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도시 만들기> 정책 컨퍼런스

  • 도봉구 오봉초의 학부모회 지원사업 중 와글와글 놀이터 활동 모습. 서울시 도봉구의 도봉형 마을방과후활동은 지자체 차원에서 방과후놀이활동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도봉구>

    [고양신문] 내년부터 실시되는 고양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마을공동체 교육’과 ‘열린 학교’를 지향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세부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별로 작은 단위의 사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주체인 지자체가 교육사업에 키를 잡고 지자체가 추구하는 굵직한 핵심교육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지자체도 있다. 이번호에서는 서울시 도봉구와 성북구의 혁신교육지구사업 사례를 통해 고양시가 추구할 수 있는 교육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관련 토론회는 12월 21일 고양교육지원청에서 열렸다.


방과후학교 아닌 방과후‘활동’ 이젠 지자체가 책임진다
-박동국 도봉구 교육정책보좌관

도봉구는 2017년부터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의 방과후학교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방과후학교를 책임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는 정규교육과정 운영과 학교생활교육에 전념하고, 자치구와 지역사회는 방과후를 책임지는 새로운 유형의 교육자치모델이 한국에도 도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가 분리된 국가는 전 세계를 찾아봐도 거의 없다. 이제는 일반자치가 교육을 포함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할 때다.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은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가 아닌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애초에 청소년들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시행된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방과후학교가 활동이 아닌 교육의 연장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보충수업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학업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는 방과후‘학교’가 아닌 방과후‘활동’으로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

도봉구가 추구하는 마을방과후활동의 최종 모델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초등학교 안과 지역 곳곳에 레저타임센터(Leisure-time Center)를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청소년문화의집’과 비슷한 곳이다. 레저타임센터는 보충수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여가생활과 문화예술활동, 동아리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다. 도봉구는 스웨덴의 레저타임센터와 같은 곳을 학교와 마을 곳곳에 세워 청소년들이 방과후에도 학원이 아닌 곳에서 여가활동을 편안히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학부모는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기고, 청소년들은 자유로운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한국형 레저타임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도봉구는 방과후학교의 직접운영을 위해 2016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제안했다. 그 결과 도봉구 내 5개 학교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2017년부터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교육복지공동체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시범기간이 끝나면 도봉구 관내 초·중학교(36 개교)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교양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교육혁신도시 만들기 토론회.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 도봉구와 성북구의 교육혁신도시의 좋은 사례를 들어보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고양시 토론자로는 송원석 대화고등학교 교사, 정지언 행신중학교 학생, 오미경 서정중학교 학부모회장, 민경선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이재후 고양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장이 참석했다.


마을과 학교가 손잡고 진로교육 함께한다
- 유재선 성북진로직업체험센터장

지역사회 자원을 학교와 연계하는 허브역할을 하는 진로체험센터가 현재 전국적으로 220개가 설립됐다. 고양시에도 고양시청소년진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진로체험센터는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진로교육 성공의 전제조건은 마을교육생태계 구축과 마을과 학교의 상생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다.

성북진로체험센터는 마을단위의 체험처 발굴과 멘토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들의 조직화를 마을현장에서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효율적인 진로교육 지원을 위해 교사협의체, 학부모코치단, 마을교사네트워크, 진로체험지원단, 창의체험지원단 등이 구축·운영되고 있다. 마을의 직업인들로 직업멘토단을 구성해 직업특강과 직업교육을 지원하고, 100여 명의 학부모마을교사들이 창의체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화지역의 장점을 살려 청소년들에게 전문화된 진로체험 활동을 제공하면서 ‘마을이 학교다’라는 슬로건을 진로체험센터가 주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진로교육 과정에서의 핵심은 민-관-학 거버넌스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성북구에선 계획단계부터 학생, 교사, 학부모, 마을주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논의하는 가운데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초창기와 달리 이제는 이들이 만나서 사업을 계획하고 논의하는 광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 자체가 우리교육의 새로운 희망이라 생각된다. 

마을에는 학부모, 마을교사, 문화·예술·체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육활동 소모임들과 다양한 청소년 시설과 종사자들이 많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와 마을사람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자유학년제·방과후학교 바라보는 학부모의 시선
- 오미경 서정중학교 학부모회장

2015년 1학기 한 학기만 진행되던 자유학기제는 이제 자유학년제로 발전했고, 중학교 과정의 절반을 자유학년제로 지내야 한다. 자유학년제의 취지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다양한 수업방식으로 새롭게 배우고, 나아가 다양한 진로탐구의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진로’라는 단어에 너무 얽매인다는 점이다.

교사들이 진로체험의 다양한 활동까지 맡다 보니 업무는 더 가중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교사, 학생 모두에게 오히려 불편한 활동이 돼가고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전혀 새로운 기획은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수업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워크숍 형태의 연수가 확대 실시되길 바란다. 현 자유학기제는 분명 좋은 취지임에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불편하다. 이같은 현실을 교육청과 지자체도 알아야 한다.

고양시의 방과후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실은 문화센터와 중복되는 프로그램이 많고 강사의 인성이나 수업의 질을 확보하기 힘들고 수업의 다양성도 매우 낮다. 또한 방과후학교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늘리고 창의·특기교육을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보다 더 전문성을 살리고 강사의 인성이 확보되어 그 목적이 정확히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 학부모의 의견이다. 고양시에 있는 많은 인적·물적 인프라를 이용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발전시킨다면 방과후학교 취지에 맞는 교육체제가 가능할 것이다.


학생들의 꿈 펼칠 수 있을까
- 정지언 행신중학교 학생

도봉구에서 실시하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방과후활동을 보자마자 우리 마을에서도 실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과후학교를 학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협력해서 함께 진행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학생들이 체험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마을 곳곳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지만 참여율이 저조하다. 심지어 그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청소년들도 많다.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마을과 협력해 여러 문화 프로그램이나 진로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참여도는 물론 만족도 역시 상승할 것이다.

4차 산업이 발달하면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입시교육 현실에서는 직업 선택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직업 선택권의 자율성을 확실히 보장받지도 못하고 있다. 사회는 변했지만 입시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교육제도가 바뀌고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려면, 이제는 어른들이 ‘학부모’로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청소년들과 대화해야 한다.

공부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학생 스스로가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위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려면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의 시작은 학생들의 생활터인 학교가 되어야 한다. 학교와 마을이 협력해 한국형 ‘레저타임센터’를 만드는 것이 이 모든 것을 시작할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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