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애선 판소리 명창

‘심청가’ 완창으로 대통령상 수상
고양시에서 국악 대중화 힘써 

 


[고양신문]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 너는 애비 눈을 띄우려고 / 수중고혼이 되고 / 나는 모진 목숨이 / 죽지도 않고 /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허애선 명창이 들려주는 ‘심청가’ 중 인당수에 빠진 심청을 그리워하는 심봉사의 애끓는 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절절하게 한다. 지난해 심청가를 3시간 완창한 허 명창은 제18회 박동진 판소리명창·명고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춘향가’를 4시간에 걸쳐 완창하기도 했고, 2009년에는 남도민요 전국경창대회에서도 대통령상을 받았다. 고양에 사는 국악인 허애선 명창을 만나 축하의 인사를 건네니 “제가 상복이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해 한다.

판소리 완창이 힘들지 않나.

완창을 해야만 인정을 받고 나 자신도 공부가 된다. 서너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노력한다.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목 관리는 물론, 몇 달 전부터는 오로지 완창에만 집중한다.
처음에는 목이 계속 쉬었는데, 선생님들은 쉰 목을 계속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이 쉬고 풀리고 쉬는 과정을 5번 정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소리가 잘 나온다. 오늘도 죽는다는 각오로 질러댔다.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국악을 늦게 시작했다.

보통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시작하는데 나는 고등학교 때 했다. 많이 늦은 셈이었지만, 소리가 좋았고 욕심이 있었다. 노력을 엄청나게 했다. 
당시 서울에서 고향 진도에 쉬러 내려오신 박진섭 선생님한테 처음 소리를 배웠다. “목이 좀 좋다, 소리하면 좀 하겠다”고 용기를 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석 달 진도에 내려오셔서 가르쳐주시고 석 달 동안은 서울에 올라가 계셨는데, 그동안 배운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소화할 수 있었다. 1년 지나자 일찍 시작한 친구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앙대 국악과에 한 번에 합격했다.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스승은.

중앙대에 가니 춘향가 무형문화재 성우향 선생님을 비롯해 국창 김소희 선생님 등 당시 최고의 명창들이 계셨다. 성 선생님의 눈에 전라남도 특유의 육자배기 민요를 익힌 내 소리는 모든 게 지적 감이었다. 성 선생님의 춘향가는 강하고 굳센 동편제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무척 힘들었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다 버리고 다시 배웠다.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고생하면서 뒷바라지를 해줬기 때문에 힘들어도 도망갈 수가 없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집안 분위기와 달리 깨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엄마는 어렵게 살며서도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뒷바라지 해줬다.
 

판소리 완창 무대를 펼치고 있는 허애선 명창.


소리를 하며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창극단에서 맡은 역할에 온전히 빠져 공연할 때 기쁨과 희열을 느낀다. 무대에서 완창을 할 때도 긴장하고 떨릴 때는 아무 재미도 없고 너무 힘들다. 흥이 서서히 무르익으면서 몰입을 하고 완전히 심청이 돼서 최고조에 빠져 있을 때, 관객도 나와 같이 울고 웃고 공감할 때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 밀려온다.
대학 졸업 후 극단 ‘미추’에서 마당놀이 연기도 하고, 창극단에도 들어갔다. 판소리는 1인극이지만 연기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립극장 창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양시와의 인연은.

일산에 산 지 15년 됐다. 현재 밤가시마을에 살고 있고, 대화역 근처 ‘고양국악누리’라는 공간에서 회원들을 지도 중이다. 고양국악누리는 어린이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판소리와 민요 등 전통문화를 전수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만든 국악단체다. 회원들과는 호수공원 거리축제, 고양국제꽃박람회, 국화축제, 막걸리축제 때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고양상공회의소 여성CEO 기업인회에서 진행한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을 위한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양상공회의소 여성CEO 국악합창단에게 3년째 민요와 춤 동작을 지도 중이다.
이달 중순부터 토요 어린이 국악교실을 시작해서 우리 가락과 소리를 가르치려고 한다. 취미반 국악교실에서는 판소리, 남도민요, 가야금, 장구, 판소리고법 기초반, 꽹과리 비나리반 등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새해 계획은. 

음반제작 작업을 완성하고 싶다. 국립극장 활동도 일정에 따라 열심히 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2월 18일까지 공연 중인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 심청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 중이다. 올 한 해 준비해서 내년에는 흥부전 완창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고양 국악누리 070-4806-3176

극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 심청 어머니 역을 맡고 있는 허애선 명창 (사진=국립극장)
고양국악누리에서 북을 치고 있는 허애선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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