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주최 도시재생 토론회

기반시설 개선 공공자원 투입
주택정비는 주민 원하는 방식으로
하드웨어 앞서 콘텐츠 고민 필요

문재인 정부가 분권과 도시재생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면서 ‘자치와 동네’는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 또 다른 파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주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12월 한 달간 9개 마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동네간담회’를 진행해온 고양신문은 지난 4일 원흥동 동부새마을금고 대강당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정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원도심지역 활성화를 위한 주민토론회’를 열었다. 


주민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는 윤전우 서울시도시재생센터 국장과 정광섭 마을과사회적경제 대표가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와 타 지역 사례를 발표했으며 양승호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원이 고양시 현황에 대해 간단하게 발표했다. 아울러 서은택 행주발전위원회 회장과 한선영 고양동 카페 ‘다락’ 회원은 주민 입장에서 바라본 도시재생과 공동체 경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쇠퇴하는 도시의 대안, 도시재생
“서울은 반 세기 동안 유례없는 성장을 거쳐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음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인구성장은 새로 태어난 이들이 아닌 외부에서 전입자들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이뤄졌었죠. 이제 더는 끌어올 것이 없는 상황에서 쇠퇴하는 도시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도시재생정책은 바로 여기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윤전우 서울시도시재생센터 국장의 설명처럼 서울시는 15년 동안 출생인구가 40% 정도 줄어들었으며 소득격차는 전국평균을 상회하는 등 저성장, 저고용, 저출산의 문제에 처해있다. 때문에 서울 전체 424개 동 중 322개 동은 쇠퇴지역에 속하고 있으며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등의 선택을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중심’, ‘지역의 활력·정체성 회복’에 방점을 둔 도시재생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윤 국장은 “이는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때문에 작게는 각각의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것부터 한 지역을 통째로 리모델링하는 등 도시재생이 전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OECD에서는 도시재생을 ‘포용국가건설’이라는 말로 쓰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 등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 사는 지역을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 도시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기존의 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윤전우 국장은 “토지건물소유자 중심인 정비사업과 달리 도시재생사업은 실거주자가 주체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도시재생은 수익성과 관계없이 공공의 자원을 투입해 자력으로 재생시킨다는 점, 시설개선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비사업과 다르다. 

서울시 91곳 재생사업 진행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은 대세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연간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으며 총 500개 구도심 및 노후주거지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양시는 올해 시범사업에서 화전, 원당이 대상지로 선정됐으며 내년에는 더 많은 동네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기조변화는 앞서 지난 몇 년간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도시재생실험들이 많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서울시는 현재 방향정립, 기반구축을 넘어 시범사업단계인 도시재생 3.0을 진행하고 있다. 윤전우 국장은 “도시재생의 핵심은 주민들이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서울시 도시재생은 행정이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주체를 만들어 내는 작업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현장에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치되고 그곳에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주민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것부터 출발해 관계망 형성을 위한 정기적인 회의와 소통·홍보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아울러 해당 지역의 행정기관에는 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도시재생지원단을 만들어 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게 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민들의 집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서울시는 각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단순한 유지보수부터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주민들이 할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정비기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전우 국장은 “작게는 1000만원의 주택수리비를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 신축을 해야할 경우 정책자금으로 8000만원까지 저리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전문가들의 상담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정비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 91곳에서 주거지 재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도시재생활성화 사업 14곳, 주거환경관리사업 77개 소). 눈여겨 볼 부분은 사업시행 이전에 진행되는 사전준비단계다. 윤전우 국장은 “서울시는 1년 정도의 사전준비단계를 거쳐야 재생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계획단계를 거쳐 실행단계가 마무리되기까지 총 6년 이상의 기간을 거친다”며 “다소 늦게 가더라도 주민추진역량을 마련해 지원사업 이후에도 동네가 자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을 마무리 한 뒤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를 이끌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윤전우 국장은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길을 가야만 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아니면 현재로서는 쇠퇴해가는 동네를 바꿀 방안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동네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과 참여문제다. 윤 국장은 “일본이 관광지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깨끗하다’는 것”이라며 “도시재생은 결국 우리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애착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중심의 도시재생계획 마련돼야
이어 발표를 맡은 정광섭 마을과사회적경제 대표는 “기존의 도시계획이 인구를 중심으로 세워진 계획이라면 도시재생은 지역의 컨텐츠와 프로그램을 담아내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중심의 계획이 세워지다보니 인구감소와 건물노후도 정도에 따라 쇠퇴도를 파악하게 되고 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도시재생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그 지역에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러한 프로그램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하드웨어적 해결보다 주민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정 대표는 이야기했다. 같은 공간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곳이어야 관심이 생기고 사람이 모인다는 것. 

정광섭 대표는 도시재생을 항생제가 아닌 일종의 영양제라고 표현했다. 즉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순 없지만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회복을 위한 자생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인구가 아닌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면 각 지역의 실질적인 문제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지역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특화할 수 있으며 다른 지역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고민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도시재생은 통계데이터로는 볼 수 없는 지역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광섭 대표는 “문제 원인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도시재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협의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양시 도시재생 대상지역에 대한 현황발표를 맡은 양승호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원은 “고양지역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한 원도심 지역은 인구변동에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신도시 지역이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있어 행정에서 단순한 지표결과가 아닌 실질적 분석에 기초해 도시재생 대상지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민 입장에서 발언한 서은택 행주발전위원회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에 앞서 주민들이 동네현황을 먼저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며 “현재 주민자치과에서 진행하는 마을자원조사사업을 공모방식이 아닌 원하는 동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윤전우 서울시 도시재생센터국장은 “요구만 하거나 누군가를 탓하는 방식만으로는 동네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이제 주민들이 모여서 동네비전을 고민하고 행정에 지원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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