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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을 위해 치르는 지방선거<장호순 칼럼>
  •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7.12.26 14:49
  • 호수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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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고양신문] 지금의 대한민국은 외세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국가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과 국민이 균형 있게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국가는 아직 아니다. 중앙이 지방을 지배하고 통치하는 내부식민지 지배체제가 아직 강고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치를 지방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면 중앙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고 지방의 힘은 얼마나 미약한지 잘 보여준다.

외형이나 명분에서 지방선거는 더 이상 민주적일 수 없다. 지방자치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주권자인 지역주민은 지방선거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바라보는 곳은 지역사회나 지역주민이 아니라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중앙의 정치인들이다. 선거를 앞둔 언론의 관심은 청렴하고 유능한 지역인재가 아니라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당 내부의 갈등과 투쟁에 매몰되어 있다. 지방선거이지만 지방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중앙집권 세력을 위한 선거로 변질되었다.

그럼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 사회 여론 주도층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수·진보 상관없이 서울집중은 당연하고 익숙하고 합리적인 것이고, 지방분권은 낯설고 혼란스럽고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는 의회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소수의 서울 거주 상류층들이 다수의 국민을 지배하고 살까? 그것은 일제 강점기 조선에 이주한 20여만 명의 일본인들이 총독부를 앞세워 2000만 한국인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며 살아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속박에서는 벗어났지만, 서울이 지방을 지배하는 ‘내부식민지’ 국가인 것이다.

내부식민지 국가에서는 외세 식민지 시절 이식된 지배 구조와 문화가 해방 이후에도 제거되지 못하고 후유증을 유발한다. 식민지시절의 외세 권력이 국내 권력으로 대체될 뿐이다. 경제적 착취를 목적으로 중심지역과 변방지역 간 지배와 종속의 구조가 고착되어 경제적 정책 결정권이 중앙에 집중된다. 그 결과 중앙과 지방 간에 경제적 격차가 지속되고, 경제적 격차를 정당화하는 문화적 우열관계가 형성된다. 중앙이 높은 이윤과 고임금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반면, 지방은 저기술 저임금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유지한다.

지방이 마치 중앙의 식민지처럼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권력과 부는 더욱 더 중앙에 몰리고, 지역사회의 결핍과 배제는 더욱 심화된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것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이 지방분권이긴 하지만, 현재의 중앙 지배세력이 호락호락 분권을 해줄 리는 만무하다. 중앙 지배세력이 분권을 하려는 이유는 지방민들의 중앙이주로 인해 그들의 화려하고 편리하고 윤택한 삶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민주화 덕분에 대한민국이 선거를 통해 국민을 대표할 권력자를 선출하는 민주국가가 되었지만, 중앙의 지방지배라는 내부식민지 구조는 아직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의 통제와 간섭 없이 지방선거를 치르는 시대가 되어야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독립국가, 자치국가, 민주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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