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고양신문] 지역신문에게 2018년은 도전과 도약의 시기가 될 수 있다. 올해 6월에 치를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도하는가에 따라 도약할 수도 있고, 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사양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언론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입증할 수 있는 기회다. 지역사회를 외면하고 지역언론을 무시해온 중앙언론들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그 무능함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자치와 분권이라는 지방선거 본질은 묻어두고 권력을 둘러싼 정쟁과 암투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다.

한국 대다수 기성언론사들은 이미 회복불가능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세대들에게 기성언론은 거의 존재감이 없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매체 역시 지역을 무시하긴 마찬가지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JTBC의 경우, 지역뉴스는 아예 제작시스템이 없다. KBS나 MBC처럼 지역방송국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뉴스는 대형사고가 아닌 이상 다루지 못한다, 정치뉴스도 청와대와 국회 위주의 중앙정치권 뉴스에만 집중한다. 전 국민들에게 동일한 뉴스를 제공하는 운영방식 탓에 각 지역마다 다른 뉴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중앙언론의 구조적 문제점은 지방선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시도지사, 시장군수, 시군구의원 등 지방선거 보도대상은 전국 각지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대한민국 어느 언론사도 이렇게 많은 후보자들에 관한 인물검증을 충실하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보수/진보 언론, 구세대/신세대 언론들은 한결같이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프레임으로 지방선거를 보도한다. 그런 각도에서 지방선거를 보도하면 수많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필요 없고, 지역마다 상이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상세히 전달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방선거를 앞둔 중앙언론의 보도방식이나 관점은 큰 차이가 없다. 각 지역 유권자의 다양한 요구나 각 지역 후보자들의 정책과 능력은 조명하지 않고, 어느 정당 후보자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가에만 관심을 유도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매주 등락이 발표되는데, 왜 지방선거를 현 정권의 중간평가로 간주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군의원, 시의원과 시장과 군수를 뽑는데 대통령 인기도나 정당별 지지도가 무슨 상관인지 따지지도 않는다.

지방선거 보도는 그 지역의 뉴스를 충실하게 전하는 데 전념하는 그 지역의 신문만이 감당할 수 있다. 지방선거만큼 지역언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각시킬 좋은 기회가 없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의 지역신문들은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언론의 장단에 맞춰 중간평가 여론몰이식 선거보도를 하는 엉터리 지역신문들이 수두룩하다. 선거철에만 반짝 등장하는 뜨내기 지역신문들도 허다하다. 그로 인해 건강한 지역신문들마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무시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8년은 지역신문이 제 역할을 발휘해 지역사회로부터 언론으로서 기능을 인정받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올해는 지방선거 보도를 통해 반드시 지역신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지역주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지역언론인들의 결연한 다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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