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퇴근길 4~6시간 걸리기도

풍동 백마부대 인근. 차량이 언덕길을 오르지 못해 도로가 텅 비어있다. 바퀴가 헛돌자 한 시민이 바퀴 밑에 모포를 깔기 위해 가져가는 모습.


정체로 제설차도 움직이지 못해
시청 홈피 게시판 성토글로 도배
시 “정체시 제설법 강구해 보겠다”


[고양신문] ‘고양동에서 자유로까지 5시간 걸렸는데, 제설차 한 대를 보지 못했다. 고양시는 꽃 그만 심고 제설이나 신경 써달라’, ‘25분 걸리던 퇴근길, 6시간 걸렸다. 속이 부글거린다. 고양시엔 제설대책이 존재하는가’,

20일 오후 내린 눈으로 근래 최악의 교통대란을 겪은 고양시민들의 불만이 식지 않고 있다. 각종 SNS와 시청 홈페이지에는 제설작업에 대한 불만과 함께 제설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고양시에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3시간30분 동안 내린 폭설로 도시 곳곳의 도로가 마비됐다. 이날 고양시에 내린 눈은 10㎝가량으로 적잖은 양이기도 했지만 퇴근시간과 맞물린데다 제설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이 귀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소보다 2~6배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민(29세, 여)은 “오후 7시15분쯤 퇴근길에 올랐는데, 고양시청에서 동국대병원사거리를 지나 산들마을사거리까지 3시간30분 걸렸다. 평소엔 35분이면 가는 길이다. 버스를 타고 갔는데 동국대사거리에서 멈추다시피 해서 거기서부터는 승객 대부분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차에 갇혀있자 일부 시민들은 차를 세워두고 그냥 귀가하기도 했다. 시내는 주요 대로만 제설작업이 진행돼 시내 곳곳이 차들로 뒤엉켰다. 암센터 앞과 중산동 하늘마을 앞, 동국대사거리를 지나 백마부대 앞 언덕에서는 차들이 헛바퀴를 돌고 올라가지 못하자 뒷차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하며서 그 일대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3호선 원당역 앞 지하차도 앞도 극심한 정체가 일어났다. 차가 막히자 시내 대부분의 교차로에서 꼬리물기가 일어나면서 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운전자가 두고 간 차와 고장 난 차들로 차량 정체가 극심했다.

외곽쪽으로는 통일로 관산삼거리 구간이 가장 막혔고, 원당동 낙타고개도 화물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완전히 마비됐다. 제2자유로는 법곳IC부터 파주까지 밀렸다. 파주시가 제2자유로 파주구간 지하차도 입구를 전면 통제하고 제설작업을 하면서 이 구간이 완전히 정체됐다.

고양동에 사는 한 시민(45세, 여)은 “삼송역에서 숯돌고개를 지나 고양동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서 시민들이 다들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 다른 노선을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파주 봉일천고에서 고양동으로 하교한 학생들 중에는 차가 막혀서 아예 걸어온 학생들도 있는데 오후 4~5시에 학교에서 나와 밤 12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40분 '고양시를 비롯해 파주, 의정부, 양주, 포천 등에 21시(저녁 9시)에 대설주의보 발효한다'는 대설예비특보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 시각은 3시40분이었고,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 시점은 4시30분부터였다. 함박눈은 퇴근시간인 4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약 3시간30분 동안 내리고 그쳤다. 하지만 3시간30분 만에 약 10㎝의 눈의 쌓이면서 도로는 완전히 마비됐다. 이날 고양 능곡 10.1㎝, 의정부 9.5㎝, 포천 광릉 5.6㎝, 파주 3.5㎝, 가평 하면 3.0㎝, 남양주 2.7㎝의 눈이 내렸다.

시는 대설주의보를 예고하기 직전인 4시쯤 15톤 제설차 68대와, 골목용 1톤 살포기 43대, 굴삭기 9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퇴근시간과 맞물리면서 정체로 제설차가 이동이 어려워지자 각 도로의 제설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삼송역 인근. 차량이 다닐 수 없자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시 관계자도 제설작업은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이 미끄러워지면 차가 막혀서 제설작업 차량이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로서는 초동대처가 늦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양지역 각 기지(10곳)별로 분산돼 있는 68대의 제설차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곧바로 염화칼슘을 싣고 출발하는 시스템인데, 고양시에는 이미 대설예비특보가 있기 전에 눈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제설차가 각 도로에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제설차량이 투입된 시각은 기지별로 3시30분 ~ 4시15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염화칼슘을 다 뿌린 제설차가 기지로 돌아가 다시 염화칼슘을 싣고 도로로 나가야 하는데, 폭설 시간과 퇴근 시간이 겹치면서 제설차가 아예 기지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기지에서 다시 나온 제설차가 염화칼슘을 살포해야할 도로로 나가지 못했다는 것.

시 관계자는 “시내 기준으로는 이날 고양시에 10.1㎝ 왔는데, 주변 시군과 비교해 적설량이 가장 많았다. 또한 고양시는 파주나 의정부, 양주로 지나는 길이 많아 퇴근 시간 차량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폭설과 함께 너무 빠르게 정체가 진행되다 보니 제설차가 기지와 제설해야할 도로를 순환하면서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양시의 이런 해명과는 상관없이 각종 SNS와 시청 홈페이지에는 제설작업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시 관계자는 “같은 일이 반복 돼서는 안 된다”며 “제설함과 자동염수살포장치를 늘리는 등 도로가 정체돼 있을 때에도 제설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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