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회초년생들 타깃, 전화로 대출 설명까지
대포통장 어려워지자 지하철 물품보관함 이용

[고양신문] 고양경찰서는 1억3000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동남아인 인출책 등 2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 20대 사회초년생들을 타깃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돼 계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발각될 우려가 적은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18일까지 25일간 피해자 C(23세, 여)씨 등 17명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가로챈 말레이시아인 A(27세)씨 등 2명을 사기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C씨는 지난 11월 30일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이 개설됐는데, 그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돼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당신을 고소했다. 고소 확인을 위해 검찰청 사이트를 확인하라”며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 이에 놀란 C씨는 알려준 주소로 접속해 신상정보를 조회했더니 사이트에 실제로 사건이 접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이 사건은 특급 사기사건이니 전화도 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통장에 돈이 많아야 한다”며 최대한 대출을 받을 것을 유도하며 저축은행에서 대출받는 법까지 알려줬다. C씨가 은행 3곳에서 1800만원의 대출을 받자 ‘검사’는 “돈을 검수해야 하니 지정한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으면 담당검사가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C씨는 검사가 나타나지 않자 사기가 의심돼 보관함을 확인했으나 돈은 사라진 뒤였다. 그들이 알려준 검찰청 사이트도 모두 가짜로 확인됐다.

이번에 검거한 A씨 등 말레이시아인 2명은 중국에 있는 총책 B씨로부터 “한국에 가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제의를 받고 지난 11월 23일 입국해 호텔에 머물며 B씨의 지시를 받아 지하철 물품보관함에서 피해자가 넣어둔 돈을 꺼내 다른 조직원에게 건네주거나 다른 조직원이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해 주고 1회당 20만∼5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죄로 벌어들인 돈 일부를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부기관은 돈을 인출해 보관하게 하거나 이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출금을 요구할 경우 보이스피싱이 아닌지 일단 의심을 해야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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