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전문가 이권우 ㆍ 한상수가 권하는 새해 추천도서

[고양신문] 새해 목표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책 많이 읽고 싶다”이지만, 독서야말로 대표적인 ‘작심삼일’ 결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친절한 도움말이 있으면 작심일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권우 도서평론가와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으로부터 새해 독서 목록의 서두를 장식하면 좋을 책을 성인과 어린이 분야로 나눠 각각 8권씩 추천 받았다. 대한민국 으뜸 책벌레들의 안목에 다양한 주제의 양서들이 알뜰히 선택됐다. 올해엔 서로 서로 이런 덕담을 건네 보면 어떨까? “새 해 책 많이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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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추천도서  : "읽고, 고민하고, 성찰하고, 꿈꾸자"
 

이권우(도서평론가)

새해다.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한다. 곧 포기할 거라며 결심도 안해서야 되겠는가. 인디언의 기우제를 기억하자. 비올 때까지 한다는 그 기우제. 처음이 어렵지 해보면 괜찮다. 중간에 권태기가 올 텐데 이를 잘 이겨내면 된다. 결심할 목록에 책읽기가 당연히 들어가 있을 터. 마음 먹은 대로 책을 읽어나가자. 그러려면 여러 종류의 책을 환경에 맞게 바꿔가며 읽는 게 좋다. 서재에서 읽을 책, 카페에서 읽을 책, 지하철에서 읽을 책,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을 책으로 말이다.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을 소개한다. 함께 읽고 고민하고 성찰하고 꿈꾸어보자. 나의 발전은 물론 함께 사는 인간적인 사회를!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 동아시아

작년 최고의 평가를 받은 책이다. 지은이는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사회역학 전공자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숨겨오거나 못본 채 해온 몸의 고통과 그 사회적 원인이 무엇인지 소상히 밝히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몸으로 드러난 우리 공동체의 병증을 돋을새김했다

 


 

<홍세화의 공부>
홍세화·천정환 / 알마

홍세화는 공부를 일러 “나를 잘 짓기 위한 끝없는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우선 “잘 지어서 공동체 구성원 중 단 한사람에게도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겠”고. 다음으로는 “어떤 인간도 죽는 순간까지 완성된 존재가 될 수 없다고 할 때 나를 조금이라도 잘 짓기 위한 공부는 ‘아직 살아 있는 자의’ 당당한 과제”. 책읽기야말로 공부하는 가장 좋은 길이니, 이 책부터 읽고 비판적 시민이 되기 위한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



 

<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 흐름출판

힐빌리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환경에서 약물중독에 시달리고 남자를 자주 바꿔치는 엄마 밑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 거기에는 끈끈한 가족유대가 있었다. 그렇다고 지은이는 개인의 노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수렁에 빠진 다음세대가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진지하게 말한다. 회고라기보다는 보고라고 해야 걸맞은, 빼어난 논픽션이다.

 

 

<랩걸>
호프 자런 / 알마

여성 과학자의 자서전. 여성인데 성공한 식물학자라면 무척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테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이미지는 산산조각난다. 대학교수로 자리잡기 위해 벌이는 고투를 보고 있노라면 혀를 차게 된다. 여성이라서 차별 받는 장면에서는 함께 분노하게 된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원숙해지는 모습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나무와 숲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한 전문가적 해설은 이 책의 또다른 묘미다.

 

 

<나를 보내지마> 
가즈오 이사구로 / 민음사

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대표작. 인간에게 장기를 주는 운명을  타고난 복제인간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단일하게 설정하지 않는다. 복제인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자체가 이미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인간처럼 사랑을 한다면, 그 존재를 장기적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 나는 개인이든 체제이든 불멸을 꿈꿀 때 반드시 타자화를 몰고 온다는 점을 드러내는 게 이 작품의 주제라 여긴다.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배병삼 / 사계절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고전을 읽는 이유다. 그 첫걸음으로 논어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논어를 혼자 읽기란 너무 어렵다. 이 책은 논어를 등정하는 이들을 위한 아주 친철한 세르파 역을 자임한다. 논어를 주제별로 배치해 공자어록의 뜻을 오롯이 드러내고 오늘의 삶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마담 보바리>
귀스타프 플로베르 / 민음사 

시중에 세계문학전집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일년 계획을 세워 읽어볼만하다. 그럴 때 다른 무엇보다 이 작품부터 읽기 시작하면 좋을 성싶다. 잘 알려진 대로 한 의사의 아내가 소녀 적에 읽은 연애소설의 영향으로 두 차례에 걸쳐 외도를 하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성숙해진 눈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 지라르가 말한 욕망의 삼각형도 보이고, 보바리즘이라는 말의 한계도 눈치 채게 된다. 명작 읽기의 입맛을 되살려준다는 뜻. 김화영 번역으로 보길 권한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
백승권·강진 / 한겨레출판사

