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백석동 ‘씨네펍’

영화 포스터와 영화배우들 사진으로 내부를 장식한 씨네펍 내부


[고양신문] 백석역 뒤쪽 먹자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씨네펍’(대표 오성태)은 영화 마니아들에게 알음알음 소문난 명소다.  맛있는 맥주와 와인을 즐기며 영화 감상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매장 입구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레드카페트를 걸어가는 느낌이 나도록 붉은 색으로 꾸몄다. 벽 곳곳에 영화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고, 영화필름통에 영화배우 사진을 장식한 액자도 눈길을 끈다.

이곳의 주인장 오 대표는 영화배우 출신이다. 상업영화 대신 다양성 영화라 불리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찍었다. 모짜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 ‘타운 3부작’이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댄스 타운은 함께 연기했던 배우 라미란이 TV 방송에서 이야기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도 연극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청춘예찬’이라는 연극에도 출연했다. 3년 전에 아내(권지현 매니저)와 함께 평소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씨네펍을 오픈했다.

“독립영화계가 영세하다보니 영화를 만들고도 개봉을 못하거나 기술 시사회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후배들이 그런 장소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카페 안쪽에 공간을 따로 마련했어요. 작은 화면으로 봤을 때는 못 보는 장면이 있고, 사운드 체크에도 제약이 많거든요.”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은 씨네펍 내부

 

영화 '성난화가'에서 악역을 맡았던 오성태 대표의 사진이 외국 배우들 사진과 함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DMZ 다큐영화제 웰컴 파티 모습, 전면의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사진=씨네펍)


실제로 기술 시사회도 몇 차례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DMZ영화제 웰컴 파티 장소가 열리기도 했는데, 100여 명 정도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출품작 프로그래머도 이곳을 찾아와 시사회를 했다. 일사모(일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음악번개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념일을 맞은 부부가 대여해 둘만의 영화관으로 특별한 시간을 즐긴 적도 있다. 인원에 상관없이 영화 1편 상영시간인 2시간에 5만원을 받는다.

씨네펍 오픈 준비를 하면서 부부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오 대표는 와인 소믈리에 과정과 일식을 배웠고, 배씨는 브런치 과정을 수료했다. 창고를 개조해서 가게를 직접 꾸몄다. 처음 간판도 없이 오픈했지만 일을 하면서 테이블과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하나 구입해 자신들의 손과 땀으로 공간을 꾸몄다.

이곳은 다양한 맥주와 와인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육즙뽀득 소시지, 생모짜렐라 카프레제, 모둠치즈 플레이트, 독일식 족발 등 안주도 맛있고 푸짐해 가성비가 매우 좋다.

“손님들이 차고 넘치게 오셨으면 하는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소홀히 하고 싶지 않거든요. 바쁘지 않을 때는 신청곡도 틀어 드리는데, 한번 오신 손님 얼굴과 신청곡을 웬만하면 기억하려고 노력하죠. 편안하게 찾아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길 원해요.”

오 대표는 단골 손님들이 “남한테 알려주지 않고 나만의 아지트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할 때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혼자 와서 바에 앉아 즐기는 손님 중에는 만화가, 설치미술가, 음악가, 다큐영화 감독, PD들, 영화 스태프들이 많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파티하는 장소, 혹은 기타와 색소폰을 연주하며 어울리는 ‘놀이터’로 바뀔 때도 기쁘다.

오 대표는 와인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도 열고 싶고, 작은 영화제나 파티 등도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이다. 맥주와 와인 그리고 영화가 있는, 작지만 즐거운 문화공간 씨네펍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씨네펍
일산동구 백석로 72번길 73-9
070-4300-8146

 

씨네펍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오성태, 권지현 부부
맛있는 맥주와 크림치즈 카나페 (사진=씨네펍)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카프레제 (사진=씨네펍)
함박눈이 내린 지난 수요일 씨네펍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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