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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민제안 9년 누적 1000건, 실현은 4건실현율 높이려면 조례 제정과 예산편성권 수반돼야
  • 이명혜 시민기자
  • 승인 2018.01.12 12:32
  • 호수 1354
  • 댓글 2
시민밀착형 프로그램과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호수공원작은도서관. 시민제안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작년까지 시민창안대회 10회 열려
시민제안 아이디어 정책반영 필요
조례제정, 예산편성권 수반돼야


[고양신문] 매년 ‘고양시민창안대회’에서 제안되는 다양한 시민아이디어 가운데 시 정책에 반영된 것은 고작 4건에 불과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양사회창안센터는 희망제작소를 참고해 2009년 3월 설립돼 지난 2017년 하반기까지 총 10회의 창안대회를 열었다. 그동안 이 대회를 통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1000개가 넘는다. 매회 8~10개의 아이디어를 최종 선정해 시상하므로 총 100개 가까운 시민제안이 선정됐다.
그 중에서 현재 실현된 것은 호수공원작은 도서관, 전동휠체어 안전표지판부착, 공공장소 공개, 고양TV 수화통역이 전부다. 실현율이 0.4%에 불과한 셈이다(고양사회창안센터에 따르면, 호수공원 셀프보건소는 예산이 확보된 상태이고, 버스정류장 태양광발전기는 올해 설치될 예정이다).
창안대회 결선에 올라온 시민제안은 시민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주변환경을 유심히 관찰하고 개선을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지 나름 실현방안까지 마련해서 제출한 것들이다. 그만큼 내가 사는 지역의 제도와 환경과 시스템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 끝에 제출된 시민의 아이디어가 정작 시 행정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고양시아이디어 정작 다른 곳에서 시행
고양시민의 제안이 정책적으로 실현불가능한가. 2010년 창안대회에서 선정된 ‘저상버스 탑승하는 휠체어 전동차를 위한 미리알림이’는 저상버스 탑승을 원하는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위치표시등이 켜져서 버스가 그 위치에 정차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고양시에 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현재 하남시에서 교통약자탑승구간 14개 소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2017년 10회 창안대회 대상은 ‘공공기관 회원증 통합’이다. 고양시 공공기관인 도서관, 피프틴, 체육센터의 회원증을 통합해 편리성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10월 대회 이후 고양시는 이 제안에 대해 응답이 없는 상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이재준 도의원은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공공기관 회원증 통합 지원 조례안’을 발의해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회원증과 등록증, 자원봉사카드 등 유형카드와 온라인·모바일 등에서 발급하는 무형카드를 포함해 2개 이상의 회원증을 하나로 단일화한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 역시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 아니었다.

서울시, 시민제안 전담부서 설치
시민제안이 활성화된 서울시의 모습은 어떠할까. 서울시는 서울시장 직속 기구로 ‘서울혁신기획관’이라는 총괄부서를 설치하고, 그 아래에 사회혁신·민관협 력·지역공동체·청년정책·갈등조정·인권 총 6개 담당관이라는 부서를 뒀다. 그중 사회혁신담당관 내에 혁신제안팀을 설치하고 있다. 혁신제안을 담당하는 팀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6개 부서를 총괄하는 전효관 서울혁 신기획관은 “시민의 생활에 밀착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것이 시민창안, 국민제안”이라고 배경을 설명하며 “시장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회의를 주재하면 실· 국장이 참석하게 되고, 검토의견이 긍정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서울광장에서 3일간 시장과의 대화로 진행된 ‘정책박람회’의 실현율은 20~30%대로 높은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제안 중에는 재건축에 관한 민원이 많고, 사업아이템을 제안하기도 하고, 법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실현율이 20~30% 정도 되는 것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했다.
전 기획관은 “실현하는 절차를 잘 만드는 건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퇴직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평가단을 운영해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어느 부서로 보내는 것이 좋을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하면서 실현가능성을 높인 것이 그 예다.
예산편성권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민 제안을 실현하려면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예산편성권이 없으면 신규예산 편성이 쉽지 않아 일이 번거로워진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 제안을 받아 사업을 하겠다는 공무원은 나올 수가 없다.”
서울시는 올 7월부터 아기를 출산한 가정에 1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이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마더박스’를 지원하게 된다. 이 제도는 ‘2017 함께 서울 정책 박람회’에서 나온 시민제안으로서 시민 투표 결과, 1만4015명이 참여해 1만1516명(82.1%)이 찬성해 실현됐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는 마더박스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특별시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시민 제안 중에서 정책적으로 실현할 만한 것을 5개 정도 선정해 시민투표를 거쳐 50%가 넘으면 100일 동안 실국에서 시민 의견이 실현된다고 생각하고 검토하고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는 프로세스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시민제안은 ‘발화점’일 뿐
고양시는 고양시장 직속기관으로 정책기획담당관실이 있고 그 아래 정책평가팀에서 시민제안을 담당하고 있다. 창안대회에서 시민제안이 선정되면 부서 회람을 통해 의견서를 받는다. 조경오 고양사회창안센터 사무국장은 “부서회람을 돌고 오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교육청에 보낸 의견서에서도, 시에 보낸 의견서에도 마찬가지다. 뭐하나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서울시에는 자정 이후에 ‘올빼미버스’가 다닌다. ‘밤늦은 시간에 버스가 다니면 좋겠다’는 단순한 시민제안에서 시작됐다. KT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야간에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해서 노선을 짜고 버스회사와 협의해 버스를 운행하는 과정은 서울시 집행부의 몫이었다. 전효관 기획관은 “창안은 발화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실현 방법까지 어떻게 다 짜서 제안하느냐는 것이다. 창안대회에 나오는 아이디어도 그렇다. 그것을 구체화해서 시민들이 좀더 편리하고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것은 시가 할 일이라고 전 기획관은 말했다.
창안대회가 해마다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실현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실현율을 높일 장치를 마련해야할 때다.


 

이명혜 시민기자  mingh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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