살아만 가면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챌 수 없다. 이야기만 하면 내 삶을 기억에 담아둘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될까? 지나온 내 삶이라는 액체를 글로 동결하면 된다. 유명하거나 성공한 사람이나 쓰는 것이 자서전이라는 통념을 깨야 한다. 이 땅에서 맡은 역할을 깜냥껏 해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애면글면한 이들이라면 모두 자서전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자서전을 쓰는 요령을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일러주고 있다. 이 책으로 요령을 익혀 이제 이청준의 소설제목대로 “자서전들 쓰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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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분야 : "새해를 시작하려는 어린이들에게"
 

한상수(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행복한책방 대표)

우리 아이들에게 살짝 건네고 싶은 책들을 조심스레 골라본다. 매월 신간 어린이책을 검토하는 「아침독서신문」 기자들과 행복한책방 운영진들과 함께 책을 골랐다. 2017년에 나온 책들 중에서 그림책과 시집, 동화책과 정보책을 골고루 담았다. 꼬마 작가가 쓴 그림책과 아이들의 시를 엮은 동시집부터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을 바꾼 사례를 담은 책, 책 읽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보는 동화책, 아이디어가 돋보인 정보그림책,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관심 있게 볼만한 올림픽 소재 책을 추천한다. 이 책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새로운 가족>
전이수 글·그림 /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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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 영재발굴단에 나와 주목을 끈 아홉 살 동화작가 전이수가 ‘입양과 가족’을 주제로 쓰고 그린 세 번째 그림책이다. 실제로 지적 장애가 있는 공개 입양된 아이를 동생으로 둔 작가는 “동생이 와서 힘든 점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꼬마악어 타코』와 『걸어가는 늑대들』도 같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행복한 줄무늬 선물>

햇살이 비쳐드는 화창한 어느 날, 호랑이 칼레는 모험을 떠난다. 칼레의 여정에서 만난 강아지, 딱정벌레, 기린, 아기 치타, 개구리 친구들은 모두 슬픔에 빠지거나 곤란에 처해 있다. 그런 친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칼레는 자신의 줄무늬를 모두 동물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놀라운 선물을 받게 된다. 친절한 호랑이 칼레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 따스함을 코끝 찡하게 그려내 진짜 나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 풀도 춥겠다> 
부산 알로이시오초등학교 어린이 시·박선미 엮음 / 보리

일기로, 독후감으로 섣불리 감정을 종결하는 게 익숙한 아이들에게 시는 딱 그 순간 그 기분에 집중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된다. 아침상에 된장국이 나올까봐 얼마나 긴장되는지, 자두를 나눠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왜 이렇게 쑥스러운지, 그 순간 그 기분이 그대로 담긴 아이들의 시를 읽으면 움츠렸던 마음이 탁 풀린다. 서로의 감정을 더 잘 들여다보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추천하는 책.

 

 

<안전지도로 우리 동네를 바꿨어요!>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하기를 원하지만, 책에 갇히지는 않길 바라며 꼽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온이와 친구들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안전 지도를 만들었다. 가로등이 없어 어두운 곳, 차가 갑자기 나올 수 있는 곳, 무서운 형들이 담배 피우는 곳, CCTV가 없는 곳 등 위험한 곳을 동네 지도에 표시했다. 놀라운 건, 직접 구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안전한 마을로 바꾸기까지 했다는 것! 새해에는 책을 가까이한 아이들이 더 많이 움직이기를, 골목 마실 다니며 마을을 구순하게 가꾸는 데 기꺼이 나서기를 바란다.

 

<독서 퀴즈 대회> 
전은지 글·신지수 그림 / 책읽는곰

주인공 수혜는 평소에 무섭고 조금은 끔찍한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하지만 이번 독서 퀴즈 대회에서 읽어야 하는 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과 지명이 가득한 고전이다. 좋아하는 책과 읽어야 하는 책이 늘 달라서 힘든 어린이라면 소혜의 고민에 고개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다. 고전 읽기와 독서 퀴즈 대회의 의미를 돌아보고, 아이들이 정말로 책을 읽어야 하는 저마다의 이유를 찾아가길 바란다.    

 

<리고와 로사가 생각 여행을 떠났다> 
로렌츠 파울리 글·카트린 섀러 그림 / 고래뱃속

표범 리고와 생쥐 로사의 우정 이야기. 동물원에서 만난 두 친구는 가볍고도 깊은 대화를 통해 가까워진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서로를 향한 존중과 사랑은 물론, 삶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다. 새해를 맞아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한 해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수명도감>  
이로하 출판사 편저·야마구치 카오리 그림 / 봄나무

많은 어린이책 가운데 유난히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정보 그림책. ‘수명’ 하면 언뜻 살아있는 생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온갖 동식물은 물론 음식물과 물건, 기계, 건축물, 나아가 광활한 우주 속 천체의 수명까지 사유하게 한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수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정보는 흥미롭고, 생을 부여받은 만물의 분투는 아름답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행복한책방 평대에 깔린 순간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책.

 

<생각하는 올림픽 교과서>
한국방정환재단 기획·스포츠문화연구소 외 
글·김대중 그림 / 천개의바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에 열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로 30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올림픽 책이다. 우리 아이들이 꼭 가까이 했으면 하는 것이 책과 더불어 스포츠이다. 스포츠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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