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특강 ‘Restart! 새해,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를 듣고

[고양신문] 어이쿠, 늦었다. 신청자가 넘쳐서 책상 없는 좌석이 많다고 했는데, 그래서 일찍 가려고 했는데, 하필 이런 날 늦잠이라니! 아침밥은 생략하고 머리도 말리지 못한 채 외곽도로를 타고 달렸다. 9시50분. 아람누리도서관 2층 회의실 도착. 책상 있는 자리가 한 자리 남았다. 얼른 가방을 얹어 영역표시했다. 이제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새해 첫 토요일 아침부터 나를 분주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 강좌다. ‘Restart! 새해,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글쓰기 전문가 5인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다섯 강좌 연속 릴레이 특강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30분 간격으로 10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권우 도서평론가와 백승권 글쓰기강사의 제안으로 마련된 강좌에 원재훈 시인, 강진 소설가, 박사 북칼럼니스트까지 동참했다. 

릴레이 강의의 첫 시간은 이권우 도서평론가의 열띤 강의로 시작했다. 100명이 넘는 청중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사진제공=아람누리도서관 이선화 사서)

폭넓게 읽고 좋은 글 베껴 쓰고
커피 한잔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100석이 가득 찼다. 시민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구나 싶었다. 졸저이지만 열 권 가까운 책을 썼고, 글쓰기가 업인 사람이 거기 왜 가있는가 하는 분이 있을지 몰라 하는 말인데, 귀를 좀 가까이. 저분들은 어떤 노하우로 글쓰기 강의를 하는지 살짝 엿보려는 사심이 절반, 요즘 나의 글쓰기를 반성하는 리마인드의 의지가 절반이다.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말하고 싶은 게 있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면서 폭넓은 독서를 강조했다. 지당하신 말씀. 그는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일거양득의 방법으로 독후감쓰기를 권했다. 
원재훈 시인은 글쓰기도 단련이므로 꾸준히 쓸 것과 좋은 글을 읽고 나서 책을 덮은 후 베껴 써볼 것을 권했다. 베껴 쓰기는 역시 글쓰기 수련에서 최고의 방법이다. 다만 너무 많이 베껴 쓰다가 소설가 모씨처럼 누구 작품에서 가져왔는지도 모르게 표절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은 강의를 들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우렁찬 목소리와 강의실을 누비며 눈을 마주치는 강의는 청중을 집중케 했다. 배워두자.
두 강의를 듣고 나니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다. 아침 점심 거르고 내가 뭐하는 짓인지 싶지만 다섯 강의를 다 들어보기로 했으니 견디자. 커피믹스 하나를 타서 당을 보충하고 다시 준비.


백승권 강사와 강진 소설가는 최근 공저로 펴낸 『손바닥자서전 특강』을 제목으로 자서전 쓰기 강의를 진행했다. 백승권 강사는 재작년 부부이야기 연재에서 인터뷰했던 분이다. 당시에 글쓰기 강의를 연간 200번 이상 하는 강사를 인터뷰하고 글을 써야 해서 엄청난 부담감으로 기사를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에는 강사와 청중으로 만나니 새로웠다. 작년에 70, 80대 어르신을 대상으로 자서전 수업을 하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꼈었기에 귀를 쫑긋 더 열심히 들었다. 강의내용이 궁금한 분은 책을 사서 읽어보시라. 

일상을 꼼꼼히 기록하라
저녁 여섯 시. 이제 한 강의만 남았다. 도서관에서 다과를 마련해줬다. 주위에 앉은, 난생 처음보는 분들과 과자와 빵을 나눠먹고 끝까지 힘내자고 서로 격려했다. 내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남자분은 마두도서관에 갔다가 고양신문을 보고 이 강좌를 신청했단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마지막 강의다. 박사 북칼럼니스트는 본인이 그린 마인드맵 하나로 90분 강의를 풀어냈다. 대단한 능력이다. 오늘 4명의 강사가 강조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기본 원칙에 많이 ‘기록하라’는 메시지를 추가했다. 박사(본명이다)씨는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하느라 한 달에 공책 한 권씩 사용한다고 했다. 메모와 문장, 그림과 사진들을 기록하는 그 성실성과 꼼꼼함이 존경스러웠다.  

손수 그린 마인드맵 하나로 90분 강의를 펼진 박사 북칼럼니스트.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제공=아람누리도서관 이선화 사서)


10시간의 마라톤 강의가 끝나자 청중석에서는 해냈다는 뿌듯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글쓰기 강좌에서 엄청나게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기본을 깜빡하고 산다는, 깊은 반성을 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적자생존!’을 결심했다. 잘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기록하는 인간, 호모 스크립투스로 살아야겠다. 


100명으로 시작한 강의는 58명이 완강하고 마무리됐다. 58명에게는 다섯 강사가 쓴 책을 한 권 선물로 준단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책을 주문했는데 도착하는 대로 주겠다는 내용이다. 공짜로 좋은 강의 듣고 책 선물까지. 'Restart! 새해,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이 시민에게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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