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송영무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관람해 기립박수로 공감을 표시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오늘날 이 거짓말 같은 기적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큰 꿈을 꿉니다.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더 많은 변화로 신뢰받는 군이 되는 일입니다. 이럴 때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것이며 그런 신뢰받는 군이 진짜 강군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의 개혁, 2018년에도 끝까지 갈 것입니다.

 

고상만 인권운동가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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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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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등병엄마 2017-12-21 03:50:50

    군복무중인 아들에게서 같은 생활반 동기가 자살시도를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있습니다.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에 20대초반 꽃다운 나이에 경험하지 못한 군생활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아들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들을 위해서 애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삭제

    • 엄익주 2017-12-19 13:55:40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즉시 시행되는건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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