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한국생태학회 대외협력위원장

[고양신문] 거의 20년이 다되어 간다. 생태학적 상상으로 그려 보았던 고양의 생태축. 나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생태네트워크에는 장항습지의 고라니가 호수공원을 거쳐 정발산까지, 더 나아가 고봉산까지 다녀 올 수 있었지만 이젠 그때의 고라니와 함께 나마저 길을 잃은 듯하다. 생태도시 고양은 진정 꿈이란 말인가.

“한강 하구 갈대숲에 사는 고라니 한 쌍이 호수공원 생태통로를 따라 들어와 시민들이 넣어 준 고라니 먹이를 먹고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정발산에 사는 너구리가 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생태통로를 따라 내려와 먹이를 먹고 돌아갔습니다.” 
 

한강하구습지와 도시숲을 잇는 생태가교 호수공원.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도시의 생물다양성 매우 연약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생명(life)의 다채로움(variety)이다. 단조로운 것은 변화의 대응에 취약하지만 다양한 것은 변화에 여러 가지 옵션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 단조로운 것은 섬뜩하고 고리타분하지만 다채로운 것은 미적으로 아름답다. 도시는 농산어촌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단순하고 질이 낮다.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계획단계에서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공급원, 예를 들면 도시숲, 도시습지, 도시하천, 도시농업지 등을 설계하고 이들을 연결해야 하며, 그 상호작용에 의해 서식처가 변해가는 궤적을 예측해야 한다. 

또한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와 이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모니터링해서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한다. 아무리 도시생태계가 인공적인 생태계라 하더라도 그 속성상 동적으로 변화해가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시민의 과도한 이용욕구이다. 이를 적절히 관리하거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생물다양성은 순식간에 파괴되거나 감소하게 된다.
 

해마다 알을 낳으러 마을 습지를 찾아오는 오는 두꺼비<사지제공=에코코리아>

 
연결성이 관건

애초 도시가 들어서기 전에 살아가던 생물은 인간과 함께 생존·진화해온 마을식물, 마을동물(정서동물)들이다. 도시개발로 인해 이들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도시가 제공하는 피난처에서 서식한다. 도시 내에 가로수숲, 일시적인 물웅덩이, 작은 습지, 양지바른 풀밭, 소하천 등은 소생물권 이른바 비오톱이다. 이들 생물서식처가 근처의 산림비오톱, 공원비오톱, 논밭비오톱, 연못비오톱, 하천비오톱, 하중도비오톱 등과 연결된다면 보다 양질의 서식처 기능을 하게 되고 생물다양성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생태성의 척도는 교육을 통한 인식증진

생태도시 고양의 핵심에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서식처와 함께 질 높은 생태교육이 있어야 한다. 혹자는 도시생태교육이 국립공원의 생태교육보다 질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산이다. 세계적으로 생태교육이 활발한 곳은 모두 도시 내에 있다. 영국의 습지공원이나 큐가든, 홍콩의 습지공원이나 구룡공원, 미국의 센트럴파크나 독일의 하노버공원 등 대부분 접근성이 좋고 콘텐츠가 풍부한 곳은 도시 안에 있다. 

진정한 생태도시 고양을 만들려면 생태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생태교육도시니 평생교육도시니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 주도의 획일화되는 생태교육을 경계하고 개별 소생태계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개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되어야한다. 이를 위해 시민생태모니터링은 필수 항목이다. 기획사나 대학의 용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또 지원하라.

 

호수공원내 맹꽁이산란지. 한수초등학교 학생들이 맹꽁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도시생태계의 깃대종을 선발·홍보하자

도시생태계는 개별 생물서식처의 유형에 따라 서식하는 종이 다르다. 이중에서 정서적으로 시민에게 친근한 생물종을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선정하고 홍보하는 것은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를 끌어내는 데 매우 유익하다. 깃대종은 특정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을 말한다. 특히 ‘깃대’라는 단어는 해당 지역 생태계 회복의 개척자적인 이미지를 부여한 상징적 표현이다. 또한 이들 깃대종의 관리 및 복원은 생물-생물의 관계, 생물-환경과의 관계, 경관생태계까지 고려하는 도시생태계관리의 핵심활동이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목표 생태계를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고양시의 도시생태계 깃대종은 아직도 요원하다. 도시 곳곳에서 두꺼비, 맹꽁이를 비롯한 양서류가 출현하고 은방울꽃, 꼬마부들이 생육하며, 두루미가 산란을 하고 너구리, 고라니가 서식한다고 시민들이 아우성치고 있음에도 시정을 책임진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의 선거가 기대된다.
 

한동욱 한국생태학회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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