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신원동에 사는 이일섭 옹

[고양신문] 무술년 황금개띠 새해가 밝아온다. 이맘때면 고양 지역 90세 이상 장수어르신을 취재해 왔다. 이번 주인공은 96세의 이일섭 옹이다. 그는 “채소와 나물 반찬을 평생 맛나게 먹은 게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옹은 ‘230614’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또렷하게 본인의 건강비결을 들려주었다. 덕양구 신원동 체육공원 앞 그의 집 앞마당 양지바른 채소밭에는 겨울햇살에 배추, 무, 열무 등의 채소들이 윤기를 내면서 파릇파릇하게 자태를 뽐내며 자라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둘째 며느리가 차려주는 채소밥상은 이 옹에겐 속이 편안한 식단이다. 그는 “밭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은 고소한 맛이 나서 자꾸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라고 말했다.

매일 먹는 녹색 채소에 들어 있는 비타민, 철분 등의 영양소로 인해 눈의 노화지연은 물론 소화기 계통에도 도움이 된단다. 지금도 신문을 정독할 정도로 눈이 밝다. 몸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어 텃밭을 가꾸고 자전거를 타도 무리가 없다.

이 옹은 “아침은 집에서, 점심은 셔틀버스 타고 고양 어울림누리 옆 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서, 저녁은 자전거 타고서 장미 재배하는 셋째 아들 집에서 즐겁게 식사한다”며 활동력 있게 생활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이일섭 옹은 80년째 고양에 살면서 고양군 시절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6.25 이후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원당농협 창단 이사이기도 했다.

지난번 원당농협 한마음대회에서 장수상을 수상한 이 옹은 3년 전에 하늘나라로 간 할머니 사이에서 아들 넷에 딸 둘로 육남매를 두었고, 증손까지 22명의 자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잎사귀가 연하고 유난히도 아삭거리는 토종열무인 ‘암열무’를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3000평 가량 농사를 지었다. 농사 지은 암열무는 농장을 순회하는 배달차에 실려서 나갔는데 서울 영천 재래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다고 한다. 이 옹은 “황토흙에서 자란 암열무에 고추장 한 숟갈 넣고 슥삭슥삭 비벼 먹는 비빔밥은 맛이 달고 아삭거려서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채소들을 즐겨먹었던 이 옹은 10살 때 아버지 몰래 곰방대에 담배를 넣어서 피웠는데 하늘이 노랗고 정신이 어질했던 경험으로 그 후로는 한 번도 담배를 가까이 한 적이 없다. 술은 6.25 지나서 조금씩 약주로 한 잔 정도 마시는 정도다.

이일섭 옹은 “평생 자연 속에서 흙과 함께 농사지으며 살아왔는데,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가 내 건강의 동반자였다는 것을 세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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