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파주송어축제

얼음위에서 송어와의 한판 승부
눈썰매장, 먹거리센터 한 자리에


 

2만여 평 넓은 공간에 마련된 파주송어축제장.


[고양신문] 하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나들이 기사 취재에 나섰다. 칼바람이 옷깃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목도리와 귀마개를 챙겨오길 잘했다. 행선지는 파주송어축제장.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싯대를 드리워 팔뚝만한 송어를 잡는 행사장이란다.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양평 빙어축제는 들어봤는데 파주 송어축제는 금시초문이라고? 파주 송어가 들으면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올해로 8년째 열리는 행사라니 말이다. 
 

파주송어축제장 입구.


얼음낚시를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

축제가 열리는 곳은 파주시 광탄면 방축리 광탄낚시레저타운. 일산에서 출발해 30여 분 만에 닿는 거리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길이 조금 협소하고, 도착해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낚시터다. 강줄기까지는 아니어도 시냇물을 가로지른 풍광을 기대했는데 살짝 실망.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행사장이 드넓게 탁 트였다. 평일임에도 꽁꽁 언 얼음 위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찾아온 이들이 제법 앉아 있다. 한겨울에 칼바람 맞아 가며, 그것도 얼음 위에서 구멍 하나 바라보며 몇 시간째 ‘한 소식’을 기다리며 떨고 있는 이들이 조금은 신기하다.

“낚시는 원래 기다리는 맛에 하는 거 아닙니까. 포기하고 자리를 털까 생각이 들다가도 딱 10분만 더 기다리면 송어가 올라올 것만 같아 일어서지를 못하는 거지요.”
가까이 금촌에서 방학을 맞은 손자들의 손을 잡고 찾아왔다는 한 어르신이 세상사 마음 비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여신다. 손자들은 할아버지만 남겨두고 일찌감치 행사장 한쪽 눈썰매장으로 달려갔단다.

요즘 유행하는 깁밥 패딩을 맞춰 입고 온 젊은 커플은 무릎 담요를 나란히 덮고 보온병에 담아 온 차를 나눠 마시고, 발열팩을 서로에게 쥐어주며 살가운 데이트를 하느라 나름 즐거운 표정이다.

주말 앞두곤 송어 2톤 풀어

얼음낚시를 오는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송어가 잡히느냐다. 한겨울에 바람 맞아가며 고생했는데 한 마리도 못 잡고 돌아가면 들인 공이 억울하기 마련.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때쯤 인심 좋은 송어 한 마리가 덥석 미끼를 물어주면 기나긴 기다림의 지루함과 후회가 한방에 날아가 버린다. 낚시 경험이 없는 기자는 ‘낚싯줄을 당기는 짜릿한 손맛’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같은 입장료(1만7000원, 초등학생 이하 13000원)를 내고 들어왔지만 송어를 누가 몇 마리나 잡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치고 돌아가는 이들도 있는 반면, 열 마리 이상 원없이 손맛을 보고 가는 이도 있게 마련. 베테랑 낚시꾼들은 개장 시간에 맞춰 들어와 좋은 포인트를 점찍고 제대로 송어와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한다.

얼음 밖으로 끌려 올라와 펄떡이는 송어의 몸짓에 겨울 추위를 잊게 하는 생동감이 묻어난다. 얼음 아래 송어는 몇 마리나 있을까? 파주송어축제를 열고 있는 최기영 대표에게 물어보니 손님이 몰리는 주말을 앞두고 매주 2톤가량의 송어를 얼음 아래로 푼다고 한다. 한번 입장하면 몇 마리를 잡아가든 능력 만큼이다. 개인 낚시 장비를 가져와도 되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견지낚싯대를 빌리는 비용이 3000원이다.
 

얼음구멍에서 갓 잡아올린 송어. 손맛이 묵직하다.
두 딸과 함께 동두천에서 파주송어축제장을 찾은 김효수·최미선씨 가족. 최미선씨는 “아직 송어는 구경 못했지만 먹거리센터 음식이 싸고 맛있어서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즐길거리 먹거리 아기자기

행사장을 구석구석 둘러보니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얼음낚시 외에도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주말에는 맨손으로 송어를 잡는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뜰채로 빙어를 잡는 체험을 별도의 추가요금 없이 즐길 수 있다. 역시 주말에만 열린다. 북적거리는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면 주말에, 느긋한 나들이를 즐기려면 평일이 제격이다.

축제의 즐거움에 먹는 재미가 빠질 리 없다. 파주송어축제장에도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 5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먹거리센터를 만들어놓았다. 이곳에선 얼음구멍에서 잡은 송어를 즉석에서 회를 떠 주거나 구워준다. 솜씨 좋은 기술자들이 선홍색 송어 살을 두툼하게 썰어 낸 회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한 마리도 못 잡았다면 별 수 없이 수족관에 있는 녀석을 돈을 주고 살 수밖에. 그밖에 어묵과 떡볶이, 커피와 코코아 등 따끈한 간식거리가 찬바람에 움츠러든 몸을 풀어준다. 

먹거리센터 내부. 따끈한 먹거리를 즐기며 바깥의 찬 바람을 피할 수 있다.
축제장에서 잡은 송어는 먹거리센터에서 회, 또는 구이로 먹을 수 있다. 윤기 도는 붉은 살을 두툼하게 썰은 송어회.

 
“가깝고 정감 넘치는 축제장 놀러오세요”

최기영 대표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겨울 얼음낚시 축제”라고 소개하며, 무엇보다도 안전과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얼음 위에 직접 올라서서 하는 다른 곳의 축제들과 달리, 넓고 튼튼하게 놓인 좌대 위에서 낚시를 즐기도록 시설을 했다. 얼음 두께도 매일 점검하고, 안전요원도 넉넉히 배치했다니 안전 염려는 없을 듯 하다.

얼음 위에서 열리는 축제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따뜻한 축제이기도 하다. 소외계층이나 장애우단체, 보육시설 등에서 미리 신청을 하면 평일에 한해 행사장에 무료로 입장을 시켜준다. 기자가 들른 날에도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45명이 축제장에 들러 재밌는 시간을 즐기고 돌아갔다. 최 대표는 파주송어축제를 소박하지만 흥겹고 정감 넘치는 행사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몇 년째 이상고온으로 축제를 조기 종료하곤 했는데, 올해는 일찍부터 시작된 추위가 내내 이어져 어느 해 보다도 얼음이 짱짱합니다. 한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얼음구멍낚시의 재미, 올겨울엔 한번 도전해보세요.”
 

파주송어축제
2월 18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부흥로 194-42
1522-1531


 

눈썰매장 가는 길 중간에 마련된 야외 먹거리 부스.
눈썰매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일산에서 온 가족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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