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역사 구 건물, 올 겨울 철거 예정
“정든 건물 사라진다니 아쉬워”

 

삼송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던 신도동주민센터가 원흥역 부근 임시청사로 이전을 완료했다.


[고양신문] 신도면이 신도읍이 되고, 다시 신도동으로 이름을 바꾼 세월 동안 마을 행정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던 삼송역 인근 신도동주민센터 건물이 45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신도동은 16일 원흥역 가까이에 있는 폴리곤스퀘어 빌딩(덕양구 원흥1로48)에 마련한 임시 청사로 이주를 완료했다. 그동안 사용하던 신도동주민센터 건물은 1~2월에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그 자리에는 신청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1973년 지은 신도동주민센터 건물은 고양에서 가장 오래 된 행정건물이다. 강득모 신도동장은 “읍·면 시절부터 사용하던 행정건물 중 고양시에서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라며 “건물이 철거되기 전 상세한 사진을 찍어 역사의 흔적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이 사라지게 되자 지역 토박이들은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신도면 시절 새마을지도자를 시작으로 마을 이장, 신도동주민자치위원장 등을 두루 지낸 김영배(70세) 신도산악회 고문은 마을 역사의 산증인 중 하나다.

“고양군 신도면에 속해있던 지금의 구파발과 진관내·외동이 1973년 서울 은평구로 편입되면서 구파발시장 인근에 있던 신도면사무소가 삼송리로 이전을 하게 됐지요. 그 때 지은 건물을 지금까지 사용했으니 정이 단단히 들었지요.”

면사무소가 이전하던 시절 주변은 온통 논뿐이었고, 비가 오면 창릉천이 범람해 장화 없이는 못 다니는 진땅이었다고 김 고문은 회상한다. 건물은 이후 여러 차례 보강공사를 하고, 2층을 새로 올리며 공간을 늘렸다.

면사무소 이전은 삼송리 발전을 촉진했다. 농협, 파출소, 소방서 등이 차례로 들어서며 주변지역은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중심지가 됐다. 비록 군사보호지역과 그린벨트 등 여러 가지 개발제한이 적용됐음에도 제법 규모 있는 기업체가 주변에 들어오기도 했다.

“땅이 넓으면서도 서울과도 가까워 동양섬유, 신성교통, 엑셀산업, 태창유리 등의 회사가 삼송리에 줄줄이 들어왔지요. 유동인구도 당연히 늘었구요. 당시가 삼송리 최고의 호황기였습니다.”

마침내 신도면은 북한리, 효자리, 지축리, 삼송리, 동산리, 오금리, 용두리를 아우르며 고양시 최초로 읍으로 승격한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화전 지역까지 행정력을 펼치기 위해 신도읍 화전출장소를 두기도 했다.

규모가 있다 보니 고양군이 주최하는 읍면대항 체육대회에서도 신도읍은 항상 높은 성적을 거뒀다. 김 고문은 “당시 신도읍과 일산읍이 체육대회 라이벌이었고, 공을 잘 차던 지도읍이 도전장을 내밀곤 했다”고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신도읍의 자부심과 긍지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 사라진다고 하니 좀 허전하지만,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요.”
 

신도면 시절부터 사용하던 신도동주민센터 건물이 올 겨울 철거될 예정이다.


신도읍은 1992년 고양군이 고양시로 승격하며 신도동으로 이름을 바꾼다. 하지만 영화로운 시절은 저물고 있었다. 80년대에 고양군의 중심이 원당으로 서서히 옮겨졌고 90년대 들어서는 일산과 화정 등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삼송동 일대는 점점 위축됐다. 몇 해 전 삼송신도시가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삼송역 일대는 개발에서 제외돼 신도동주민센터 주변은 30~40년 전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시간이 정체된 마을이 됐다.

하지만 신도동은 활발한 주민자치 활동을 바탕으로 다시금 마을의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삼송신도시 개발과 함께 인구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8000여 명까지 줄어들었던 인구가 현재 2만 명으로 늘었다. 동 관계자는 “신도동 인구가 향후 최대 3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훈래 주민자치위원장은 “그동안 열악한 공간으로 인해 다양한 주민자치활동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주민센터 신청사 건립은 주민들의 염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표했다.

“신도동주민센터가 교통의 요지인 삼송역 바로 옆에 자리한 까닭에 인근 창릉동, 원흥동, 지축동 주민 중 많은 수가 신도동에서 행정업무를 보곤 하는데, 그럼 점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주변 거점 주민센터로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습니다.”

새로 짓는 신도동주민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신청사는 3월 착공해 2019년 7월 준공할 예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장인석 삼송마을 18단지 대표회장, 강득모 신도동장, 김영배 신도산악회 고문, 김훈래 신도동 주민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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