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 (1) 인문 / 어린이·그림책 분야

올해 처음 제정된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수상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북콘서트가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4개 분야별로 열리는 북콘서트는 책의 성격과 작가의 개성에 맞게 각각 다른 색깔의 문화 체험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고양시도서관센터와 고양작가단, 고양시서점연합회가 함께 주관한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은 지역을 기반으로 책 생산자와 유통자, 독자를 유기적인 생태계로 묶어내려는 작은 시도다. 수상작 선정에 참여한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특정 지역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상은 보았지만, 지역의 도서관과 서점이 나서 지역 작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상은 고양시가 처음일 것”이라면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평가했다.   

김남인 고양시서점연합회 회장(후곡문고)은 “작지만 뜻깊은 행사의 첫발을 떼어 기쁘다”면서 “서점연합회도 독서문화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한 방안을 더욱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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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어린이 그림책 분야에 선정된 백창우, 조혜란 작가와 행사를 마련한 김남인 고양시서점연합회장.

 

"노래하듯 즐겁게, 놀이하듯 신나게"

■ 어린이분야 - 백창우 작가의 『동시노래상자』(왈왈) 
■ 그림책분야 -조혜란 작가의 『상추씨』(사계절)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어린이·그림책 분야 책으로 백창우 작가의 『동시노래상자』(왈왈)와 조혜란 작가의 『상추씨』(사계절) 가 나란히 선정됐다.

책과 CD가 한 묶음으로 구성된 『동시노래상자』는 굴렁쇠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어린이노래를 발굴하고 창작해 보급하는 백창우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이는 노래집이다. 전래동요를 재해석한 노래집과 어린이들이 쓴 시에 노래를 붙이는 작업을 선보였던 백 작가는 이번 책에서 동시작가들의 발랄하고 유쾌한 작품을 엄선해 ‘백창우표 동요’를 창작·수록했다.

『똥벼락』, 『할머니 어디가요』 시리즈 등을 통해 특유의 천진하고 익살스러운 작품세계를 펼쳤던 조혜란 작가는 『상추씨』에서 퀼트(조각보바느질) 기법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세계를 선보였다. 조 작가는 “텃밭에서 직접 상추를 키우며 느꼈던 경이로운 감동을 책 속에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열린 북콘서트는 웃음과 재미가 가득한 놀이처럼 진행됐다. 작가와의 대화에 앞서 조혜란 작가가 책 내용을 소재로 한 1인 공연을 펼쳤다. 조 작가는 특유의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노래와 몸짓으로 상추씨가 자라 비를 맞고 햇빛을 받고 씨를 맺고 누군가의 맛있는 밥상에 올라가는 이야기를 열연했다. 마치 마술공연을 펼치듯, 주머니에서 연이어 새로운 소품들을 꺼내보이는 조혜란 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참가자들은 큰 웃음과 박수로 호응했다.

이어 노경실 작가와 엄혜숙 그림책평론가의 사회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창작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조혜란 작가는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만났던 이웃의 무명 화가에 대한 추억을 들춰냈고, 백창우 작가 역시 동네 아이들과 뛰놀며 다양한 전래동요를 익혔던 경험을 회상했다. 이에 노경실 작가는 “각자가 품고 있는 추억이 있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근 관심사에 대한 질문에 조혜란 작가는 “할머니 이야기 동남아편,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삼원색을 소재로 한 그림책” 등 다양한 관심사를 펼치며 창작욕을 드러냈다. 백창우 작가는 “노래가 있고 놀이가 있고 누구나 마음대로 무엇이든 하면 되는 어린이 노래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즐거운 상상을 밝혔다.        

마지막 무대는 백창우 작가의 노래공연이 장식했다. 일상의 솔직한 마음을 예쁜 멜로디 속에 담아낸 백창우 작가의 노래가 참가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며 볼거리 들을거리 풍성했던 행사가 마무리됐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어린이 그림책 분야 북콘서트는 노경실 작가(왼쪽에서 두번째)와 엄혜숙 그림책평론가(맨 오른쪽)의 사회로 유쾌하게 진행됐다.

 

"나를 잘 '짓기' 위해 성찰하는 것이 진짜 공부"

■ 인문분야 - 천정환, 홍세화의  『홍세화의 공부』(알마)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인문분야 책으로 『홍세화의 공부』(알마)가 선정됐다. 갑작스런 폭설이 쏟아진 지난 20일 저녁 홍세화 작가와 함께 북콘서트를 열었다. 홍 작가는 6년째 성저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고양의 이웃이다. 이날 행사는 이권우 도서평론가와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행사에 앞선 시상식에서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존경하는 대선배님께 기념패를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지만, 홍세화 작가는 “지역에서 주는 따뜻한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70년대 중반 남민전 사건에 관련돼 20년이 넘는 세월을 프랑스에서 망명객으로 살아야 했던 홍세화 작가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 차이에 의한 차별과 억압을 거부하는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우리 사회 진보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후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생각의 좌표』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언론인이자 진보정당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회운동가로 꼽힌다. 벌금을 내기 어려워 수감생활을 해야 하는 생계형 범죄자들을 돕는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이기도 하다.

 

2017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인문분야에 선정된 홍세화 작가.

 
『홍세화의 공부』는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가 묻고 홍세화 작가가 답한 것을 정리한 대담집이다. 이날 북콘서트는 책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공부를 주제로 한 이유에 대해 홍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대학입시와 취업을 위한 기능적인 것으로 암기나 숙제의 차원에 머물고 만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한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우리말 중에 ‘짓다’라는 동사가 있다. 농사를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는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가 모두 ‘짓다’의 목적어가 된다. 잘 지어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나라는 인간을 잘 ‘짓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참다운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에서 20여 년간 살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경악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당시 그를 비감에 젖게 했던 것은 “부자되세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라는 광고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야만적인 말로 이웃이나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확립이 됐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 즉 공화주의적 개념에 대한 이해는 약한 것 같다는 사회자의 말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럽의 경우 영국을 제외하고는 대학 등록금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가는 경우도 드물지요. 그로 인해 특권의식이 없고 국가와 사회에 되돌려 준다는 공화주의적 개념과 가치가 일반적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더불어 산다는 연대 의식이 높을 수밖에 없지요.”

이어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고 잘못된 생각은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정제된 사유를 담은 답변을 들려 준 홍 작가의 이야기가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생각거리를 건넸다.

'홍세화의 공부'를 주제로 한 북콘서트를 마친 사회자들과 홍세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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