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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복서, 저도 ‘아들바보’랍니다필리핀 영웅 파퀴아오, 고양 원마운트에서 겨울휴가
  • 이영아 발행인
  • 승인 2018.01.02 15:50
  • 호수 1352
  • 댓글 0
고양신문 독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한 파퀴아오. 25일 고양 원마운트를 방문한 파퀴아오는 내내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쾌히 벗었다.


체급 석권 복싱계 전설, 필리핀에 막대한 기부
하원의원 당선 후에도 링에 올라


[고양신문] 세계 권투역사를 새로 쓴 최강의 챔피언은 그저 평범한 아빠였다. 세 살배기 어린 아들을 꼭 안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연신 뽀뽀를 해댄다. 아들 이스라엘은 아빠의 뽀뽀가 귀찮을 따름이다. 아빠의 품에서 자꾸 빠져나와 게임과 놀이가 가득한 원마운트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세계 최강의 8체급 챔피언이자 필리핀 상원의원인 매니 파퀴아오가 지난달 25일 고양 원마운트를 찾았다. 예고에 없던 갑작스러운 방문이었고, 비공식 일정이었다. 파퀴아오는 원마운트 상가시설 내 계절밥상에서 점심을 먹고, 스노우파크로 이동해 1시간 정도 겨울 놀이를 즐겼다. 원마운트 쇼핑몰에서 청바지와 모자를 샀고, 한동안 쇼핑을 즐겼다. 아내 징키 파퀴아오와 다섯 자녀는 물론 친척 20여 명과 수행원까지 30명 넘는 일행이 함께 움직였다.

파퀴아오는 “필리핀에서는 눈도 얼음도 볼 수 없어서 원마운트 스노우파크에 놀러왔다”며 “필리핀에도 원마운트 같은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퀴아오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겨울을 즐길 수 있는 휴가지로 한국을 연이어 선택했다. 지난달 20일 입국한 파퀴아오는 21일 무한도전 촬영, 22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 24일 온누리교회 예배, 26일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틈틈이 가족과 함께 관광을 즐겼다.

파퀴아오는 원마운트에서 얼굴을 알아보는 한국 팬들의 사인요청을 다 들어주고, 함께 셀카를 찍자고 다가오는 젊은이들을 위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또는 ‘필리핀의 영웅’이라는 유명세를 내세우지 않은 소탈하고 친근한 동네 아저씨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파퀴아오 방한 일정을 맡고 있는 ‘두 번째 생각’의 추대엽 대표는 “순수한 겨울휴가여서 무한도전 촬영 외에 사전에 준비된 일정은 거의 없었다”며 “파퀴아오가 무한도전 촬영을 너무 재밌어 했다”고 전했다. 이어 “파퀴아오 의원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자연, 특히 겨울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의 정 문화에 관심이 높다”고도 전했다. 추 대표는 “타이거우즈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스타인만큼 경호에 각별한 신경을 썼지만 정작 파퀴아오는 가는 곳마다 팬들을 직접 만나고 너무나 친근하게 대해줬다”며 “파퀴아오의 훌륭한 성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퀴아오는 크리스마스 전날 온누리교회(서울 양재동) 예배에서 신앙 간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챔피언의 지위와 유명 스타의 지위를 누리며 도박과 술에 빠져있기도 했는데 어느 날 설명할 수 없는 절망감과 공허함이 찾아왔다”며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사는 사람인가, 의문이 들었고 죄책감에 자살하고 싶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경험을 한국 교인들 앞에서 진솔하게 고백했다. 파퀴아오는 고양에 머문 3시간 내내 아들과 아내를 챙기며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이자 남편, 다정한 이웃의 모습을 보여줬다. 극한의 상황을 견뎌낸 후의 깊은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원마운트에서 아들 이스라엘을 안고 청바지를 고르는 파퀴아오.
요즘 유행하는 ‘사랑해요’ 하트를 만든 파퀴아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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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의 삶과 철학>
“욕망에 반응하지 말고 견뎌내세요”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 섬에서 자란 파퀴아오는 어린 시절 사제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톨릭 학교에 다녔으나 12살 때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나 집을 나가면서 학교를 포기해야 했다. 길거리에서 도넛을 팔며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 했던 소년 파퀴아오는 먹고사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자 인생을 건 큰 결정을 한다. 가톨릭 학교 시절 친구들을 통해 처음 접했던 복싱에 대한 관심과 생계에 대한 해결책으로 복서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무작정 마닐라로 떠났다.

14살 파퀴아오는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1달러가 걸려 있는 길거리 복싱을 시작했다. 곧 도장에서 숙식을 할 수 있었고, 탁월한 재능이 발굴되며 16세 때 프로로 데뷔했다. 그는 21세 때 주니어 플라이급 첫 챔피언이 된 후, 2010년 33세 때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을 석권하며 8체급 챔피언을 거머줬다. 인간의 한계를 5체급까지로 인정한 복싱계에서는 주니어 플라이급(48㎏) 챔피언에서 슈퍼웰터급(70㎏) 챔피언까지 모두 석권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세계 권투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낸 파퀴아오의 대전료는 프로데뷔 초기 1000원 대에서 최고 1999억원(2015년 메이웨더와의 대전)까지 올랐다. 상상도 못할 일을 현실로 만든 파퀴아오의 위력에 대해 파퀴아오의 평생 코치 프레디 로치는 “스피드가 좋은 선수도 많고 파워가 좋은 선수도 많지만 둘 모두를 가진 선수는 극히 드문데, 파퀴아오에게는 그 지극히 드문 조합이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파퀴아오는 23살 때 미국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도운 프레디 로치 코치를 아직도 각별하게 여기며 아버지라 부른다고 한다. 로치는 미국 복싱계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시아계 복서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운 스승이었다. 그는 보통 유명세를 타면 몇 번은 갈아치웠을 코치를 단 한순간도 외면한 적이 없었다.

파퀴아오가 복싱계의 챔피언 이상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가난한 조국 필리핀에 대한 자선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필리핀 태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당시 대전료 전액(191억원)을 기부했고, 세기의 대전이라고 불린 메이웨더와의 대전료 중 상당액을 다시 기부했다.

필리핀에서 파퀴아오의 위치는 영웅 그 이상이다. 파퀴아오 경기가 있는 날은 범죄율이 0%였고 치열한 내전도 휴전을 선언했다고 한다. 2009년 5월 필리핀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계에 입문한 파퀴아오는 의원이 된 후에도 경기를 계속했고, 2016년 6월엔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이제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파퀴아오는 자서전을 통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상상해봐라, 작고 마른 굶주린 소년이 따뜻한 도넛박스를 들고 파는 것을 말이다. 도넛 냄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도넛을 먹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5개쯤은 몇 번 씹으면 없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도넛을 내가 모조리 먹어버리고 나면 난 또다시 배고파질 것이고 우리 가족도 굶을 것이 뻔하다. 또, 다른 도넛을 살 돈이 없어지므로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도넛에 대한 절제력과 의지는 내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배운 교훈은 욕망들에 절대 즉각 반응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인내하는 것은 차후에 더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인내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욕망에 견뎌내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원마운트 스노우파크에서 배병복 원마운트 회장과 개썰매를 타고 있다.

 

이영아 발행인  lya70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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