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지점인 안방 모습. 이곳에서 사망자가 발견됐다. <사진=일산소방서>

아들 우발적 행동에 안방에 불나
불 끄던 아버지 질식사 한 듯
자식, 부모 말다툼 비극으로 끝나
“평번함 가정, 아들 선처했으면”


[고양신문] 최근 있었던 가좌동 아파트 화재사고의 희생자가 시 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변 공무원들이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다. 희생자인 A(54세)씨는 아들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안방에 불이 나자 끝까지 불을 끄기 위해 머무르다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들은 동료가 사망한 것이 안타깝지만, 아들이 고의적으로 큰 불을 내려고 했던 건 아닐 것이라며 수사당국의 선처를 바라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오후 8시20분쯤 가좌동의 한 아파트 1층에 불이 났다. 경찰은 불을 내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아들 B(19세, 대학1년 휴학)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날 화재로 B씨의 아버지가 숨졌고 주민 50여 명이 대피했다. 경찰조사에서 화재 직전 아들 B씨와 어머니가 말다툼했던 것이 확인됐다.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는 아들과 말다툼 끝에 자신이 취미로 그리던 그림을 찢어버리며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아들도 감정이 격해져 찢어진 그림을 안방으로 가져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는 것.

이후 전기장판에 갑자기 불이 옮겨 붙자 아버지 A씨는 물을 통에 담아와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초기 진화가 되지 않으면서 정전이 일어나 어두워졌고, 불이 거실로 번졌지만 아버지는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아들 B씨와 중학생인 동생(15세)은 정전이 되자 밖으로 대피했지만 아버지는 안방에서 사망한 상태로 소방관에 의해 발견됐고, 어머니는 안방 화장실에서 구조됐다. 불은 아파트를 태우고 약 1시간 만에 꺼졌다.

경찰 조사 초기 어머니는 자신의 진술이 아들에게 불리할까봐 진술을 거부하거나 자신이 불을 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 B씨가 “내가 불을 질렀다”라고 시인했고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아들 B씨가 조사 내내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사망한 B씨를 알고 지냈던 공무원들의 마음도 착잡하다. 예전부터 희생자 가족을 알아왔다는 한 공무원은 “A씨는 섬세하고 성품이 온순한 스타일이었다. 일도 열심히 하셔서 성과급을 받으면 기분 좋게 밥도 사주셨던 분이다. 하지만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를 알고 지내던 모든 분들이 비통해 하고 있다. 상갓집에서는 남자 공무원들도 크게 소리 내며 울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안에서 자식들과 말다툼은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서 안타깝다. 4명의 가족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아들도 큰 불을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남아 있는 가족들이 이번 일을 잘 극복했으면 하지만 아들이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 시 공무원들은 아들에 대해 선처를 바라는 분위기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그걸 바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산서부경찰서 관계자는 18일 “피의자 B씨는 아직 검찰에 송치되지 않았지만 과실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B씨의 죄는 검찰 송치 이후 법정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실 연소 모습. <사진=일산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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